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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후위기는 평등하지 않다
이진우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

writer임영현

photographer한상훈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9월 19~23일 기후정의주간,
9월 24일 기후정의행진에 앞서 책 <아주 구체적인 위협>을 냈다.
7명의 저자 중 ‘정의의 눈으로 보는 기후위기’를 쓴 이진우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을 만났다.
9월 24일 열린 기후정의행진에서 시민들은 “기후재난, 이대로 살 수 없다”를 슬로건으로 기후위기에 대한 목소리를 냈다. 이들은 기후위기를 야기한 기업과 자본, 정치인 등에 책임을 묻고, 자신들이 기후위기 해결의 대안이 되어 “기후위기 시대, 모두가 존엄하게 살아갈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것”이라고 선언했다.
유네스코한국위원회가 기획한 <아주 구체적인 위협>은 기후위기가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니라 개인의 일상에 아주 구체적인 위협을 가하고 있음을 종합적으로 보여주면서 기후변화 대응을 실천하는 ‘기후시민’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 책의 공동 저자로 참여한 이진우 전 에너지기후정책연구소 부소장은 대학생 때 학생운동을 하면서 인권 문제와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갖게 됐다. 졸업 후 환경단체 활동가로 일하며 2002년 제8차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8)가 열린 인도 뉴델리를 방문했고, 빈민촌에서 사람들이 환경 문제와 기후변화로 인해 얼마나 고통받는지 목격할 수 있었다.
“2002년 인도 빈민촌 방문을 계기로 앞으로 핵심은 기후 문제와 정의의 문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이후 에너지 문제와 함께 정의의 관점에서 기후 문제를 고민하는 작업들을 지속해 왔다.
“기후 문제를 환경의 문제만이 아니라 정의의 입장에서도 봐야하는 이유는 기후위기를 만든 책임과 기후위기로 인한 피해가 동등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현재 기후위기를 일으키는 온실가스의 거의 대부분은 제3세계가 아닌, 선진국들이 배출했습니다. 전 세계 상위 10개 국가가 전체 온실가스 배출의 70% 정도를 담당합니다. 우리나라도 여기에 포함되고요. 한 국가 내에서도 가난한 사람들이 더 많은 피해를 입을 수밖에 없기 때문에 기후 문제에 있어 누가 더 많은 책임을 져야 할 것인지, 그리고 누가 보호받아야 할지는 아주 중요합니다. 기후정의 운동은 환경정의 운동의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아주 구체적인 위협>은 저자들이 지난해 ‘유네스코 기후변화 수요토크’를 온라인으로 진행했고, 이를 집필 과정에 반영했다는 특징이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온라인으로 미래 독자들을 만날 수밖에 없어 아쉬웠습니다. 유튜브 유네스코한국위원회 채널에 ‘유네스코 기후변화 수요토크’ 영상이 올라와 있으니 관심 있는 분들은 찾아봐 주셔도 좋을 것 같아요.”
이진우 전 부소장이 유네스코한국위원회로부터 저자 참여 요청을 받아 집필을 시작하면서 가장 크게 느낀 감정은 ‘안타까움’이었다.
“이번에 집필을 하면서 과거 기후변화 또는 기후정의 관련 데이터들을 새롭게 업데이트했는데, 훨씬 더 심각해졌어요. 하루하루 다르게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었습니다. 기후위기는 온실가스 배출을 많이 한 선진국보다 그렇지 않은 제3세계에 더 위험한 영향을 끼칩니다. 이들은 기후위기 대응에 취약할 수밖에 없어요. 가령 태풍이 닥친다면 이들에게는 ‘생존의 문제’가 되거든요. 전 세계적으로 시급한 대응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하게 됐습니다.”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의 절반 이상을 기업들이 차지한다. 철강, 시멘트, 정유, 석유화학 등 생산 과정에서 온실가스를 다(多)배출할 수밖에 없는 산업들이 기간산업으로 자리 잡으며 우리나라는 전 세계적으로도 악명 높은 온실가스 다배출구조가 만들어졌다. 그러나 기업들이 온실가스를 더 많이 배출한다고 해도 개인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워지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가령 우리가 가정에서 쓰는 전기 등은 석탄 화력 발전소 등의 배출량으로 분류되지, 가정의 직접 배출량으로 잡히지 않는다. 우리는 마을에서 잘사는 10명 중 한 명으로서, 마을을 지켜야 할 의무가 있다. 그것이 ‘기후정의’다.”
- <아주 구체적인 위협>
‘정의의 눈으로 보는 기후위기’ 중에서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화석연료 사용을 빠른 속도로 줄여야 합니다. 화석연료 사용을 줄인다면 연료비가 올라가겠죠. 그러면 에너지 복지 대책을 통해 저소득층들을 지원해야 합니다. 천연자원 채굴을 당장 멈춰야 한다는 일각의 목소리도 존재합니다. 그런데 지금 당장 모든 것을 멈추라고 한다면 약자에 대한 폭력이 될 수 있거든요. 특히 사회적 약자와 관련된 분야에서는 단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그는 책에서 기후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에너지 민주주의’를 이야기한다.
“세계 각국은 지구 평균온도 상승을 막기 위해 탄소 중립 달성 목표를 제시하고 있습니다. 각국 정부에서는 경제적인 문제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보니 목표 자체가 소극적인 편이에요. 정부를 적극적으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중요합니다. 시민들이 나서 온실가스 감축에 대한 부담을 질 테니 정부가 그만큼 어울리는 온실가스 감축 목표를 제시하라고 지속적으로 요구해야 합니다.”
무엇보다 이진우 전 부소장은 기후위기가 북극곰만의 문제가 아니라고 강조했다.
“기후위기를 단순히 북극곰이 겪는 문제로 보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이미 세계 사람들은 기후위기로 인한 문제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가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제3세계가 겪는 어려움이 우리에게 올 것입니다. 정의의 관점에서 제3세계를 지원해야 합니다. 기후 문제는 사람의 문제이고, 우리 사회 평등과 정의의 문제라는 데 관심을 갖고 이 책을 읽어주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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