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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계주

사람의 소중함을 알게 해준 나의 몽골 여행

코로나로 인해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깨닫게 되는 요즘이다. 더운 여름에도 마스크를 끼고 다녀야 하고, 타지에 사는 가족을 보러 가기도 힘들다. 그중 내가 제일 힘들었던 건 해외여행을 갈 수 없는 것이었다. 입사한 지 이제 막 4년이 되어가지만, 올해를 뺀 3년 동안 10개국을 다녀왔다. 많으면 많고 적으면 적을 수 있지만 모든 나라마다 여행을 통해 자연에서, 사람에게 배울 수 있는 게 많았다. 블라디보스토크, 이탈리아, 스위스, 프랑스, 세부, 홍콩, 코타키나발루 등 다양한 나라를 다녀왔지만 내게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은 몽골이었다. 대부분은 낯설게 다가올 수도 있는 몽골이라는 나라에 대한 소개와 다사다난했던 나의 여행기를 써 내려 가보려 한다.

[글 인천지역본부 오소민 직원]



12명의 낯선 이들과 떠난 몽골

몽골의 수도는 울란바토르이며 몽골의 칭기즈칸 국제공항까지는 3시간 40분 정도로 생각보다 짧은 시간에 도착할 수 있다. 몽골에 가기 전엔 비자가 필요하며 비자는 직접 발급받을 수도 있지만, 대행업체를 통해서 쉽게 발급받을 수도 있다. 몽골 여행은 하루에 400km 이상의 이동 거리로 인해 대부분 6명의 동행을 구한 뒤 가이드와 기사님 이렇게 한 팀을 꾸려서 여행하게 된다. 하지만 나와 내 친구는 다양한 사람과 함께하고 싶어 12명의 동행을 구하기 시작했고 카페를 통해 일정이 맞는 사람들을 찾았다. 그렇게 전국 각지에서 모인 12명과 만나 역할 분담도 하고 여행 계획도 짰다. 의견이 엇갈릴 때도 있었지만 서로조율해가며 일정을 맞추고 드디어 여행이 시작되었다.

6박 7일로 계획된 몽골 여행은 퇴근 후 인천공항에서 만나 저녁을 먹고 23시 50분 비행기를 타는 것으로 시작했다. 몽골에 도착하니 다음 날 새벽 2시 30분이 되었고 미리 기다리고 계시던 현지 가이드를 만났다. 첫날은 공항 근처 숙소에서 잠깐 눈을 붙이고 바쁜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아침 일찍부터 모두가 일어났다. 우리는 푸르공과 스타렉스 차량 2대를 빌리게 되었다. 몽골 특유의 감성을 느끼기엔 푸르공이 제격이었지만 승차감이 좋지 않아 오래 타기 힘들다고 해서 한 차는 스타렉스를 빌려서 번갈아 가며 타기로 했다.

12명의 낯선 이들과 떠난 몽골

문명에서 한발 떨어진 대자연의 평온

1일 차는 차강소브라가를 가는 날이다. 이동 거리는 450km로 7시간 정도가 소요된다. 차강소브라가는 몽골의 그랜드캐니언이라고 불리기도 하며 2억 년 전엔 바닷속에 있었던 곳이라는 이야기가 있다. 중간중간 내려서 식사도 하고 도로에 당연하듯 지나다니는 말과 양들을 보고 놀라기도 하며 정말 7시간의 이동 끝에 도착했다. 절벽 아래에 보이는 흙의 무늬를 보니 흐르는 강물 같기도 했다. 대자연 위에 서 있다는 생각에 설레며 구경하다 보니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해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몽골의 전통 가옥인 게르로 향했다. 첫날 묶은 게르는 전기도 쓸 수 없고 샤워도 할 수 없는 현지식 게르였다. 유심을 샀지만 이곳에선 데이터도 터지지 않았다. 하지만 그 덕분에 핸드폰은 잠시 뒤로하고 조원들과 속 얘기하며 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저녁으로 가이드들이 차려준 삼겹살을 먹고 옹기종기 누워서 떨어질 것만 같은 별을 보고 얘기도 나누며 게르에서의 첫 잠자리에 들었다. 둘째 날은 불타는 절벽이라고 불리는 바양작으로 가는 일정이 시작되었다.

