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KOGAS

home NEAR KOGAS KOGAS ESSAY

url 복사 인쇄하기

KOGAS ESSAY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일러스트 이미지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

[글 전북지역본부 안전환경부 박상민 과장]

자전거 일러스트

계획의 중요성 알려준 땅끝마을 하이킹

우리는 살면서 다양한 경험을 하며 살아간다. 지난 30여년을 살아보면서 크고 작은 많은 경험을 했지만 오늘은 그중에서도 내 인생 자체를 바꿔준 터닝 포인트에 대하여 이야기해 보려고 한다.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두 번이었다.

맨 처음은 친구와 함께한 ‘전주에서 해남 땅끝마을 하이킹’이다. 군 전역 후 사회생활을 다시 시작하는 불안감을 극복하기 위해 여행을 계획했다. 여행 계획은 단순하고 무식했다. 전주에서 출발하여 목적지인 해남 땅끝마을까지 220km의 거리를 4일에 도착하는 것이 계획의 시작이자 끝이었다. 어디서 무엇을 먹고 어떻게 자야 할지, 몇 번 국도를 타고 가야 하는지는 계획하지 않았다. 자전거로 달리며 이정표를 보며 따라가자는 것이 나의 계획이었다. ‘무식하면 겁이 없다’는 옛말 하나 틀린 게 없었다. 아무런 준비가 안 되어 있다 보니 집에서 출발했을 때 전혀 두렵지 않았다. 집 앞에서 자전거 첫발을 내미는 그 순간, 우리 집 앞길은 레드카펫이 깔린 것 같이 빛났다. 그러나 여행의 즐거움은 그리 오래가지 못했다.

계획이 없다 보니 어디에서 무엇을 먹고 쉬어야 할지 결정할 수가 없었다. 스마트폰도 없었던 시대라 이정표 없는 계획은 정말 막막했다. 출발한 지 3시간 만에 여행의 막막함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다. 두려움이 내 몸을 감싸다보니 배고픈지도 모르고 자전거 페달만 굴렸다. 심지어 친구와 나는 무전여행을 계획했기에, 돈으로도 해결할 수 없는 문제에 부딪혔다. 저녁의 어스름이 찾아오면서 나의 두려움은 극에 달했다.

중간에 그렇게 첫날을 보내야 하는 상황에 닥치니 여행을 포기해야 하나 생각도 했었다. 그러나 나는 그 상황을 어떻게 해서든 극복해야만 했다. 여행의 목적이 새로운 시작에 대한 불안감을 떨치고자 했는데, 여기에서 포기하면 사회생활에 다시 낙오자가 될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친구와 머리를 맞대어 방법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찾은 방법이 자전거 타면서 보이는 마을에 들어가 마을회관 같은 공공의 장소에서 숙소를 해결하는 것이었다. 사람이 죽으라는 법은 없다는 옛말이 있듯이, 의욕만 앞선 우리들에게 처음으로 도착한 마을 이장님은 따뜻하게 우리를 반겨주셨고, 기꺼이 마을회관을 내주셨다.

친구와 마을회관에서 보내야 했던 그날 밤은 아직도 잊을 수 없다. 자려고 누웠으나 다음날 여행에 대한 불안감 때문에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계획을 다시 세울 수밖에 없었다. 우여곡절은 많았지만 우리는 당초 계획했던 4일 만에 해남 땅끝마을에 도착할 수 있었다. 이 여행으로 나는 계획의 중요성을 깨달았다. 일을 추진하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계획이라는 것을 말이다.

비행기 일러스트

‘진정한 나’를 발견한 워킹홀리데이

하이킹을 통해서 계획의 중요성을 알게 되었다면 워킹홀리데이 생활은 나에게 독립심을 키워줌과 동시에 세상의 다양함을 배우는 시간이었다. 워킹홀리데이는 누가 시키지도, 강요하지도 않았다. 해외 생활에 대한 나의 로망을 실현하기 위한 여행이었다. 하이킹 여행의 경험으로 계획의 중요성을 알고 있던 나는 이번 여행에는 단단히 준비하고 비행기에 내 몸을 맡겼다.

외국에서 생활하기 위한 외국어 공부도 열심히 했고 해외에서 직업을 갖기 위해 이력서도 준비하면서 해외 생활에 필요한 것을 철저히 준비했다. 그렇게 준비를 많이 했지만 해외에 첫발을 디디는 순간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부모님의 울타리에 갇혀 살던 내가 자립할 수 있을지 의문이었고, 내 힘으로 돈을 벌 수 있을지도 두려웠다.

그런 나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민 사람들은 나보다 며칠 먼저 도착한 게스트하우스에서 만난 사람들이었다. 처음 도착하여 막막한 심정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그들이기에 짧지만 자신들이 그동안 생활하며 얻은 노하우를 공유해주었다. 며칠간 그들과 함께 지내면서 사람들의 성향, 문화 등을 체험할 수 있었다. 더불어 같은 뜻을 가지고 있었기에 내가 필요로 하는 직장을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지, 이력서는 어떻게 넣어야 하는지 등 낯선 곳에서 적응하는 데 큰 도움을 받았다. 그런 도움 덕분에 내가 원하는 조건의 직장도 쉽게 구할 수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활은 안정되며 삶에 여유를 가질 수 있었다. 삶에 여유가 생기니 그 나라의 생활방식, 마인드, 가치 등이 보이기 시작했다. 내가 가장 충격을 받은 것은 경쟁이 없는 문화였다. 대한민국은 경쟁의 국가라고 과언이 아닐 정도다. 학창 시절부터 옆 친구보다 1점이라도 앞서야만 좋은 학교 좋은 직장을 구할 수 있는 경쟁에 익숙해진 나에게는 큰 충격이었다.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가 아닌 여유를 갖고 느긋하면서, 경쟁보다는 개인 역량만큼 일하는 그들의 문화가 좋았다.

나는 워킹홀리데이로 한 나라의 문화만 배웠던 것이 아니다. 지난 20여 년 동안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진정한 나’를 발견했다. 1년간의 워킹홀리데이 생활을 하면서 내성적이라고 생각했던 나의 성격은 많이 바뀌었고, 내 행동에 자신감을 가질 수 있었고 나의 주장을 확실하게 펼 수 있는 사람이란 것을 확인했다. 이런 자신 있는 나를 발견한 것이 워킹홀리데이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다.

하이킹 여행과 워킹홀리데이는 지금까지 내 삶에 있어서 중요한 터닝 포인트였다. 그 이유는 가장 성공적인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내가 성장하기 위해서는 성공적인 경험을 많이 해봐야 한다. 성공적인 경험이 거창할 필요는 없다. 내가 목표를 설정하고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하여 노력하는 과정이 바로 성공의 경험이다.

‘10년 후에 나는 어떤 사람이 되어 있을까?’라고 상상해보자. 나는 어떤 모습을 하고 있는가. 10년 후의 내가 상상하는 모습처럼 되기 위해서 나는 어떤 성공의 경험을 가져야 할까? 내 인생의 터닝 포인트는 나 자신에게 질문하면서부터 생긴다. 그렇기에 오늘 당장 나는 어떤 성공의 경험을 얻어야 할지 고민해보자.

※ 다음호 KOGAS ESSAY의 주인공은 전북지역본부 안전환경부 유경혜 주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