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 Trip

SSG 랜더스 그리고 롯데 자이언츠 올시즌 가을야구에서 만납시다
승부욕과 설렘이 공존하는 야구장. 플레이 하나하나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지켜보고,
팬들과 함께 응원하며 후끈 달아오르는 분위기까지 온몸으로 만끽할 수 있는 직관의 매력은 끝이 없다.
가을야구를 앞두고 열 개구단이 엎치락뒤치락하며 순위 다툼에 한창인 이때, KOGAS인들은 어느 팀을 향해 열띤 응원을 보냈을까.

글. 백미희
사진. 김범기(SSG 랜더스), 박재우(롯데 자이언츠)

첫 번째 여행 가이드인천기지본부 관리부 신용준 사원, 양성실 사원

인천 SSG랜더스필드

2022년도 우승팀의 영광을 올해도 이어가기 위해 고군분투 중인 SSG 랜더스. 이들의 전신인 SK 와이번스 시절부터 팬이었던 친구 덕분에 직관의 참맛을 알게 됐다는 신용준 사원이 직장선배이자 친구인 양성실 사원과 함께 홈구장인 인천문학경기장 SSG 랜더스필드를 찾았다.

오늘의 직관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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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 따라 직관 간다?

인천기지본부 관리부에서 근무 중인 신용준 사원과 양성실 사원은 회사 선후배 사이로 만나 둘도 없는 친구 사이가 되었다. 4년 전, 삼척기지본부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ROTC 동기이자 동갑이라는 공감대로 빠르게 친해졌다. 2년 전, 인천기지본부에서 함께 근무하게 되면서부터는 고민을 스스럼없이 얘기할 수 있는 끈끈한 사이가 되었다고.
“서로 걸어온 길이 비슷해서 그런지, 공감대 형성이 잘 돼요. 이런 인연은 어디에서도 쉽게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요. 옆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항상 큰 위로와 의지가 되는 친구예요.”
얼마 전 양성실 사원의 권유로 함께 캠핑을 떠난 두 사람은 귀갓길에 처음으로 SSG 랜더스 직관을 함께했다. 오랜 야구팬인 양성실 사원은 그동안 자신이 응원하는 팀과 직관의 매력을 꾸준히 어필해왔다. 평소에 야구를 보긴 해도 딱히 응원하는 팀은 없었던 신용준 사원이 SSG 랜더스를 응원하게 된 데도 양 사원의 역할이 크다. 상위권에 굳건히 자리를 굳히고 있을 만큼 실력도 좋기에 직관의 맛이 꽤나 쏠쏠하다.
“저는 전주 출신인데 따로 응원하는 야구팀이 없었어요. 야구에 관심은 있어서 국가대항 경기나 한국시리즈 등 굵직굵직한 경기를 보는 정도였죠. 그런데 양성실 사원이 열렬히 응원하는 모습을 보니 흥미가 생기더라고요. 첫 직관도 성실이가 권해준 덕분에 함께하게 됐죠. 현장의 열띤 분위기를 느끼고 나니 야구가 더 재밌게 느껴지더라고요. 응원하는 팀이 생기니 몰입도 잘 되고요.” 무엇보다 SSG 랜더스가 2022년 우승팀이어서 더 마음이 놓인다며 KBO 포스트시즌까지 양성실 사원과 함께 응원을 해볼 예정이라고 전했다.

학창시절을 행복으로 채워준 나의 팀

경기장으로 가는 길목부터 SSG 유니폼을 입은 팬들이 가득하다. 머리 위로는 뜨거운 햇살이 내리쬐고 있었지만, 열정 가득한 팬들의 발길을 막을 수는 없다. 가을야구를 향해 KBO 리그 경쟁이 치열한 시기이기 때문일까? 토요일 주말, SSG 랜더스필드 입장 게이트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외야 몇 석을 제외하고는 경기장에 양 팀의 팬이 가득했다. 입장을 위해 줄을 서 있던 신 사원은 “오늘은 SSG 랜더스가 꼭 승리하길 바라요.”라는 바람을 전했다.
“사실 SSG 랜더스가 2022년에 한국프로야구 역사상 최초로 처음부터 끝까지 1위 우승을 한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 팀이라고 해서 안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공교롭게도 지난번 직관에서는 졌거든요. 그것도 14 대 3으로요. 조금 실망스러웠죠. ‘맨날 이기는 팀’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온 만큼 오늘은 기대하고 있습니다.”
양성실 사원은 홈구장인 문학경기장에 올 때마다 학창시절의 기억이 새록새록 솟아난다. 그는 SSG 랜더스의 전신인 SK와이번스가 탄생할 때부터 팬이었다. 고등학생이었던 당시에는 학생할인을 받으면 3,000원에 경기를 볼 수 있었다. 시간이 있을 때마다 경기를 보러 다녔고, 직관이 어려울 때는 DMB로 야구중계를 챙겨보곤 했다.
직관에는 유니폼이 빠질 수 없다며 신 사원이 입을 유니폼까지 준비한 양 사원. 등 뒤로 마킹된 선수는 최정 선수와 김광현 선수. 두 선수 모두 그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안겨준 특별한 선수들이다.
“지금 SSG 랜더스가 1위를 탈환하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에요.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선두를 탈환할 수 있는 가능성이 보여서 손에 땀을 쥐고 있습니다.” 사실 양성실 사원은 군대를 다녀온 뒤에는 누군가와 함께 직관을 와 본 적이 별로 없다. 작년에 결혼을 하면서 아내와 자주 직관을 오고 있는데, 친구인 신용준 사원까지 직관의 매력에 빠지니 야구 덕질 메이트가 생긴 것 같아 기분이 좋단다.

