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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 심리학

친구는 몇 명이 좋을까?

바야흐로 홀로의 시대이다. 밥을 먹고 술을 마시고 여행하는 것 등 이제 모든 것을 혼자 즐길 수 있는 세상이다.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소위 '힙'한 문화적 신드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두기가 한창인 지금, 친구와 만나기도 어려운 이때가 나홀로족의 진가를 발휘할 절호의 기회다! 하지만 조용히 혼자만의 시간을 보내며 재충전하다가도 문득 외로워지는 순간이 있다. 마음에 맞는 누군가와 함께 이 즐거운 경험을 나누고 싶다. '혼밥'을 하다가도 '혼행'을 가서도 SNS로 친구들에게 사진을 보내어 내 상황을 알리며 우리가 연결돼 있음을, 혼자가 아님을 느끼고 싶다. 반면에 표면적인 친구는 대폭 늘었다. 평범한 사람이라도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으로 연결된 친구 수는 수백 명을 거뜬히 넘는다. 특히 친구들의 SNS에는 어찌나 친구들이 많은지. 나는 점점 아싸(*아웃사이더의 줄임말)가 되어가는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여전히 인싸(*인사이더의 줄임말)로 잘살고 있는 것 같다. 혼자와 여럿 사이, 어딘가에서 방황하고 있는 당신, 혼란스러운 이 시대에 친구란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글 유지현 (진화인류학자)]



왜 당신의 친구는 당신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가졌을까?

재미있는 실험을 해보자. 페이스북이나 인스타그램 등의 소셜네트워크에서 무작위로 100명의 사용자를 선택해 그들과 연결된 친구의 숫자를 확인하고 평균을 구한다. 이번에는 그 친구들이 각각 얼마나 많은 친구가 있는지 확인해 다시 평균을 낸다. 그러면 전자보다 후자의 평균 숫자가 더 크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퍼듀대학 사회학과 스콧 펠드 교수는 "왜 당신의 친구는 당신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가졌을까"라는 제목의 논문에서 이 역설적 상황을 친절히 설명해 준다.

문제의 답은 질문 자체가 지닌 편향에 있다. 내가 인기 있는 사람을 알고 있을 가능성은 크고 인기 없는 사람들을 알고 있을 가능성은 작기 때문이다. 이제 왜 내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친구들이 나보다 친구가 더 많은지 너무 깊이 고민하지 말자. 내가 인기 많은 친구들을 알고 있음은 오히려 좋은 일이다. 친구의 친구를 통해서도 나의 네트워크가 넓어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친구는 많을수록 좋은 걸까? 친구는 우리에게 행복도 전해 주지만 감기도 함께 준다. 농담이 아니라 실제로 친구가 많은 사람일수록 유행성 감기에 더 빨리 감염된다는 연구도 있다. 우리에게 적당한 친구는 몇 명일까?

왜 당신의 친구는 당신보다 더 많은 친구를 가졌을까?
던바의 수, 150

던바의 수 150

옥스퍼드 대학의 진화심리학자 로빈 던바에 따르면 인간의 뇌와 마음이 약 150명 정도의 안정된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로 구성된 사회집단에서 진화했다고 한다. 고고학 유적지의 신석기 시대 마을의 규모도, 천 년 전 영국 마을 주민의 평균적인 숫자도, 현존하는 부족사회나 수렵채집사회 구성원의 평균 숫자도, 크리스마스카드를 보내는 곳의 목록도, 모두 다른 유인원 종들과 인류의 뇌 크기 비교를 토대로 예상되는 150이라는 '던바의 수' 주위에 모여 있다. 유인원, 고인류, 현생인류의 뇌 용적률과 사회 집단의 크기를 비교해보면 강한 상관관계가 발견된다.

결론적으로 집단의 크기는 모든 영장류의 신피질 크기를 가장 잘 예측해 준다. 역으로 인간 뇌의 신피질 크기로 예상되는 사회 집단의 크기는 약 150명 정도이다. 인간의 사회적 집단의 크기가 왜 대략 150명 내외가 되었는지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아마도 협동 사냥이나 포식동물로부터의 보호를 위한 집단 크기의 증가 압력과 집단 내 인구압이나 구성원 간의 갈등에 따른 손실이 적절한 타협점을 찾은 숫자가 150명 내외가 아닐까 추측할 뿐이다.

