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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가치 없는 것은 없다 니울 예솜 대표
업사이클 브랜드 ‘니울’은 SNS를 통해 세상에 등장했다. 브랜드를 론칭한 것은 지난 5월 1일,
그런데 벌써 국내 화장품 브랜드와 대학교, 연이어 KOGAS와의 협업 프로젝트까지 진행했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라며 등장한 니울이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던 비결은 무엇일까?

글. 백미희 사진. 김범기 영상. 김지혜

경험이 모여 만들어진 브랜드, 니울

니울은 버려진 소형 폐플라스틱으로 ‘니울링’이라 불리는 키링을 만드는 업사이클링 브랜드다. 니울의 예솜 대표는 플로깅 활동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업사이클링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

반려견과 산책을 하다 보면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를 먹으려 할 때가 많아요. 그걸 제지하면서 자연스럽게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어요. 무심코 길을 걸을 땐 몰랐는데 길가에 버려진 쓰레기가 정말 많더라고요. 그중에서도 특히 플라스틱 병뚜껑이 눈에 띄었죠.

병뚜껑은 대부분 색이 있고, 크기가 작다. 선별과 세척이 까다로워 재활용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크기가 작아 야생동물이 섭취하기도 쉽다. 예솜 대표 또한 반려견이 병뚜껑을 먹으려 하는 모습을 보고 몇 번이나 말렸다고. 대부분의 병뚜껑은 녹였을 때 환경호르몬이 거의 나오지 않는 HDPE 재질이라 혼자 작업하는 예솜 대표에게 안성맞춤인 재료였다.
니울은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데, 브랜드명 니울(NiUl) 또한 Nothing is Useless의 앞 글자를 따서 만들었다. 폐자원에도 가치가 있을 수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데, 이는 예솜 대표의 개인적인 스토리와도 연관이 있다. “저는 스스로 N잡러라고 부를 정도로 다양한 이력을 갖고 있어요. 모델, 라이브커머스 쇼호스트, 콘텐츠 마케터, 유튜브 기획자까지 전혀 연관성 없어 보이는 다양한 일을 해봤거든요. 지금도 니울의 대표이자 콘텐츠 외주 작업, 사진 작업을 하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고요. 그런데 저의 모든 경험이 니울이라는 브랜드를 만드는 데 도움이 되었어요. 콘텐츠를 기획하고 제작해 본 경험 덕분에 쓰레기에 대한 관심이 업사이클링 상품 제작으로 자연스럽게 이어졌죠. 그래서 제 경험을 바탕으로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라는 메시지를 전하고 싶었어요.”

병뚜껑으로 만드는 나만의 키링

  • 니울의 키링 ‘니울링’은 인스타그래머블하다. 니울링은 굵직한 로프 스트랩에 강렬한 색감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플로깅 활동을 하면서 주운 병뚜껑을 활용하고 싶어서 시작한 업사이클링 프로젝트가 니울이었어요. 이후 아이템을 무엇으로 하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2030 감성에 ‘키링’이 잘 맞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죠. 화려한 키링이 요즘 MZ세대 사이에서 유행이기도 하고, 거울셀카를 찍을 때 활용하면 자연스럽게 노출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거든요.

    니울링의 공정은 이렇다. 먼저 폐플라스틱 병뚜껑을 모아서 세척한다. 건조한 병뚜껑은 같은 색끼리 구분해놓고, 이후 주문이 들어오면 로프 스트랩 색상에 맞춰 세 가지 색상의 병뚜껑을 선택한다. 이것을 잘 조합해 프레스기와 오븐을 이용해 녹여주고 모양을 잡은 뒤 금형 도장을 찍는다. 다 굳기 전에 테두리를 자르고 다듬은 니울링에 군번줄을 달고 로프 스트랩과 연결하면 니울링이 완성된다. 예솜 대표가 디자인한 로프 스트랩은 주문할 때 취향에 따라 색상을 선택할 수 있다. 병뚜껑은 세 가지 색상을 조합해서 만드는 만큼 랜덤으로 제작된다. 원하는 메인 색상을 원하는 대로 선택해 ‘나만의 키링’으로 완성된다는 점이 매력이라고.
    폐플라스틱인 병뚜껑을 활용해서 키링을 만들고 있지만 따로 공급처를 찾을 필요는 없다고 한다. 브랜드를 준비하며 시제품을 만들 때는 예솜 대표가 플로깅하면서 모은 병뚜껑을 활용했고, 지금은 전국의 ‘니울러’들이 병뚜껑을 보내주고 있다. 니울러는 니울의 가치에 공감하는 모든 이들을 가리킨다.

    니울이라는 브랜드를 구상하고 상품을 디자인한 건 저 한 사람이지만 니울의 브랜드 가치는 니울러들이 만들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얼마 전에는 이벤트를 진행해서 274명의 니울러가 병뚜껑을 모아서 보내주셨어요. 이벤트가 없을 때도 평소에 모아둔 병뚜껑을 기부하고 싶다며 보내주시는 분들이 많답니다. 니울을 론칭하면서 저와 같은 가치를 추구하는 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어서 기뻐요.

환경을 생각하는 마음, 널리 퍼져나가길

상품은 키링과 스마트톡 두 가지뿐이지만 성장은 빨랐다. 지난 6월 5일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비건 화장품 회사와 한정 세트를 출시하기도 하고, 신촌에 위치한 대학교와도 협업을 진행했다. KOGAS 창립 40주년 이벤트 굿즈도 바로 니울에서 제작했다.

니울링에 ‘KOGAS’ 로고를 넣기 위해 금형을 특별히 제작했어요. 처음으로 ‘NiUl’ 로고가 아닌 다른 로고를 찍게 되었어요. 단순히 굿즈만 제작하는 것이 아니라 특별한 날에 함께 한다고 생각하니 의미가 깊어요. 저 또한 창립 40주년을 축하하는 마음을 담아 만든 키링이니, 많은 분들이 유용하게 사용해 주셨으면 합니다.

니울은 올해 말까지 제품군을 다섯 개까지 늘릴 예정이다. 잡화뿐 아니라 패션, 리빙 등 상품의 범위 또한 넓혀갈 계획이다. 니울의 브랜드 정체성을 강화하기 위해 벌꿀오소리로 캐릭터도 제작했다. 벌꿀오소리는 귀여운 외모를 지녔지만 호전적이고 겁이 없기로 유명한 동물인데, 누군가의 참견이나 비난에도 신경 쓰지 않고 당당히 자신의 길을 가는 니울의 이미지를 표현했다고. 예솜 대표는 개인 작품활동도 준비하고 있다. 니울링을 제작할 때 남은 플라스틱을 활용할 방안을 고민하고 있는데, 앞으로 니울의 로고를 뒤집어 인앤(in!n)이라는 이름으로 활동할 것이라는 계획도 밝혔다. 세상에 쓸모없는 것은 없다고 외치며 세상에 등장한 니울. 환경을 생각하는 그 선한 영향력이 더 넓게 퍼져나가길 응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