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attle Trip

안면도 VS 진주 가을 길목에
즐거운 추억이 송알송알
제법 선선해진 공기와 코끝을 스치는 가을 향기에 계절이 바뀌었음이 실감 나기 시작한다.
가을이 오는 소리에 누구보다 먼저 반응한 가족이 있다.
높은 하늘 아래 추억과 사랑이 몽글몽글 샘솟았던 두 가족의 이른 가을 나들이를 담았다.

안면도 글. 이은정 사진. 김범기
진  주 글. 백미희 사진. 박재우

첫 번째 여행 가이드당진기지안전건설단 기계부 배대영 과장, 아내 김민정, 자녀 배서연·배가린

안면도

치열한 여름의 마디를 넘어 어느새 성큼 다가선 가을. 산뜻한 바람을 타고 수줍게 고개를 든 꽃들이 싱그럽다. 그리고 해사한 가을꽃을 닮은 배대영 과장 가족이 몽글몽글한 설렘을 안고 안면도로 향했다.

원데이 추천코스

삼사해상산책로 – 해파랑공원 - 강구항 영덕대게거리

코리아플라워파크 → 꽃지해수욕장 → 안면도수산시장

고마운 아내를 위한 서프라이즈 여행

배대영 과장이 사랑하는 아내와 어여쁜 두 딸을 위해 준비한 첫 번째 여행지는 화사한 가을꽃이 가득한 코리아플라워파크. 국화, 코스모스, 안젤로니아, 샐비어 같은 꽃들이 가을의 정취를 물씬 풍기며 고고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태안에 가끔 오긴 했어도 안면도는 처음이에요. 바다와 갯벌이 전부인 줄 알았는데 이렇게 예쁜 꽃이 가득한 곳이 있는 줄 몰랐어요. 아내와 아이들 모두 꽃을 좋아하니까 더할 나위 없이 좋습니다.”
여섯 살 서연이는 세 살배기 동생 가린이의 손을 꼭 잡고 키 작은 노란 해바라기꽃들 한가운데로 숨고, 배대영 과장은 아내 민정 씨의 손을 잡고 싱그러운 보랏빛 안젤로니아 꽃무리 사이를 거닌다. 풍차 전망대에 올라 박람회장 전체를 내려다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풍성해지는 듯하다.
“아내의 살뜰한 지원 덕분에 당진에서 즐겁게 일하고 있습니다. 건설 현장이라 바쁘고 역동적인 만큼 많이 배우고 있어요.” 대구경북지역본부 설비보전부에서 일하던 배대영 과장은 지난해 2월 당진기지안전건설단 기계부에 자원했다. 좀 더 새로운 일에 도전하고 싶다는 마음이 컸기 때문인데, 남편의 말에 적잖이 당황하던 아내 민정 씨도 이내 그 도전을 응원했다. 이번 여행은 고마운 아내를 위한 배대영 과장의 서프라이즈 이벤트다.

즐겁게 살아갈 힘을 주는 행복한 추억

대구에서 나고 자란데다 아내 민정 씨를 만나 가정을 꾸린 곳도 대구였으니, 당진으로 터전을 옮긴 건 모험이나 다름없었다. 당시 둘째는 한 살도 채 되지 않은 갓난애였다. 그렇게 한동안 주말부부로 생활하다가 올해 초부터 당진 가족 사택에서 함께 지내고 있다. “당진은 매력적인 곳이에요. 사람도 모두 정겹고 게국지 같은 맛있는 음식도 많죠. 얼마 전에는 아이들과 갯벌에서 한참을 놀았는데 정말 재밌었어요.”
그런데 현재 아내와 아이들이 한 달에 절반은 당진에서, 절반은 대구에서 생활하고 있다. 아이들이 자주 아파 병원 갈 일이 많은데, 다니던 병원이 대구에 있어 어쩔 수 없이 당진과 대구를 오가며 지낸다고. 배 과장은 이 같은 불편함을 무릅쓰고 언제나 든든한 지원군이 돼주는 아내에게 더 자주 고마움을 표현하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여행도 그중 하나다. 민정 씨가 여행에서 좋은 에너지를 얻기 때문이다. “여행을 다니면 힐링이 돼요. 여행지에서 쌓은 좋은 추억은 하루하루 즐겁게 살아갈 힘을 주거든요. 이번에도 아이들과 좋은 기억을 많이 남기고 싶어요. 아이들이 어릴 때 경험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 같아도 서연이를 보면 서너 살 때 함께했던 추억을 다 기억하더라고요. 그래서 더 행복한 기억을 남기려고 합니다.”