직관의 매력은 식도락?!

경기장에 입장한 두 사람은 피크닉 존에 자리를 잡는다. 잔디밭에 캠핑의자를 펼쳐놓고 치킨까지 세팅하자 나들이를 나온 기분이다. 신용준 사원이 말하는 홈구장, SSG 랜더스필드의 매력은 무엇일까?
“이곳이 다른 야구장에 비해서 크기가 좀 작아요. 그런데 작아서 구장이 한눈에 들어온다는 장점이 있어요. 아담하지만 선수들이 잘 보이거든요. 주차비가 2,000원으로 아주 저렴하다는 점과 지하철과 연결되어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토요일이면 불꽃놀이를 해서 더 기분이 좋아요.”
치킨과 음료를 세팅한 이들. 사실 야구 직관에 빼놓을 수 없는 한 가지가 바로 ‘직관 푸드’이다. “음식을 먹으며 관람이 가능하다는 점이 야구장의 매력 포인트인 것 같아요. 경기가 시작하기 전에 한 상 가득 차려놓는 재미가 있거든요. 그런데 크림새우 등의 인기 메뉴는 기다리는 시간이 길어서 경기 시작 전에 주문을 잘 하지 않아요. 보통 치킨으로 일단 배를 채운 후, 여유가 생기면 더 맛있는 메뉴를 주문하죠.”
직관 2회차인 신용준 사원은 지난 경기 때 마신 스타벅스의 SSG 랜더스필드 한정메뉴를 추천했다. “야구장까지 와서 무슨 프랜차이즈 음료냐 싶죠? 한정메뉴는 다트 체리가 들어가서 아주 맛있더라고요. 게다가 좌석번호를 티켓 이미지로 등록하면 딜리버리를 받을 수 있어서 편해요.”
음식세팅이 끝나자 비로소 진지하게 응원을 시작한다. 잔디밭에 앉아 바람을 맞으며 응원봉을 흔드는 두 사람. 푸릇푸릇한 잔디와 경기장을 꽉 메운 함성소리에 가슴이 두근거린다.

두 번째 여행 가이드경기지역본부 설비운영부 김주현 대리, 부산경남지역본부 관로보전부 손호준 대리

부산사직종합운동장사직야구장

모태 부산갈매기인 두 사람이 사직야구장을 찾았다. 10년 만에 기세를 타고 시즌 1위를 탈환하나 했지만 지금은 가을야구를 가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는 롯데 자이언츠. 하지만 부산갈매기들은 오늘도 포기를 모른다.

오늘의 직관포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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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태 부산갈매기가 뭉쳤다

대학동기인 두 사람은 KOGAS에서 함께 근무하고 있지만 한 번도 회사에서는 본 적이 없는 사이다. 두 사람이 처음 만난 건 2008년. 먼저 KOGAS에 입사한 손호준 대리가 ‘사내 문화가 수평적이라 좋다’라며 추천해 김주현 대리까지도 입사 지원을 하게 됐단다 “저는 진주 출신이고 손호준 대리는 창원 출신이에요.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면서 알게 된 사이죠. 전공도 같고 야구 동아리 활동도 하면서 친해졌죠. 게다가 같은 경남 출신이다 보니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던 사이였어요.”
오늘의 여행을 제안한 것은 김주현 대리. 평소에도 추진력이 있는 편이라 동료들을 모아서 원정 응원을 자주 다닌다고. 고향에서 만나 사직구장을 찾을 때도 약속을 주도해서 잡는 것은 김주현 대리의 몫이다. 손호준 대리는 긍정적인 성격으로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평정심을 유지하기로 유명하다. 김주현 대리가 승패에 울고 웃을 때도 ‘야구 그 자체를 즐겨라’라는 조언을 해주곤 한다.
같은 회사에 근무 중이고 같은 구단의 팬이지만 두 사람이 함께 직관을 다니지는 못한다. 근무하는 본부가 경기지역본부와 부산경남지역본부로 떨어져 있기 때문이다. 경기지역본부에 근무 중인 김주현 대리는 주로 수도권 경기장으로 원정을 다니곤 한다. 원정 경기 응원이니만큼 팬이 많지 않아 서러울 때도 있지만 그래도 그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다. 특별한 일이 없으면 수도권으로 원정 응원을 다니는데, 그 횟수가 벌써 80회를 훌쩍 넘는다고.
반면 부산경남지역본부에 근무하는 손호준 대리는 시즌권을 끊고 홈경기는 대부분 직관을 하고 있다. 직관을 제외한 원정 응원도 열 번 넘게 다녀왔을 정도로 열혈 롯데 팬이다.
“원정도 좋지만, 홈경기에서 즐기는 직관의 재미는 못 따라오는 것 같아요. 9회 말 공격의 승부가 홈에서 나잖아요. 같은 팀 팬이 많다는 것도 큰 장점이죠.”

