Meet up

‘함께 배우며 행동한다’
MZ세대의 지구 사랑법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
홍다경 공동대표는 청소년기를 지나며 자신이 태어난 이유와 삶의 가치를 ‘환경’에서 찾았다고 한다.
시름시름 앓는 지구가 걱정되어 잠이 오지 않은 순간부터 지구를 위해 어떤 액션이라도 취해야겠다고 마음먹었고
그 액션이 동아리로 시작한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를 180여 명의 회원을 둔 환경단체로 성장시켰다.
행동파 MZ세대들의 사랑법은 ‘함께 모여 함께 배우고 함께 행동하는 데 있다’고 믿는 원종준 공동대표.
오늘도 지구 걱정에 여념이 없는 그의 일상을 따라가 본다.

글. 이은정 사진. 김범기 영상. 최의인

선거 쓰레기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지난 11월 30일, 서울 종로 감사원 앞에 네 명의 청년이 나타났다. 이들은 이날 ‘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일 후 선거 현수막 미철거 관리 감독 소홀에 대한 공익감사 청구’를 신청하고, 선거 현수막 철거 기한을 명확하게 법제화해달라고 촉구했다.

선거 때마다 얼마나 많은 쓰레기가 생기는지 생각해 본 적 있나요? 선거 현수막은 이를 설치한 정당과 후보자에게 철거할 의무가 있지만 선거가 끝나면 대부분 나 몰라라 합니다.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이를 관리 감독해야 하는데 이 역시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죠. 방치된 선거 현수막은 도시 경관을 해치고 지역 주민의 안전을 위협하거나 불편을 초래합니다. 그래서 선거관리위원회의 직무 태만 여부를 감사해 달라고 청구했습니다.

이번 공익감사를 청구한 이들은 ‘지구를 지키는 배움터(공동대표 홍다경·원종준, 이하 지지배)’ 회원들이다. 내년 22대 총선을 앞두고 선거 현수막을 포함해 종이 공보물, 명함 등 환경을 해하는 선거 쓰레기 문제의 심각성을 알리기 위한 첫걸음이었다. 공익감사 청구를 주도한 원종준 공동대표는 “앞으로 정보공개 청구, 전문가 간담회, 공직선거법 입법 제안 등 다양한 활동으로 선거 쓰레기 문제를 공론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쓰레기 없는 쓰레기 파티? 쓰레기 산에서 춤은 어때?!

  • 지지배는 지구를 사랑하고 환경 지킴이를 자처한 20~30대 MZ세대들의 환경 모임이다. 처음에 동아리로 출발해 이제는 180여 명이 정회원으로 활동하는 단체로 성장했다. 홍다경 공동대표는 얼마 전까지 비영리단체 지구시민연합에서 청년 팀장으로 활동하다가 현재는 지지배의 수장으로, 환경 인플루언서로 독자 노선을 걷고 있다.
    그가 환경에 관심을 가지고 소중한 삶의 가치로 받아들인 건 고등학생 때부터다. 대안학교를 다니면서 ‘나는 누구이고 왜 살아야 하는가?’라는 질문에 천착했고 ‘사회에 어떤 가치를 남기고 떠날 것인가?’를 고민하다가 그 해답을 ‘환경’에서 찾았단다. 물론 그전에도 환경에 대한 고민은 삶의 반경을 벗어나지 않았다. 일례로, 고등학교 2학년 때는 급식 반찬으로 나온 스마일 감자가 잔반으로 버려지는 것을 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조리사 선생님을 찾아가고 교육청 교육감에게 메일을 보냈다. 이때 그의 제안은 이후 잔반 쿠폰제도를 탄생시키는 계기로 작용했다. 잔반 쿠폰제도는 반찬을 다 먹은 학생들이 쿠폰을 받아 아프리카와 개발도상국 아이들이 밥을 먹을 수 있도록 하는 지원하는 제도다.