연애 시절로 돌아간 해변

가을꽃의 정취를 만끽하고 나서 꽃지해수욕장으로 자리를 옮긴다. 해변을 따라 해당화가 줄지어 피어있다고 해 ‘꽃지’라고 불리는 이곳은 어느새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한다. 저 멀리 할미바위와 할아비바위가 무심하게 서 있고 그 시선이 머무는 백사장에는 갈매기 떼가 사뿐히 내려앉아 있다. 배대영 과장은 민정 씨의 손을 꼭 잡고 여유롭게 해변을 거닐고, 서연이와 가린이는 백사장 위에 손가락으로 그림을 그리거나 조가비를 줍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다 갑자기 배대영 과장이 민정 씨를 번쩍 안아 올린다. 깜짝 놀라 눈을 흘기면서도 웃음이 끊이질 않는 민정 씨. 오랜만에 연애 시절로 돌아간 듯하다. 그렇게 가족은 한참 동안 해가 저무는 가을 바다를 만끽했다.
여행의 마무리는 역시 먹거리. 배대영 과장은 꽃지해수욕장에서 멀지 않은 안면도 수산시장으로 향했다. 풍요로운 서해안의 가을을 맛보기에 수산시장만 한 곳이 있을까. 배 과장은 제철을 맞아 통통하게 살이 오른 대하를 메뉴로 선택했다. 팔딱팔딱 탱글탱글한 대하를 소금 불판에 올려 구우면 짭조름하고 쫄깃한 맛이 일품일 터. 서연이와 가린이는 발갛게 익어가는 대하에서 눈을 떼지 못한다. “이번에 안면도의 새로운 면면을 들여다본 것 같아 좋아요. 화려한 가을꽃들 못지않게 가을 해변도 운치 있었고요. 이번 여행으로 한동안 또 즐겁게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번째 여행 가이드건설설계처 토건설계부 이규대 과장, 아내 김가희, 자녀 이서우·이도원

진주

진주는 임진왜란 당시 왜국의 공격을 막아낸 진주성이 있는 곳이다. 3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1년 전, 대구에서 거주를 시작한 이규대 과장 가족은 김시민 장군, 곽재우 의병장, 논개 등 역사 속 위인들을 만나기 위해 오늘 이곳을 찾았다.

원데이 추천코스

삼사해상산책로 – 해파랑공원 - 강구항 영덕대게거리

진주성 → 국립진주박물관 → 진양호 호반 전망대

역사 속 공간으로 풍덩

진주성은 역사적인 의미를 간직한 진주의 대표적인 여행지다. 특히 임진왜란 당시 김시민 장군의 지휘 아래 왜군의 공격을 막아낸 곳으로 유명하다. 의병장 곽재우 또한 진주성 전투에서 크게 활약했으며, 성 안의 촉석루는 논개가 왜장과 함께 투신했던 곳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 역사 속을 걷기 위해 이규대 과장 가족이 아침 일찍 집을 나섰다.
공북문 쪽 입구를 들어서니 김시민 장군의 전공비가 떡하니 세워져 있다. 김시민 장군은 임진왜란 진주대첩에서 큰 승리를 이끈 장군으로 3,800여 명의 군사와 백성으로 2만여 명의 일본군을 물리쳤다. 이 장면이 종이인형으로 재현되어 있었는데, 이규대 과장이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춰 여러 가지 질문을 던진다. “녹색 옷이 어느 나라 군대 같아? 성 안에 있는 게 우리 편 같지? 성을 지키고 있으니까. 실제로 이 전투에서는 일본군이 우리나라 군대보다 훨씬 많았대. 3,800명 대 2만 명이었으니까 얼마나 차이가 컸을까?” 아이들도 아빠와의 대화를 통해 놀이하듯 자연스럽게 역사와 관련된 지식을 쌓아나갔다.

