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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초’ LNG 냉열 활용 액화수소 메가스테이션 구축한다

챔피언의 원동력 :
원 팀을 만드는
팀워크의 힘

“저 팀은 길 가던 사람을 감독으로 앉혀놔도 당연히 우승할 거 같은데?”, “감독이 정말 편하겠군.” 4회 연속 올림픽 금메달을 거머쥔 미국 농구대표팀을 바라보며 팬들은 저마다 한 마디씩 던졌다. 미 프로농구(NBA)를 주름잡는 슈퍼스타들이 포진해있는데, 굳이 감독이 필요하겠냐는 의미였다. 하지만 미국 대표팀은 어느 나라보다도 감독이 필요했던 팀이었다. 코트 위에서 각자 장점을 발휘하고, 또 이를 위해 다른 누군가가 차례를 기다리며 희생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했다. 또, 나에게도 기회가 올 것이고, 이렇게 힘을 합치면 금메달을 딸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줘야 했다.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미국은 그 어려운 과정을 이겨내며 올림픽에서 또 한 번 가장 높은 무대에 섰다.

[글 손대범 KBS·KBSN 농구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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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표팀의 별칭은 ‘드림팀(Dream Team)’이다. 꿈에서나 볼 수 있는 호화 멤버들로 구성된 팀이란 의미다. 마이클 조던과 매직 존슨, 래리 버드 등이 뭉친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처음 사용되었는데, 이후에도 미국 대표팀이 구성될 때면 미디어는 ‘드림팀’이라 부르는 걸 주저하지 않는다. 2020 도쿄올림픽에서도 케빈 듀란트와 대미언 릴라드, 데빈 부커 같이 이름값 높은 스타들이 뭉쳐 눈길을 끌었다. 팬들은 실력자들이 뭉쳤으니 상대를 가볍게 제압하리라 예상했다. 하지만 출발은 어려웠다. 몇 수 아래로 꼽히던 나이지리아에 덜미를 잡히더니 라이벌 호주에게도 연습경기에서 패했다. 올림픽 본선이 시작된 뒤로도 미국은 한동안 불협화음에 시달렸다. 처음 손발을 맞추다보니 어색했던 탓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인해 예전처럼 연습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 실수가 속출하자 급기야 ‘미국의 우승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망도 나왔다.

코칭스태프와 선수들이 이때 집중했던 것은 훈련이 아니라 ‘서로를 알아가는 것’이었다. 아무리 뛰어난 개인이 5명 있어도 호흡이 맞지 않으면 시너지 효과가 날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성격이 어떤지, 무엇을 잘 하는지 이야기했다. 덕분에 미국은 8강 토너먼트가 시작되자 언제 그랬냐는 듯, 상대를 제압했고 마침내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듀란트의 폭발적인 득점력이 팀을 이끈 가운데, 서로 패스하고 스크린을 걸어주고, 수비에 열중했다. 연습경기에서는 그토록 안 맞던 플레이가 결승에서는 깔끔하게 연결됐다. “그래, 이거야!” 선수들은 하이파이브하고 포효했다.

이런 과정은 미국 대표팀에 낯설지 않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부터 2021년 8월에 이르기까지, 대표팀은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중시했다. 연봉을 200~300억씩 받는 대스타들이다보니 자존심도 내려놓을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국가대표팀이 소집될 때면 코칭스태프는 식사 시간부터 챙겼다. 옹기종기 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성격과 스타일을 알아가자는 것이다. 지휘봉을 잡은 그렉 포포비치 감독은 와인 애호가로 유명하다. 선수들이 식사마다 와인을 직접 고르게 해서 그 와인을 왜 좋아하는지 이야기하게 했다. 이것이 하루하루 반복되는 과정에서 선수들도 공동체 의식을 갖게 된다는 생각이었다. 감독의 의도는 적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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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포비치의 남다른 접근법

포포비치 감독은 미국 대표팀 감독이기에 앞서 샌안토니오 스퍼스 농구단의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1996년에 샌안토니오 감독을 맡은 뒤 20년이 넘도록 한 팀만 지도하고 있다. 성적이 절대 기준이 되는 냉정한 비즈니스 세계에서 20년 넘게 한 팀을 이끈다는 건 그야말로 경이로운 기록이 아닐 수 없다. 그 사이 샌안토니오는 5번 우승했고, 그는 통산 1,310승을 거두었다. 성적의 비결은 ‘팀워크’다. 핵심 멤버들이 자기만 고집하지 않고, 하나로 똘똘 뭉친 이른바 ‘원 팀’을 만들었다. 자신이 몇 점을 덜 넣더라도 팀을 위해 헌신하고, 본인의 출전시간이 줄어들더라도 팀 사정을 이해했다. 20년이 넘는 세월 동안 돌연변이가 안 나타났던 것은 아니지만 그때마다 큰 잡음을 잠재울 수 있었던 것은 ‘원 팀’으로 구축된 특유의 팀 문화 덕분일 것이다. 이 팀이 특별한 이유는 또 있다. 바로 ‘미국 농구’ 무대에 다국적 유망주들이 녹아들게 만든 것이다. 샌안토니오에는 아르헨티나, 프랑스, 슬로베니아, 터키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선수들이 많았는데 이들이 어색하지 않도록 프랑스 요리 전문점을 가서 문화를 공유한다거나, 아르헨티나산 와인을 가져와 함께 마시며 향수병을 달래고 선수들에게도 자기 이야기를 할 기회를 주었다. 이렇게 밖에서부터 형성된 팀워크가 있었기에 샌안토니오는 한결같은, 그러나 그 안을 들여다보면 매 시즌 새로운 장점들이 발견되는 문화를 만들었다.