집단 안에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다른 구성원들의 의도를 파악하고 나의 행동에 따라 다른 구성원들이 어떻게 반응할 것인지 숙고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하다. 즉 타인의 마음속에 자신과 같은 생각과 정신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어야 한다. 이를 '마음 이론(Theory of mind)'이라고도 한다.

인간에게는 고도의 마음 이론이 발달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이러한 사회적 인지능력의 증가가 인간 지능 향상의 결정적 이유라는 것이다. 침팬지, 오랑우탄, 2살배기 인간 아이들의 인지능력을 동일한 측정 방법으로 비교했을 때, 일반 인지능력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지만 사회적 학습 능력만은 인간 아이들이 탁월한 성적을 거두었다. 이러한 사실은 인간의 뇌가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증가했다는 사회적 뇌 가설을 뒷받침한다. 그렇다고 친한 친구가 150명이 안 된다고 내가 신석기 시대 조상님보다 고독한 사람인가 하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150이란 숫자는 가족이나 친척, 그리고 비교적 친밀감이 먼 지인까지도 포함하기 때문이다. 던바의 수가 말하고자 하는 요지는 한 사람의 마음속에 타인에게 내어줄 수 있는 자리가 비교적 유한하다는 것이다. 챙겨야 하는 가족이 많거나, 어쩔 수 없이 업무적으로 관계를 맺어야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마음속에 있는 친구들의 자리는 줄어든다. 그러다가도 다시 업무가 줄거나 가족들이 독립해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 다시 늘어난 자리를 친구로 채우고 싶기도 하다. 하지만 한번 소원해진 친구관계를 다시 예전처럼 되돌리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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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정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우정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사실 원숭이들도 친구가 있다. 원숭이 친구라고 얕잡아보거나 무시할 일이 아니다. 원숭이들의 친구 관계도 인간과 비슷한 면이 너무나 많다. 예를 들어 침팬지에게도 친구 간에 지켜야 할 신의가 있다. 영장류학자 프란츠 드발이 관찰한 한 침팬지는 다른 침팬지와 싸움이 일어났을 때, 동맹 관계의 친구 침팬지에게 도움을 요청했다가 거절당하자 얼마나 분했던지 본래 싸우고 있던 침팬지와의 대결을 포기하고 신의 없는 친구 침팬지에게로 달려가 공격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람도 믿었던 친구에게 배신당하는 아픔이 적에게 당하는 것보다 크지 않은가. 또, 개코원숭이들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바로 전에 털을 골라준 친구 원숭이가 도움을 청하면 어미나 형제 등 혈연관계인 원숭이가 도움을 청했을 때보다 더 잘 도와주었다고 한다. 원숭이들도 오는 게 있으면 가는 것도 있어야 친구 관계가 유지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 듯하다. 심지어 가족 간에는 가끔 서운한 일이 있어도 별문제가 없지만, 친구 간에는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더욱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도 아는 걸까?

영장류의 털 고르기는 집단의 결속을 유지하고 동맹을 지키며 틀어진 관계를 다시 회복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 서로 나란히 앉아서 도란도란 정답게 털을 골라주는 동안 해충도 잡아주고 간지러운 부위나 상처 난 부위를 핥아주면서 실질적으로 도움을 주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내가 너와 함께 있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이다.

그러면 털 없는 인간은 무엇으로 우정을 돈독히 할까? 많은 학자들이 인간 사회집단이 150명까지 확장될 수 있었던 까닭은 오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털 고르기 대신 언어를 이용해 관계를 맺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라고 추측한다. 이해타산 없이 순수하게 친구를 사귀고, 친구 관계가 인생 그 무엇보다도 중요한 시기인 어린 학생들이 모여 있는 모습을 잠시만 바라보면 쉽게 이해가 간다. 그들은 쉬지 않고 종알종알 온갖 정보와 감정을 끊임없이 공유한다.