가족과 함께하는 우리 지역 탐방

3년간의 캐나다 생활을 마치고 1년 전, 대구에서 거주를 시작한 이규대 과장 가족. 지역을 탐방하고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공부하기 위해 가족은 주말마다 주변 지역으로 나들이를 다니기 시작했다. “작년 가을에 청도에 갔는데, 그곳이 감으로 유명한 동네잖아요. 집마다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열려 있는데 참 장관이더라고요. 울산에 갔을 때는 아이들이 고래에 큰 관심을 보였고요. 캐나다 캘거리라는 도시에 있었는데, 그곳에서는 바다를 보기가 힘들거든요. 그래서 바다를 보러 갔을 때도 아이들이 참 좋아했죠.”
그렇게 청도, 경주, 포항, 울산 등 여러 곳을 둘러봤다. 이번 1박 2일 진주 여행의 핵심은 진주성으로, <한국을 빛낸 100명의 위인들> 노래 속 위인이 3명이나 등장해 선택한 여행지다. “큰 애가 지금 9살이고, 둘째는 6살이에요. 작년까지 캐나다로 파견을 갔다 왔는데, 3년간 외국 생활을 하다 보니 한국 역사에 대해 공부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한국의 유적지나 역사적 배경이 담긴 곳, 박물관 등을 열심히 찾아다니고 있습니다. 다행히 아이들도 위인이나 문화재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 이런 나들이를 좋아해요. 오늘 진주 여행에서도 아이들에게 진주성과 얽힌 역사 속 위인들의 이야기를 들려줄 생각입니다.”

함께라서 더 행복한 우리 가족

진주성은 진주 남강이 흐르는 강변 절벽 위에 만들어졌는데, 촉석루에 오르면 이 남강의 풍경이 한눈에 들어온다. 촉석루는 논개가 적장을 안고 진주 남강으로 투신한 곳이기도 하다. 아픈 과거가 있는 곳이지만 미국 CNN이 선정한 ‘한국 방문 시 꼭 가봐야 할 50선’에 뽑힐 정도로 아름다운 풍경을 가진 곳이기도 하다.
매년 가을이면 진주 남강유등축제가 이곳에서 열리는데, 벌써부터 남강 곳곳에서 유등축제를 준비하는 모습을 본 아내 가희 씨는 언젠가 아이들과 함께 꼭 유등축제를 보러 올 것을 다짐했다. “영상이나 사진으로 보면 유등축제가 참 아름답더라고요. 얼른 아이들이 커서 가족들과 함께 구경하고 싶어요. 사실 작년에 ‘내년에는 갈 수 있겠지?’ 하고 생각했었는데, 아직은 아이들이 어려 힘들 것 같아요. 아이들이 조금 더 크면 꼭 다시 와서 모두 함께 가족의 안녕과 평안을 기원하고 싶어요.”
가희 씨는 남편인 이규대 과장과 결혼한 뒤 여러 지역으로 이사를 다녔다. 하지만 호기심 많고 긍정적인 성격 덕분일까. 새로운 지역에서 지내는 것이 항상 즐거웠다고 말한다. “남편이 결혼할 때 ‘업무 특성상 이사를 자주 다녀야 하는데 괜찮겠느냐.’라고 물었어요. 사실 저는 새로운 환경을 접하는 게 좋았거든요. 다만 아이들이 몇 년 주기로 전학을 다니는 건 힘들 테니 이제 정착해야 할 텐데, 싶은 고민이 들기도 해요.”
결혼한 뒤 여러 번 국가와 지역을 넘나든 이규대 과장 가족. 그는 환경 변화에 잘 적응해 주는 가족이 항상 고맙다. “삼척, 평택, 캐나다를 거쳐 대구까지. 여러 번 이사를 하면서도 불만 하나 없이 항상 잘 적응해 준 아내와 아이들이 고마워요. 특히 연고 하나 없는 지역에 와서 아이들을 잘 돌봐 주는 아내 덕분에 회사에 있을 때 일에 전념할 수 있는 것 같아요. 앞으로도 항상 활기차고 즐거운 우리 가족이 되었으면 합니다.” 역사 속 이야기에 흠뻑 빠져든 하루. 함께할 때 더 행복한 가족의 사랑도 즐거운 추억과 함께 차곡차곡 쌓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