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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린과 디지털의 만남
ESG 경영에서 발하는 시너지 효과
‘탄소중립’이라는 가치 아래 그린대전환과 디지털대전환이 동시다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바야흐로 슈퍼대전환의 시대이다.
생존을 위한 필수요소 ESG를 위해 발휘되는 이 두 가지 전환은 어떤 시너지를 낼 수 있을까.

글. 김택환 경기대학교 산학협력단 교수

생존을 위한 두 가지 변화

지구온난화로 인한 탄소중립은 지구 및 인간 생존의 필수조건이 되고 있다. 기후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탄소중립(Net-Zero) 달성을 위한 에너지 및 산업의 그린전환이 필수 불가결해졌다. 그린전환을 대표하는 키워드 중 하나가 ESG 경영이다. 수익창출을 넘어서는 ‘비재무적 가치’에 대한 대표적인 평가 지표가 ESG라고 볼 수 있다.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Bill Gates)가 자신의 저서 『기후재앙을 피하는 법(How to avoid a climate disaster)』에서 강조한 것처럼 기후재앙의 시대에 대비하기 위해 세계적으로 ESG 경영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일반기업은 물론 행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 학교 등도 관심을 보이는 추세다. 세계경제 10위권으로 부상한 대한민국 또한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공급망실사제도, 미국의 인플레이션감축법(IRA) 등 규제를 넘어 지속성장·수출을 위해 ESG 경영이 중요해지는 실정이다.
탈탄소를 지원하는 또 하나의 시대 전환은 디지털전환이다. 오늘날 디지털전환과 ESG 경영을 ‘트윈 트랜스포메이션’이라고도 부른다. ‘ESGDX’라는 신조어도 생겨났다. ESG 경영에 디지털을 접목해 효율성을 높이는 동시에 결과에 대한 정확성·객관성·투명성·신뢰성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중심인 디지털전환 시대에 데이터 축척과 활용의 중요성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지구온난화에 대비하는 그린대전환과 인공지능에 기반하는 디지털대전환이 맞물려 돌아가는 형태다. 디지털대전환과 그린대전환의 융합을 ‘빅 싱’(Big Thing)이라고 부른다.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기 때문이다.

지구를 위한 여러 나라의 노력

독일 등 주요 국가들은 2030년까지 최소 40% 이상 탄소감축 목표를 수립해 실천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해 세계 137개국이 2050년까지 탄소중립을 선언한 가운데 ESG 경영이 중심에 서 있다. 독일은 5년 앞당겨 2045년까지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했다. 국내외 글로벌 기업인 미국의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독일의 지멘스, 벤츠, 한국의 삼성전자, SK텔레콤 등은 앞다투어 ESG 경영과 디지털전환을 융복합해 실천하고 있다. 나아가 독일과 EU 등 선진국은 ESG 관련 법제를 도입해 실사에 나서고 있다. 독일 공급망실사법이 대표적이다.
ESG 경영이 추구하는 목표는 다섯 가지로 지속가능 사회, 건강 사회, 안전 사회, 스마트 사회, 투명한 거버넌스 등이다. 전경련이 500대 기업들을 대상으로 ESG에 대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ESG의 가장 중요한 이슈로 E(환경) 82%, S(사회) 9%, G(지배구조) 9% 순으로 나타났다. 환경 이슈의 경우 탄소 배출량 감축 47.0%, 신재생 에너지전환 17.1%, 친환경 기술개발 17.1%, 대기‧수질 오염관리 9.7%, 순환경제 활성화 9.1% 등 순으로 나타났다.
선진국과 일류기업들이 ESG 경영을 선도적으로 주도하고 있는 배경은 무엇일까? 온난화로 인해 지구가 파국으로 치닫지 않기 위함이다. 2015년 파리에서 열린 21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에서 195개국이 참여해 ‘파리기후협약’을 채택했다.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 평균온도가 2℃ 이상 상승하지 않게 온실가스 배출량을 단계적으로 감축하는 내용이 골자다. 온난화로 인한 홍수, 폭염, 기후변화 등 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탈탄소라는 ESG 경영을 추구하게 되었다.
독일의 아날레나 베어보크 외교부장관은 “중국 신장 위구르와 홍콩에서 인권탄압으로 생산되는 제품을 독일은 수입하지 않겠다.”라며 강하게 비판해 ESG와 연관된 공급망실사법의 중요성이 부각되었다. 독일은 2021년 7월에 ESG와 관련된 ‘공급망실사법’(LkSG : Lieferkettensorgfaltspflichtengesetz)을 제정해 올해부터 시행 중이다. 인권보호와 환경보호 강화에 초점을 둔 법이다. 국내외 기업의 종사자 3000명 이상의 모든 기업에 적용되고, 한국기업과도 무관치 않다. 전경련은 수백 개 한국기업이 연관될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이 법은 2024년부터 종업원 수 1,000명 이상 기업으로 대상이 확대된다. 인권침해 관련 아동노동, 현대판 노예제, 강제노동, 차별금지, 산업안전 보호, 적절한 임금 미지불 등 11가지 유형과 사람·환경에 유해한 물질 사용 등 환경에 관한 내용이 중심이다. 기업의 실사는 본청, 하청, 그리고 간접공급업체까지 적용된다. 기업 책임이 전체 공급망에 걸쳐 있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주무관청은 독일 연방수출통제청이다. 기업은 해마다 보고해야 하고 일반에 공개한다. 실사법을 위반한 기업은 전 세계 총매출 기준 4억 유로를 기준으로 벌금이 차등화된다.
EU는 올해 탄소감축 등 환경 관련 규제 43개를 대폭 확대 도입했다.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대표적이다. EU로 수입되는 제품이 생산되는 과정에서 발생한 탄소 배출량만큼의 비용을 관세로 부과하는 제도다. CBAM이 2026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한국 철강·화학업계도 단계별로 연간 수백억~수천억 원의 비용을 추가로 부담할 수 있다. 또한 EU는 공급망 실사 지침 외에도 플라스틱세 등 전방위적으로 환경 규제에 나서고 있다. EU 조치에 한국기업들은 부담을 느끼고 있지만, 오히려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포스코나 LG화학의 경우 중국과 인도 기업을 제치고 유럽을 선점할 기회라고 판단한다. 수소환원제철 등 일찌감치 탄소저감 기술개발에 나섰기 때문이다.