많은 연구에서 사람들은 마지막으로 대화를 나눈 지 얼마 지나지 않은 친구일수록 정서적 친밀감이 높다고 대답했다. 직접 만났던, 전화나 이메일로 연락을 주고받았던, 아무튼 최근에 연락한 친구일수록 더 가까운 친구로 평가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러한 마지막 접촉 시간 효과는 가족이나 친척 간에서보다 친구 간에 더 크게 나타났다. 원숭이들의 털 골라주기와 인간의 대화는 정말 비슷한 역할을 하는지도 모르겠다.

우정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

따뜻한 체온을 맞대고 도란도란 털을 골라주며 우정을 키우는 원숭이들이 오히려 더 인간미 넘치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털 고르기 대신 대화로 우정을 키울 수 있게 된 것은 우리 조상뿐만 아니라 바쁜 현대인에게는 더욱 다행한 일이다. 그동안 인생살이 바쁘다는 핑계로 한참 연락하지 못했던 죽마고우에게 일단 안부 전화라도 한 통 해보자. 좋은 친구라면 먼저 연락해주어서 고맙다며, 안 그래도 잘 지내나 연락해보려고 하고 있었다며 당신의 전화에 기뻐할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무릇 친구, 특히 베스트 프렌즈라 함은 모든 것을 함께하는 친구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갈수록 어쩌면 좋은 친구란 서로의 삶의 단계를 이해해주고 잠시 마음의 여유가 없는 시기를 묵묵히 기다려 줄 수 있는 친구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괴테가 말하고자 하는 것도 이런 친구가 아닐까?

"산, 강 혹은 도시만 떠올린다면 이 세상은 너무 공허할 것이다. 비록 서로 멀리 떨어져 있을지라도 여기저기서 우리와 함께 생각하고 느끼는 그 누군가와 우리가 영적으로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깨닫는다면 지구는 사람 냄새 나는 정원처럼 느껴질 것이다."
-요한 볼프강 폰 괴테-


진정한 우정을 다룬 영화 셋

언터처블 : 1%의 우정

불의의 사고로 전신불구가 된 백만장자 필립. 어느 날 그와는 정반대로 가진 거라곤 건강한 신체뿐인 무일푼 백수 드리스를 만나게 된다. 거침이 없고 자유분방한 성격을 지닌 드리스에게 호기심을 느낀 필립은 그에게 특별한 내기를 제안한다. 2주간 자신에게서 한시도 떨어지지 않고 간호를 하며 버틸 수 있는지 시험해보겠다는 것. 참을성 없는 드리스는 오기가 발동해 엉겁결에 내기를 수락하고, 전혀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두 남자의 동거가 시작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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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북

1962년 미국, 입담과 주먹만 믿고 살아가던 토니 발레롱가는 천재 피아니스트 돈 셜리 박사의 운전기사 면접을 보게 된다. 백악관에도 초청되는 등 미국 전역에서 콘서트 요청을 받으며 명성을 떨치고 있는 돈 셜리는 위험하기로 소문난 미국 남부 투어 공연을 떠나기 위해 투어 기간 동안 자신의 보디가드 겸 운전기사로 토니를 고용한다. 생각, 행동, 말투, 취향까지 달라도 너무 다른 두 사람은 그들을 위한 여행안내서 '그린북'에 따라 특별한 여행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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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 윌 헌팅

어린 시절 학대의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윌은 반복되는 입양과 파양의 경험으로 절친인 처키 외에는 누구에게도 마음을 열려 하지 않는다. 천재적인 두뇌를 가졌지만 제대로 된 교육을 받지 못해 MIT에서 청소부로 일하고 있는 윌. 어느 날 복도 벽 칠판에 쓰여 있는 수학문제를 단숨에 풀어내고 있는 그의 재능을 알아본 수학과 교수 램보는 친구인 심리학 교수 숀에게 그의 상담을 부탁한다. 숀과의 만남이 거듭될수록 윌의 닫혔던 마음에는 조금씩 틈이 생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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