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VE KOGAS

home LOVE KOGAS 사람愛온도

url 복사 인쇄하기

사람愛온도

쉼을 위한 공간을 만들다 식물 큐레이터 [심다] 이주연 대표

일과 삶이 분리되고 개인의 공간이 중요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생활 속으로 하나둘씩 식물을 들이기 시작했다. 식물은 공기정화라는 기능에 앞서 공간에 생명력을 더하고 아름다움이 주는 정서적 효과인 심미적 정서를 누릴 수 있어 휴식의 질을 높이는 유용한 아이템이다. 하지만 식물을 소유하기는 쉬워도 관리하고 유지하기란 생각만큼 쉽지 않은 게 사실. 관심은 있지만 식물과의 삶에 실패를 경험한 이들이라면 이 사람의 조언이 필요할 듯하다. 공간과 사람을 읽어 식물과 연결하는 식물 큐레이터 이주연 [심다] 대표를 서울 통의동 보안책방에서 만났다.
[글 김승희 사진 김재이]



  • Q질문
  • 식물 큐레이터라는 직업이 생소한데요. 어떤 일을 하는지 소개 부탁드려요.
  • A답변
  • 흔히 '큐레이터'라고 하면 자신이 만들지 않은 작품을 하나의 주제로 엮어 소개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일컫잖아요. 저도 식물이 좋아서 식물을 판매하는 일을 시작했는데, 고객 분들에게 맞는 식물을 찾아드리고 구매에 이르는 데까지 상담 과정이 꽤 길더라고요. 예를 들어, 고객이 뭘 좋아하고, 주거 형태는 어떤지, 어느 공간에 식물을 놓고 싶은지, 식물의 어떤 모습을 보고 싶은지 등을 자세히 물어보곤 했는데, 그때 제가 단순히 식물을 팔기보다 고객이 원하는 식물을 최대한 파악해서 추천해주고 싶어 한다는 걸 알게 됐어요. 상담 과정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설문 내용을 공간과 사람, 식물로 분류해 체계적으로 정리해서 온라인으로 진행하게 됐고요. 그 설문 결과에 맞게 상담하고 추천해드리다 보니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는 직업을 표현할 단어를 찾다가 '식물 큐레이터'라는 이름을 붙이게 됐어요.

식물화분을 안고 밝게 웃고 있는 이주연 식물 큐레이터

  • Q질문
  • 보안책방에서 진행한 '식물을 읽다' 전시는 어떻게 참여하게 되셨어요?
  • A답변
  • 평소 식물을 매개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걸 좋아해요. '돈의문박물관마을' 행사나 '2018 서울시정원박람회'도 그랬고, 이번 전시도 그런 작업들 중 하나예요. '식물계'를 큰 주제로 각 공간에서 연계 전시를 진행했는데, 그중 저희 [심다]는 일상에서 흔히 볼 수 없는 대형 식물들과 행잉 식물들로 보안책방을 꾸미고, 장소에 맞게 '식물을 읽다'라는 주제도 붙였어요. 저희는 식물로 공간을 꾸민다는 개념으로 접근했지만 보시는 분들이 전시로 봐주셔서 이전 작업들과는 다른 색다른 경험이었어요. 코로나19로 여행도 자유롭지 않은 요즘, 식물들을 통해 휴양지에 온 듯한 느낌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번 전시의 특징이에요. 보안여관을 비롯해 통의동이라는 지역 자체가 오래된 것을 지키고 고수하려는 특징이 있어서 야외 정원에도 이 점이 잘 드러나도록 걸맞은 식물들을 가져다 놓았어요. 책방과 정원 곳곳에 놓인 화분들은 '식물상점'이라는 부제를 달아 현장에서 구입이 가능하도록 했습니다. 식물과의 삶을 쉽게 시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키우기 쉬운 식물들로 준비했고 가격도 비교적 저렴하게 책정했어요.
  • Q질문
  • 전시의 개념으로 식물을 활용해보니 어떠셨어요?
  • A답변
  • 관리 면에서는 고민을 더 해야 할 것 같아요. 2~3일에 한 번씩와서 직접 관리하고 있고 또 이곳 직원 분들이 관리해주시는데도, 워낙 많은 식물들이 들어와 있어서인지 유지가 쉽지 않아 식물들이 고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거든요. 하지만 전시에 대한 반응은 무척 긍정적이어서 즐겁게 임했어요. 이번 전시로 사람들이 식물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갖게 되길 바랍니다.