사실, 포포비치 감독이 미국 대표팀을 맡았을 때, 사람들은 포포비치의 방식에 대해 반신반의 했다. 샌안토니오처럼 문화에 녹아들게 하는 방법은 꽤 긴 시간이 걸릴 뿐 아니라 슈퍼스타들이 워낙 많아 다루기가 쉽지 않으리라 봤던 것이다. 게다가 코로나19로 예전처럼 대화도 마음대로 못 하는 상황이었다. 실제로 연습경기를 지고, 팀워크가 안 맞을 때도 같은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선수들은 포포비치의 방식을 이해했고, 서로를 인정하고 양보함으로써 농구 최강국의 자존심을 지킬 수 있었다.

팀워크를 위한 ‘코치 K’의 신념

포포비치의 전임 감독인 마이크 슈셉스키 감독도 같은 방식을 사용했다. 슈셉스키(Krzyzewski)는 발음도, 철자도 너무 어려워 주로 ‘코치 K’라고 더 자주 불린다. 이니셜 'K'에서 따온 별명이다. 평생을 대학 농구에서만 활동했는데, 2015년에 미국 대학농구 역사상 최초로 1,000승을 돌파하기도 했다. 슈셉스키는 2004년부터 미국대표팀 지휘봉을 잡아 2016년까지 올림픽 금메달 3개, 농구월드컵 금메달 2개를 거머쥐었다. 선수들은 그의 소통 방식을 좋아했다. ‘내 편’임을 강조하며 마음을 녹인다는 것이다. 코치 K는 “위대한 팀을 만드는 근본 요소는 소통, 신뢰, 공통 책임, 배려, 자부심의 다섯 가지가 있다. 이는 다섯 손가락과도 같다. 어느 하나도 중요하지 않은 게 없다. 다섯이 합치면 그야말로 천하무적이다”라는 말을 남겼다. 소통은 신뢰를 낳는다. “내가 어느 타이밍에 어디로 가면 저 친구에게서 패스가 반드시 올 거야”라거나, “내가 슛을 놓치더라도 저 친구가 리바운드를 잡아줄 거야” 같은 플레이가 만들어지는 시발점이기도 하다. 나보다 슛을 더 잘 넣는 선수가 옆에 있을 때 배려해주는 것도 결국 그 플레이가 팀을 승리로 이끌 것이라는 믿음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이렇게 해서 팀이 1승, 1승을 쌓으면, 이 팀은 ‘함께 하니까 우리가 해냈어!’라는 자부심을 갖게 된다.

그런데 이런 것들이 완성되기 위해서는 코트 위 다섯 명뿐 아니라, 코트 밖에서 ‘언제 내 이름을 불러주나’하며 기다리는 벤치멤버들도 역할을 해주어야 한다. 학생이라면 주로 저학년들, 프로팀이라면 주로 저연차 선수들이 해당된다. ‘감독님이 나를 싫어하시나?’, ‘도대체 나에게는 왜 기회가 안 오지?’라 생각하며 궤도에서 이탈하는 선수들이 있다. 이런 선수들이 2명만 되어도 그 팀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부정적인 에너지는 전염되기 때문이다. 안 되는 팀의 특징은 바로 이런 부정적인 기운을 가진 선수들이 팀 성적이나 경기력에 대한 관심을 끊고, 잡생각을 한다는 것에 있다. 반면 팀워크가 좋은 팀은 동료가 한 골을 넣으면 내가 넣은 듯이 호들갑을 떨며 기뻐한다. 2015년부터 4년 연속 NBA 결승에 진출했던 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가 그랬다. ‘에이스’ 스테픈 커리부터 모두가 세리머니를 하며 축제의 장을 만들었다.

스타를 영입해도 이에 따른 효과를 전혀 누리지 못하는 팀들은 팀워크부터 살펴봐야 한다. 구단주와 팬들은 ‘1+1 = 2’가 아니라 ‘3’이 되어주길 바라지만, 효과가 오히려 마이너스가 나올 때도 있다. 앞서 말했듯, 스타들이 함께 하다 보니 서로 공을 더 오래 갖고 있으려 하고, 더 주목을 받고 싶어하다보니 나타나는 부작용이다. 선수들은 어릴 때부터 운동을 배우며 ‘팀워크’가 얼마나 중요한지 배운다. 아마 모르는 사람이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워크를 완성시키는 팀은 손에 꼽을 정도다. 스타는 물론이고, 10여 명의 구성원 모두가 같은 방향을 바라보고 같은 이상을 갖는 일은 그만큼 쉽지 않은 작업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래서 소통, 신뢰, 공통 책임, 배려, 자부심의 다섯 가지 요소를 갖춘 챔피언들이 더 위대해 보이는 것일 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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