롯데와 함께 울고 웃다

오늘의 경기를 위해 두 사람은 휴가를 냈다. 동탄에서 내려온 김주현 대리는 하루 휴가를, 부산경남지역본부에서 근무 중인 손호준 대리는 반차를 냈다. 평소보다 경기장 주변은 유독 북적거렸다. 사직야구장 바로 옆의 사직아시아드경기장에서 비슷한 시간에 축구 경기가 있기 때문이었다. 두 사람도 경기장 주변의 차가 막힐 것을 대비해 대중교통을 이용해 경기장에 도착했다.
역사가 오래된 팀인 만큼 팬들이 입고 있는 유니폼의 모습도 다양했다. 김주현 대리는 5년 전에 구입한 ‘고승민 선수’의 유니폼을, 손호준 대리는 올해 새롭게 구입한 유니폼에다 등에는 ‘창원갈매기’ 문구를 새겨 넣었다.
진주 출신인 김주현 대리와 창원 출신인 손호준 대리 두 사람은 모태 부산갈매기다. “사실 오늘 상대 팀인 NC 다이노스가 고향인 경남 창원을 연고지로 두고 있어요. 그런데 저희가 태어날 때만 해도 경남을 통틀어서 야구팀이라고는 롯데뿐이었거든요. 고향에 새 팀이 생겼다고 원래 응원하던 팀을 배신할 수는 없잖아요. 그래서 태어날 때부터 계속 롯데를 응원하고 있습니다.”
야구동아리 출신으로 대학시절에는 보는 야구보다 하는 야구에 몰입했다는 두 사람이 말하는 야구의 매력은 무엇일까?
“야구는 언제든 역전할 수 있어요. 9회 말에도 상황을 뒤집을 수 있다는 것이 야구의 매력인 것 같아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말이 가장 잘 어울리는 스포츠랄까요? 그래서 팬들이 더 울고 웃는 것 같고요. 태어났을 때부터 롯데와 함께 웃고 울었더니 미워도 좋아도 ‘우리 팀’일 수밖에 없는 거죠.”
현재 두 사람은 간절한 마음으로 팀을 응원하고 있다. 10년 만에 기세를 탔나 싶었던 롯데 자이언츠가 지금은 가을야구를 하느냐 마느냐 하는 갈림길에 서 있기 때문이다.
“주현이가 오늘 본가인 진주에 가는데 버스가 자정까지 있거든요. 경기가 빨리 끝나고 좋아하는 오뎅바에 갈 수 있으면 좋겠어요. 그런데 그곳에 못 가도 좋으니 경기가 이겼으면 해요(웃음).”

직관의 매력은 응원가?!

뜨거운 햇빛도 부산갈매기들의 열정을 막을 수는 없었다. 드디어 입장한 사직야구장. 그라운드에는 몸을 푸는 선수들의 모습이 보인다. “우리가 롯데 팬이라서 그럴 수도 있겠지만, 사직야구장은 참 매력적이에요. 오래된 야구장이지만 관리도 잘 되어 있고 조금 높은 자리에서 보면 그라운드가 배 모양으로 보이면서 아주 유려하거든요.”
두 사람은 사직야구장을 ‘세상에서 가장 큰 노래방’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사직야구장은 지상 최대의 노래방이라는 별명을 가지고 있다. 사직 야구장의 응원 문화 때문에 ‘사직노래방’이라는 별명이 생긴 것이다. 두 사람이 사직야구장을 좋아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오늘은 티켓팅에 실패했지만, 평소에는 서서 응원할 수 있는 자리를 좋아해요. 노래를 부르면서 힘차게 응원하다 보면 저절로 스트레스가 풀리거든요. 그렇게 목을 풀고 맥주 한 잔을 마시면 정말 더할 나위가 없죠.”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 ‘승리는 누구’에는 이런 가사가 있다. ‘고난과 역경이 오더라도 언제나 변함없이 우리는 이곳 이 자리에서 승리를 외친다.’ 두 사람은 요즘 이 가사에 깊게 몰입하고 있다. “지금 상황만 보면 가을야구는 어려울 것 같기도 하지만 희망을 버리고 있지는 않아요. ‘팔치올’이라는 말이 있어요. ‘팔월에 치고 올라간다’는 뜻인데 아직 8월 초입이거든요. 말 그대로 어떠한 고난과 역경이 와도 우리는 롯데 팬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