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봉계주(筆鋒繼走)

우리 집 막내
희동이

writer중부안전건설단 충남안전건설사무소 김시은 직원

커다란 덩치만큼 귀여움 두 배,
우리 개 희동이
희동이는 우리 집 막내이고 우리 집 반려동물이다.
유난히 우울한 시기에 있던 아빠를 위로하기 위한 선물로 데려와 가족이 되었다. 정보도 준비된 마음가짐도 없이 무작정 데려온 것이 지금 생각하면 아찔하지만, 초보 가족 품에서도 알아서 건강히 튼튼하게 잘 커준 기특한 강아지다. 이름이 희동이라 사람들이 흰 개를 생각하는데, 갈색 뚱뚱이 푸들이다. 커다란 덩치만큼 귀여움 두 배이다.
자기 종족보다도 인간을 더 좋아하고 가족을 정말 의지하는 희동이를 보면 개라는 동물에 대한 측은지심이 절로 들고 세상에 주인 없는 개들이 너무 가엾게 느껴진다. 그리고 때로는 나도 개가 되고 싶다. 아무것도 안 해도 가족들에게 사랑받고 먹고 자고 놀고…. 정말 개팔자가 상팔자다.
강아지는 의사를 존중해줘야 할 존재
우리 아빠는 개를 2년 이상 키워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시골에서는 마당 개를 키우다 어느 정도 크면 다 개장수에게 팔았다고 한다. 그래서 개가 이렇게 똑똑하다는 걸 희동이를 키우면서 처음 알게 되었다고 하셨다.
우리 집 사람들도 본래 길에서 옷 입고 다니는 개를 보면 혀를 끌끌 차고, TV에서 반려견이라는 표현이 나오면 정색했다. ‘죽은 사람을 해부하니 개털이 폐에 잔뜩 껴있더라’를 철썩 같이 믿는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이제 유모차 타고 다니는 강아지를 보면, 노견이거나 어디가 불편한 강아지구나 싶고 그렇게라도 콧바람 쐬어 주고 싶은 견주 생각에 괜히 뭉클해한다.
강아지를 키우면서 알게 된 점은 동물이라고 해서 내 입맛에 맞게 길들이고, 훈련시켜야 할 소유물이 아니고 의사를 존중해줘야 할 존재라는 점이다. 희동이도 희동이의 의사가 있다. 희동이가 가고 싶은 산책길이 있고, 희동이가 쉬고 싶은 장소가 있고, 희동이가 함께 놀고 싶은 사람이 있다. 사람 위에 개 있는 것 같지만 인간은 만물의 영장이라는데, 강아지 기분 맞춰주는 게 어려운 일인가? 절대 아니다.
한편, 희동이를 키우면서 생명의 경이로움도 많이 느꼈다. 이 털뭉치가 이렇게 행복을 안겨주는데 ‘나중에 내 아이를 낳는다면 내 배 아파서 낳은 아이는 얼마나 예쁘고 소중할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또, 강아지를 키우는 건 자라지 않는 아이를 돌보는 것처럼 손이 많이 가는 일이지만, 털뭉치가 뛰어다니고 고개를 갸우뚱하고 놀자고 조르는 액션 하나하나가 대화의 소재가 되어서 집안에 웃음과 대화가 많아진다.
이름을 잃은 강아지들
대학 재학 중 한동안 유기동물 보호센터에 봉사활동을 다녔다. 인기 있는 품종견들은 금세 새 주인을 만나지만 품종이 없는 강아지들은 센터에 머물다가 어느 날 사라지고는 했다. 센터 재량으로 공고기간을 넘긴 유기견들도 돌보지만, 새로운 유기견들은 계속 들어오고 케이지와 일손은 부족해 오래 지낸 개들을 안락사 시키는 일을 피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전에는 길에서 떠도는 유기견을 만나면 바로 센터에 연락했는데, 센터 봉사를 다닌 뒤로는 늘 고민이 된다. 제일 좋은 방법은 입양처를 찾아주는 거겠지만, 임시 보호가 여의치 않을 경우에는 센터로 보내진 유기견들이 돌봄은 받지만 좁은 케이지 안에서 몇 주간 지내다가 안락사당하는 것을 생각하면 차라리 길에서 자유롭게 생활하다가 죽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도 든다. 어느 쪽이든 마음이 아픈 일이라, 세상에서 강아지 개체 수가 아주 적거나 귀한 동물이 되어서 버려진 강아지가 사람을 그리워하는 일이 사라졌으면 좋겠다.
네 가구 중 한 가구는 반려동물을 키운다고 한다. 반려동물에 대한 긍정적 인식 확산과 동물학대에 대한 사회적 공분, 엄격한 처벌 확대 등이 다행이라 여겨지는 한편 동물의료지원과 관련된 방침도 확대되어 동물들이 보호받고 인간과 더불어 행복한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
다음호 필봉계주(筆鋒繼走)의 주인공은 삼척기지본부 시설보전부 민예서 직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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