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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바이러스 사진

어색한 선진국,
코로나 이후

[글 우석훈 성결대 교수]

코로나 바이러스의 정식 명칭은 SARS-CoV-2다. 줄여서 편하게 부르면 사스2 정도 된다. 우리가 편하게 부르는 코로나19는 바이러스 이름이 아니라 증상 이름이다. 우환 독감이라는 표현이 지역에 대한 혐오를 담고 있어서 급하게 WHO에서 지은 이름이 COVID-19인데, 이건 바이러스 이름이 아니라 Corona Virus Disease, 병명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병명과 바이러스 이름이 묘하게 혼동되면서 사용된다. 코로나와 함께 이상한 용어들이 많이 사용되기는 한다. 전통적인 행정용어로 우리는 방역이라는 단어를 사용하는데, 방역도 우리만 쓰는 말이다. 영어든 불어든, 방역에 해당하는 단어가 없다. 그래서 K 방역이라고 우리가 쓰는 말이 번역이 불가능하다. 설마? 현실은 그렇다. 그래도 정부 기관에서 자꾸 번역을 시키니까 K quarantin이라고 번역한다. 쿼런틴은 ‘격리’고, 아주 무서운 단어다. 외국 기자나 전문가들에게 K quarantin에 대해서 물어보면, 웃거나 아주 부정적인 뉘앙스의 대답을 한다. 당연한 일이다.

격리는 중세의 기억을 담고 있는 아주 무서운 단어다. 우리의 방역에 해당하는 영어는 미국의 방역기관인 CDC를 생각해보면 좀 명확해진다. Disease Control and Prevention, 이렇게 자신들의 업무를 규정한다. 우리 안에서는 K 방역이 의미가 있느냐 없느냐, 맨날 싸우는데, 영어로는 소통 자체가 어렵다. 그것만 그렇겠느냐? 편의상 비대면을 지칭하기 위해서 사용하는 언택트, 여기에 on-line이라는 의미를 더한 온택트, 이건 영어처럼 생겼지만 외국 사람에게는 의미 전달이 불가능하다. 콩글리시라고 흉볼 생각은 전혀 없다. 콩글리시라도 핸드폰 같은 말들은 의미 전달이 잘 된다. K 방역, 언택트, 온택트, 우리 땅에서만 의미가 통하는 말인데, 불편하다고 하는 사람은 별로 없는 것 같다. 엄청나게 글로벌화 되어 있고, 그런 것 같지만, 현실은 별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우리끼리만 소통이 잘 되면 되는 거 아냐? 그렇기는 하다.

정부에서 1인당 국민소득을 발표할 때 쓰는 지표는 GNI라고 부르는 국민총소득의 1인당 지표다. 반면 경제 생산활동 같은 것을 보기 위해서 쓰는 지표는 GDP다. GFP에서 우리나라 국민이 외국에서 받은 돈을 더하고, 외국인에게 지급한 소득을 제외하면 GNI가 된다. 지난 가을 OECD 자료들을 살필 기회가 있어서 1인당 GDP들을 뽑아 보았는데, 이걸로는 우리는 이미 1인당 4만 달러가 좀 넘는다. 그동안 일본을 두 번 넘었다. 1인당 경제 생산 규모로는 일본과 딱 붙어있다고 보는 게 맞을 것 같다. 이미 우리는 경제적으로 상당한 수준에 와 있다.

코로나바이러스

여기에 코로나 충격 이후로 한국 경제가 보여주는 성과는 놀라울 정도다. 중국을 제외하면 OECD 국가 중에서는 가장 덜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수출은 연일 지표들을 갱신하고 있다. 현재의 추세가 2~3년 정도 유지되면 1인당 소득으로는 프랑스는 넘어가고, 아마 독일 정도가 우리 바로 앞에 있지 않을까 싶다. 그럼 정말 1인당 기준으로 우리보다 앞에 있을 나라는 미국과 스위스, 스웨덴 등 작고 강한 경제들, 몇 나라 안 된다. 그 순간쯤 되면 영국은 벌써 우리 뒤에 있을 것 같다. 그 정도면 우리나라가 선진국이냐, 아니냐, 그런 논의는 의미가 없어진다. 우리가 뭘 엄청나게 잘 해서가 아니라, 팬데믹 국면에서 다른 나라가 워낙 헤매서 그렇게 될 것 같다. 이름이야 뭐라고 부르든, 어쨌든 우리가 방역을 효과적으로 한 건 사실이다.