바양작은 나무가 많은 지역이라는 뜻이라고 한다. 바양작까지는 260km의 거리지만 비포장도로를 달려야 해서 시간은 5시간 정도 소요된다. 몽골 여행은 대부분 이렇게 긴 이동시간이 걸린다. 비포장도로라 그런지 차에서 잠을 잘 수 없을 정도로 도로가 좋지 않았지만, 가는 길에 서로 좋아하는 노래를 틀어가며 기분 좋은 여행이 시작되었다. 바양작에는 몽골 현지인이 손수 만든 귀여운 낙타 인형을 판다. 기념품으로 낙타 인형을 몇 개 사고 바양작을 오르기 시작했다. 암석, 모래, 낮은 관목, 바람과 자연이 존재하는 곳이었다. 조원이 가져온 드론도 날려보며 우리의 행복한 모습들을 생생하게 담아갔다. 어딜 봐도 자연만 존재하는 몽골에 빠지기 시작했다.

몽골 여행이 선물해준 인연

셋째 날은 몽골 하면 떠오르는 사막, 홍고링엘스을 가는 날이다. 사하라, 아라비아사막과 함께 세계 3대 사막이라고 불리는 고비 사막이다. 이날은 사막을 오르기 전에 낙타를 탔다. 낙타는 생각보다 크고 딱딱했다. 내가 낙타 위에 있다니 기분이 이상했다. 그렇게 낙타를 탄 뒤 사막으로 향하게 된다. 하지만 나의 6박 7일 여행은 너무 아쉽지만 여기서 마무리된다. 열심히 올라간 사막에서 모래썰매를 타다가 사고가 났기 때문이다. 지금은 아무렇지 않게 말할 수 있지만, 몽골의 의료 수준은 한국과 다르게 너무 열악했다. 사고로 움직일 수조차 없는 나를 조원들이 돌아가면서 들어가며 사막 언덕을 내려왔지만, 병원까지는 차로 8시간 이상을 가야 했다. 그것도 제일 작은 병원이었고 구급차가 오는 데까지만 1시간이 넘게 걸려서 진통제를 맞아가며 병원으로 향했다. 심지어 간 병원은 CT는커녕 엑스레이만 찍을 수 있었고 그마저도 사진이 잘 나오지 않아 경비행기를 타고 수도 울란바토르 병원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진료를 본 결과 갈비뼈에 살짝 금이 갔다고 조금 쉬면 괜찮아질 거라고 했지만 휠체어 없이는 한 발짝도 움직일 수 없을 만큼 몸이 안 좋았다. 동행들의 여행이 마무리될 때까지 수도에 머무르다 비행기도 비즈니스석으로 바꿔서 한국으로 돌아갔다. 돌아가자마자 병원에 가보니 갈비뼈를 포함한 뼈 3개가 부러져있었다. 거의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해있었고, 힘든 시간이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그로 인해 소중한 사람들을 얻을 수 있었다. 다시 생각해봐도 참 고마운 사람들이다. 사고 났을 때 같이 울어주고 화내주던 가이드와 동행들이 없었다면 지금 내가 떠오르는 몽골에 대한 기억은 최악이었을 것이다. 각자 일상에 바쁘고, 멀리 사는 바람에 자주 만나기는 어렵지만, 1년이 다 돼가는 지금도 가끔 만나고 서로 안부를 묻는다. 코로나가 잠잠해지면 다 같이 꼭 여행 갈 수 있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

몽골 여행이 선물해준 인연

※ 다음호 필봉계주 주자는 강원지역본부 설비보전부 김준성 주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