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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REPORT 2

음모론의 역사

내가 모르는 불행의 이유를
타인에게서 찾다

음모론의 역사

음모론은 통신망을 타고 순식간에 퍼지는 오늘날뿐 아니라 과거에도 끊임없이 제기되어 왔다. 한층 더 복잡해질 미래에도 새로운 음모론이 등장할 것이다. 음모론은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의 원인을 찾으려는 인간에 의해 싹트고, 인간의 경계심을 자양분 삼아 성장한다.

[글 편집실]

비밀스런 조직이 세계를 조작한다?

빌 게이츠가 2015년 TED 강연에서 “앞으로 몇 십년간 만약 무엇인가 천만 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인다면, 그것은 아마도 전쟁이 아니라 매우 전염성이 강한 바이러스일 것”이라며 다음 전염병의 출현을 언급해서 일까. 빌 게이츠가 코로나바이러스를 만들어 퍼뜨렸다는 루머가 등장했다.

음모론이란 큰 사건의 배후에 권력이나 조직이 있다고 여기며 퍼지는 소문을 말한다. <음모론>(얀-빌헬름 반프로이엔 저)에서는 음모론을 “비합법적이거나 악의적이라고 인식되는 숨겨진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여러 행위자가 비밀리에 합의하여 협력하고 있다는 믿음”으로 정의한다.

2008년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가 세계 10대 음모론을 소개했다. 미국의 9·11 테러 조작 또는 자작, 네바다 주 51구역 외계인 기지 존재, 엘비스 프레슬리 생존, 실제 달에 가지 않은 아폴로 11호, 실존 인물이 아닌 셰익스피어, 예수의 결혼, 파충류 외계인의 지구 지배, 특정 인종을 몰살시키기 위해 개발한 에이즈, 존 F. 케네디 암살 배후, 다이애나 왕세자비 암살 의혹 등이다.

음모론의 역사적 탄생

음모론은 언제 등장했을까? 뇌과학자 김대식 카이스트 전기 및 전자공학부 교수는 책 <김대식의 키워드>에서 음모론의 역사적 탄생을 고대 로마인들이 던졌던 “쿠이 보노(cui bono)?”라는 질문이라고 이야기한다. 쿠이 보노란 “누구에게 이익인가?”를 의미한다. 기원전 80년, 키케로는 “쿠이 보노?”를 외치며 로스키우스 살인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된 아들 로스키우스 2세의 무죄 판결을 이끌었다. 키케로는 로스키우스 2세가 존속살해로 얻는 이익이 없기 때문에 범죄 동기가 없다고 변론했다.

전염병을 창궐하면 이를 신이 인간에게 주는 벌이라고 믿거나 특정 집단을 희생양으로 삼는 사람들이 존재했다. 중세 유럽에 흑사병이 퍼지자 유대인들이 우물에 독을 풀어 병이 발생했다는 근거 없는 소문이 등장했다. 이런 소문은 유대인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졌고, 개종을 강요하기도 했다.

1993년 첫 방영한 드라마 ‘엑스파일(The X-Files)’은 외계인과 초자연현상을 다루며 신드롬을 일으켰다. “진실은 저 너머에 있다”는 명대사처럼 FBI 특수요원 멀더는 스컬리와 함께 은폐된 진실을 파헤친다.

음모론의 역사

“음모론은 뇌가 일으킨 인지적 착시현상”

음모론에는 ‘엑스파일’에서 멀더가 지구를 침략하려는 외계인에 협력한 신디케이트라는 조직과 싸웠던 것처럼 ‘우리’와 다른, 우리를 통제하고 이용하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 ‘그들’이 있다.

<음모론>의 저자 얀-빌헬름 반 프로이엔은 “사람들이 정치에서 소외되었다고 강하게 느낄수록 정치 관련 음모론을 믿을 가능성이 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그 이유에 대해 “정치에서 소외되었다고 느끼는 사람들은 정치가를 ‘우리’가 아닌 ‘그들’로 인식하기 때문”이라고 이야기한다.

끊임없이 음모론이 등장하는 이유는 인간이 이유와 원인이 없으면 존재 자체의 의미가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김대식 카이스트 교수는 “대부분의 음모론은 이해할 수 없는 현실을 설명하기 위해 뇌가 일으킨 인지적 착시현상”이라고 설명한다. 예를 들어 농사를 망쳤을 때 유대인 때문이라는 소문이 돌았고, 흑사병이 유럽을 공포로 몰아넣었을 때 유대인이 우물에 독을 풀었다는 이야기가 들렸으니 인류의 위기 뒤에는 유대인의 음모가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 이르게 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