스위스나 스웨덴이 잘 산다는 건 우리 모두가 안다. 그런데 정말로 한국이 그런 나라와 비슷한 상황이 되다니? 얼떨떨하기는 하다. 그런 경제적 추세가 아마도 정권 상층부에 보고가 되었나 보다. 언제부터인가 ‘선도국가’라는 표현을 쓰기 시작한다. 코리아 쿼런틴 같은 얘기야 좀 의미 전달이 안 되어서 그만인 단어지만, 선도국가라는 말은 얼굴이 화끈거릴 정도로 좀 창피한 용어다. UN 내에서는 선진국, 후진국이라는 단어도 개발, 저개발, 이렇게 돌려가면서 표현한다. 우리가 뭔가를 선도한다, 무의식과도 같은 국민적 소망일 수는 있지만, 그걸 막 드러내 놓고 표현하면 외교 관계에서는 실례다. 영국이나 프랑스에서도 그런 말들은 잘 안 쓴다. 세련된 표현과는 좀 거리가 멀다. 누가 누구를 끌고 간다는데, 좋아할 나라가 어디 있겠나? 원래 외교는 몸을 낮추고, 엄살도 적당히 부리면서 실익을 추구하는 것 아니겠는가?

경제로만 보면 국가는 완전히 선진국 앞의 대열로 갈 것인데, 국민들도 그렇게 부유해지는 것은 아니다. 여기에서 생겨나는 상대적 박탈감이 향후 몇 년간 절정에 달할 것 같다. 팬데믹의 혜택을 보는 산업과 그렇지 않은 산업의 양극화가 심해질 것이고, 수출과 내수도 극명하게 갈릴 것이다. 자살률 1위, 출산율 꼴찌, 이런 사회적 수치들도 변함없이 안 좋은 상태를 보여줄 것이고, 복지의 증가는 더딜 것이다. 덩치가 선진국이 된다고 해서 시스템도 단숨에 선진국이 되는 것은 아니고, 오래된 구조들이 단기간에 바뀌기도 어렵다.

그렇게 불편한데, 선진국 안 되면 안 돼? 경제는 길들지 않은 말에 올라탄 것과 마찬가지라서, 달리는 방법 밖에는 다른 뾰족한 방법이 없다. 급정거를 할 수도 없고, 방향을 자기 마음대로 돌리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내릴 수도 없다. 우리가 경제에 대해서 가지고 있는 많은 생각과 모델들이 20세기 그것도 2차 세계대전 이후 몇 십 년간에 형성된 서구의 경험을 가지고 만들어진 것이다. 21세기 특히 팬데믹 이후의 경제에는 잘 안 맞는다. 지금까지는 미국 사례, 일본 사례 가끔은 스웨덴이나 스위스 사례 같은 것을 참고하면서 여기까지 어떻게 어떻게 왔는데, 지금부터는 별로 참고할 외국 사례도 별로 없다. 그 나라들도 다 자기의 문제점을 안고, 이렇게 저렇게 정비해가면서 앞으로 나가는 중이다.

파산 사진

자신 말고는 다 잘 사는 것 같고, 부자 나라에 노비로 끌려온 것 같다는 느낌을 받는 청년들이 점점 더 늘어날 것이다. 억지로 자식을 대학 교육까지 겨우 시켜 놨는데, 노후 준비가 별 거 없는 50대~60대의 현실적 불안감은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이끌게 될 것이다. 젠더 갈등이 점점 더 심해지고, 서로 살기 힘들다고 갈등할 것이다. 정치권에서 무슨 공약을 내고 무슨 정책을 내더라도 서울은 점점 더 많은 것을 끌어갈 것이고, 지방은 현 상태 유지도 어려워할 것이다. 경제가 어렵다고 하면 다들 조금씩 참아서 위기를 극복하자는 분위기가 만들어질 텐데, 국가 지표들과 1인당 소득지표들이 우수하게 발표되면 더는 참기 어렵다는 마음이 커질 것이다.

이러한 갈등이 백신 보급과 함께 점점 더 높아지고, 약 3년 이후로 정도로 예상되는 WHO의 공식적인 팬데믹 종료 선언과 우리 내부의 갈등은 극한에 달할 것이다. 홉스가 “만인에 의한 만인의 투쟁”을 얘기한 적이 있었는데, 총만 들지 않았지 경제라는 메커니즘으로 우리는 누구도 더는 양보하기 어렵다, 그 상황에 가게 될 것 같다. 어찌어찌 우리는 선진국의 맨 앞줄에 설 것이지만, 행복해하는 국민을 만나기가 쉽지 않아질 것 같다. 그 전면적 갈등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그때 뭘 근거로 화합과 통합을 얘기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