왼쪽 - 이주연 식물 큐레이터가 전시회 현장 앞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 오른쪽 - 보안책방에 식물과 조화가 싱그럽다.

  • Q질문
  • 식물에 대한 애정이 상당하신 것 같아요. 언제부터 식물에 관심을 갖게 되셨어요?
  • A답변
  • 영어교육 전공자여서 교사를 비롯해 카페 운영도 해봤고, 국회에서 정책비서관으로도 활동했었어요. 그러다 결혼하고 재택으로 영어 번역 일을 하면서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졌죠. 친구나 지인들로부터 집들이 선물로 화분을 많이 받았는데, 키우는 방법을 몰라 계속 죽이게 되더라고요. 식물은 일반 쓰레기로 분류해서 버려야 하는데, 처리하는 것만도 보통 일이 아니었죠. 그때부터 죽이지 않고 잘 키우는 방법에 대해 고민했어요. 원서와 유튜브 영상을 찾아보기도 하고, 그렇게 조금씩 관심을 키워가다가 자연스럽게 이 일을 하게 됐어요.
  • Q질문
  • 식물 큐레이터로 활동해오면서 이 직업을 구상할 때 상상했던 모습과 가장 흡사한 작업이나 활동을 꼽자면 무엇인가요?
  • A답변
  • 이번 전시가 제가 3년여 간 해온 작업을 총망라해 보여준 시간이 아니었나 싶어요. 그래서 이곳 보안책방에서 인터뷰를 진행하고 싶었어요. 실내·외 공간에서 모두 작업할 수 있었고, 전시와 큐레이팅의 개념으로 다가간 부분도 있고, 또 판매도 겸했기 때문에 무척 복합적인 활동을 할 수 있어 좋았어요. 큐레이팅은 식물을 처음 접하는 고객 분들에게 다가가는 부분이 커요. 초반에 관리 방법을 알려드리는 것에 그치지 않고 키우면서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사진을 찍어서 보내달라고도 하죠. 저희와 인연을 맺은 고객 분들이라면 몇 년이 지나도 끝까지 관리를 도와드리는 게 저희에게 있어서는 중요한 서비스예요. 그것까지가 큐레이팅이라고 생각합니다.

보안책방에서 진행하는 '식물을 읽다' 전시

  • Q질문
  • 1인 가구의 증가로 사람들에게 '집'이라는 공간이 '쉼'의 공간으로 여겨지면서, 플랜테리어에도 관심이 커졌습니다. 쉼의 공간에서 식물이 지닌 가치는 무엇일까요?
  • A답변
  • 동물과 달리 움직이지 않고 짖거나 의사 표현을 할 수 없으니까 식물이 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지만 소통하고 교감할 수 있는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느끼는 순간이 찾아와요. 잎이 쳐지거나 마르는 것도 물 달라는 신호잖아요. 그 신호를 언젠가 알아듣게 되면 물을 주고 잎을 정리하고 키우던 식물을 누군가에게 선물하는 행위들을 통해 위로 받게 돼요. 계속 시행착오를 겪다가 새순을 볼 때의 성취감은 편안한 휴식과도 같아요.