그린과 디지털, 낯선 조합이 발휘하는 시너지

우리 정부와 기업은 어떻게 ESG 경영에 대처하고 디지털전환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을까? 먼저 독일 정부처럼 한국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 대처하는 방안이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가 독일·유럽의 공급망 실사에 대응해 ‘K-ESG 가이드라인’ 제시했다. 우리의 경우 글로벌대기업과 중소기업 간 격차가 크기 때문에 대기업이 키다리 아저씨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정부가 제도적으로 유인하는 정책, 중소기업을 위한 대기업의 ESG 기금에 세제 혜택을 주는 방안을 들 수 있다.
글로벌 일류기업들은 ESG 경영과 디지털전환 시너지 전략에 적극적이다. 미국의 애플은 20년 후 100% 에너지 자급, 여성임원 비율을 40% 이상으로 높인다는 목표로, 구글은 100% 재생에너지를 사용한다는 원칙을 세워 차근차근 실행하고 있다. 한국의 삼성전자는 2027년까지 폐기물 제로와 더불어 2030년까지 디지털전환을 통한 탄소중립을 목표로 내걸었고, KT는 넷 제로와 RE100 달성을 위해 ABC 기술, 즉 인공지능, 빅데이터, 클라우드 기술을 적극 활용해 달성하겠다는 의지를 보인다.
또한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ESG 경영을 구현하는 방안으로 친환경에너지를 활용하는 ‘탄소제로빌딩’과 ‘스마트공장’ 등을 들 수 있다. 디지털네트워크 기술로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을 통제할 수 있고, 전자문서 사용을 통해 종이 없는 근무환경을 조성해 친환경에 기여할 수 있다. 나아가 디지털 문서 및 디지털 증명서를 통해서 종이 없는 환경을 만들 수 있다. 디지털기술을 활용한 친환경 전략으로 데이터센터 서버 등의 에너지 절감, 가전이나 기기의 저전력화도 중요하다. 특히 가전업계는 친환경·저전력 사용 기기가 호평을 받고 있다. 사물인터넷과 연계된 스마트홈이나 스마트도시 역시 친환경과 직접 연관이 있다. 나아가 디지털전환은 ESG 경영의 사회적 책임과 연관된 가짜정보 검증, 인공지능 윤리 확립, 개인정보 보호에도 적극 활용 중이다. 또한 디지털전환은 ESG의 핵심요소인 거버넌스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 디지털기술로 내부감사의 질을 높이고, 주주 간 소통을 강화할 수도 있다.
국내외 일류기업들 모두 탈탄소를 위한 ESG 경영에 디지털전환 기술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ESG 경영 방면에서 디지털기술은 환경·에너지 분야 기술 발전뿐만 아니라 친환경 사회·탄소중립사회 구축에 핵심 역할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