    스무 살에 뉴질랜드로 봉사활동을 갔는데, 그곳은 음식물과 일반 쓰레기를 분리하지 않고 버린다는 걸 알게 됐어요. 이유를 물어보니 어차피 바다에 버리거나 땅에 묻을 거니까 그냥 버려도 된다고 말하더라고요. 그때 정말 충격을 받았어요. 이대로는 지구가 더 병들겠다 싶어 뭐라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처음엔 환경단체에 후원했다는 그는 어느 순간 후원만으로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해 직접 목소리를 내고 행동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자신과 생각이 같은 MZ세대를 모으고 함께 배우며 지구를 위한 활동을 전개했다. 그게 지지배의 출발점이었다.
    지지배는 그간 다양한 활동을 펴왔다. 지구의날 행사 등에서 부스를 마련해 올바른 쓰레기 분리배출 방법을 알렸으며 2018년에는 ‘쓰레기 없는 쓰레기 파티’ 행사를 개최해 제로웨이스트를 공론화하기도 했다. 특히 쓰레기 산을 배경으로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책 《쓰레기 산에서 춤을!》을 펴내면서, 지구를 지키는 MZ세대 활동가로서 주목받기 시작했다.

2019년에 경북 의성에 있는 쓰레기 산을 직접 찾아갔어요. 아파트 8층 높이의 쓰레기 더미를 눈앞에서 보니까 정말 경악스러웠죠. 이후 국내 쓰레기 산 400여 곳 중 30곳 정도를 더 찾아갔어요. 생활폐기물보다 목재 같은 건설 폐기물과 사업장 폐기물이 대부분이라는 걸 확인했습니다. 쓰레기 산의 위험성과 심각성을 어떻게든 알려야겠다 싶어서 뮤직비디오와 댄스 챌린지 같은 콘텐츠를 만들게 됐어요.

지난해에는 국회 앞에서 쓰레기 산 문제를 알리는 ‘쓰레기 산이 솟았다’ 퍼포먼스를 진행하고, 5톤 미만의 화물차량이 신고 없이 건설 폐기물을 버리는 현행법을 고쳐야 한다고 제안했다. 원종준 공동대표는 이 같은 활동에도 불구하고 아직 30만 톤 이상의 쓰레기 산에 전국 곳곳에 남아 있다고 안타까움을 드러냈다. 이밖에, 지지배는 수달이 사는 지역을 보존하기 위해 여의도 샛강 주변을 정비하기도 하고 강남역 일대의 빗물받이 58개를 청소하기도 했다.

지구를 위해서라면 언제든지 출동 준비 완료!

환경에 관심 없는 사람들을 힙하게 만들어서 함께 활동하도록 만들자고 생각했는데 그게 쉽지 않습니다. 특히 어떤 활동이나 캠페인을 전개할 때 진정성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냐, 호기심을 자극할 수 있는 재미에 집중할 것인가를 두고 늘 고민하게 돼요. 자칫 잘못하면 무늬만 친환경인 그린워싱(위장 환경주의)으로 빠지기 쉽거든요. 이런 부분을 경계하려고 늘 노력합니다.

원종준 공동대표는 함께 모여 열심히 쓰레기를 줍고 재미있게 노는 플로깅 활동이 끝나고 나면 남는 게 없거나 일회성에 그칠 수 있다는 걸 안타까워했다. 이 같은 폐해를 막기 위해 지지배 활동도 단계를 나누어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가령 1단계는 플로깅 같은 활동을 중심으로, 2단계는 환경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배움을 중심으로 전개하고 있다. 3단계는 하나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캠페인 같은 행동으로 이어지도록 한다. 이번에 진행한 공익감사 청구는 3단계 활동인 셈이다.
원종준 공동대표는 현재 지지배에 대한 임의단체 등록을 추진 중이라고 밝혔다. 동아리 수준에서 벗어나 실질적인 활동으로 지구를 위한 MZ세대들의 목소리에 힘을 더하겠다는 포부다. 최근 원종준 공동대표가 결합해 힘을 보태면서 자신감도 붙었다.

지지배가 임의단체가 되면 쓰레기 문제뿐만 아니라 앞으로 신재생 에너지, ESG 경영 등 다양한 문제로 확장할 계획입니다. 환경을 살리는 사업가나 예술가 등 지구 전체의 가치를 염두에 두고 활동하는 청년들이 많아진다고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떨리거든요.

매달 환경독서모임을 통해 함께 공부하며 지구를 위한 행동을 차근차근 전개하고 있는 홍다경 공동대표와 지지배 회원들. 지구를 지키기 위해서는 언제든지 ‘출동’할 준비가 되어 있다는 이들이 있기에, 지구가 우주에서 여전히 반짝이는 별로 남아 있는 게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