식물을 관리하고 있는 이주연 식물 큐레이터

  • Q질문
  • 식물과 함께 오랫동안 잘 살아갈 수 있는 팁을 소개해주시자면?
  • A답변
  • 그들도 살아있는 존재라는 걸 염두에 둔다면 좋겠어요. 사람과 마찬가지로 식물들도 계절이 바뀔 때 힘들어 하고 많이 죽어요. 또 식물의 고향을 떠올려본다면, 선인장은 찬물을 마셔본 적이 없는 식물이죠. 그런 선인장에게 계속해서 찬물을 주면 어느 순간 푹 쓰러져 버려요. 상업공간에 있는 식물의 경우 밤새 쇼크를 받을 정도로 기온차를 크게 느끼기도 하고요. 식물의 눈높이에서 생활 속 온도 변화까지 고려한다면 오래도록 함께할 수 있을 거예요.
  • Q질문
  • 이주연 대표님만의 '휴식법'이 궁금합니다.
  • A답변
  • 모순되게 들릴 수도 있지만, 저는 제 식물을 돌보면서 쉬어요. 이 일을 시작하고부터 쉴 새 없이 몸을 움직여 일해 왔는데, 그 사이사이 제 식물을 찬찬히 살피며 물을 주거나 상한 잎을 떼어주는 행위들을 통해 조용하게 위로 받곤 해요. 식물을 '읽으려' 노력하면 실제로 식물이 하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요. 그러고 나면 따로 정보를 적어두지 않고도 물을 줘야할 시기나 분갈이를 해줘야 할 시기 등을 느낌으로 알 수 있어요.
  • Q질문
  • 앞으로의 계획은 어떻게 되세요?
  • A답변
  • 지금까지 그렇게 계획성 있게 살아 온 게 아니어서 어떤 일을 또 벌일지는 모르지만(웃음), 어떤 형식이 됐든 식물 큐레이터로서의 활동에는 변함이 없을 것 같아요. 좀 식상한 이야기 같은데, 너무 바쁘게 살다 보니 한때 우울증을 겪기도 했거든요. 그러다 식물을 키우면서 숨을 고르는 시간을 통해 위로받을 수 있었어요. 제가 식물로부터 치유 받았던 것처럼 다른 분들에게도 식물을 기르는 시간이 쉼의 시간이 될 수 있도록 앞으로도 열심히 관리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식물 큐레이터 이주연 대표의 추천작

도서 - 호미

  • 도서 : 호미
  • 저자 : 박완서

이주연 대표가 식물의 이미지를 정의하는 데 도움을 받은 산문집이라 소개한다. 그녀는 추천 이유를 책의 문장으로 갈음했다. '작년에 그 씨들을 받을 때는 씨가 생명의 종말이더니 금년에 그것들을 뿌릴 때가 되니 종말이 시작되었다. 그 작고 가벼운 것들 속에 시작과 종말이 함께 있다는 그 완전성과 영원성이 가슴 짠하게 경이롭다. 좁은 마당에 다 뿌리기엔 너무 많은 씨지만 나중에 솎아줄 요량으로 다 뿌릴 작정이다. 씨를 맺은 이상 푸르고 예쁜 싹으로 돋아나 단 며칠이라도 햇빛을 누리게 하고 싶다.'

영화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영화 : 마담 프루스트의 비밀정원
  • 감독 :실뱅 쇼메

어릴 적 부모를 여의고 말을 잃은 채 두 이모와 살고 있는 폴. 그는 한때 세계적인 피아니스트를 꿈꾸며 이모들의 기대를 한몸에 받았지만 지금은 댄스교습소에서 피아노 연주를 하는 것이 전부다. 이주연 대표는 누구나 가질 수 있는 환상적 공간이 정원이 될 수 있음을 보여준 작품이라며 이 영화를 꼽았다. 식물을 기르면서 피고 지는 모습을 보며 몽환적이라고 느껴지는 순간이 있는데, 이 영화가 그 꿈꾸는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해주는 작품이라고.

영화 : 인물 피에트 우돌프

  • 영화 : 인물 피에트 우돌프

피에트 우돌프는 뉴욕시티의 하이라인과 시카고 밀레니엄파크의 루리 가든 등 정원의 개념을 예술 작품으로 바꾸는 공공장소 디자이너로 널리 알려져 있다. 부드러운 질감의 그라스와 초화를 주요 소재로 정원을 설계하는 그의 작업들은 꼭 닮은 자연으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다고. 이주연 대표는 식물을 다루는 그의 태도를 통해 식물을 배우고, 그 식물이 땅에서 크는 과정을 배우며 식물에 대한 이해뿐 아니라 자신이 해야 할일에 대한 방향도 다시 살필 수 있다고 소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