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KOGAS

home NEAR KOGAS KOGAS ESSAY

url 복사 인쇄하기

KOGAS ESSAY

수집

‘다덕주의자’의
취미활동

[글 중앙통제보안처 계통운영부 권오덕 과장]

수집

다양한 장래희망, ‘다덕’의 시작

‘덕질’이란 취미활동과 유사한 의미로, 특정 활동이나 인물에 대해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거나, 심도 있는 탐구활동, 수집 등을 하는 행위를 말한다. 나는 다양한 분야의 덕질을 하는 ‘다덕주의자’이다.

나는 어려서부터 다양한 것에 대한 호기심이 많았고, 장래희망도 평범하지 않았다. 나의 첫 장래희망은 열대밀림을 탐험하는 동물학자였다. 조금 더 성장해서는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고, 그 이후로도 동물원 조련사, 식당주인, 농부, 인테리어 전문가, 소설작가 등이 되고 싶었다. 돈을 벌기 시작한 이후 그동안 하고 싶었던 다양한 취미활동을 시작했다. 취미선택의 기준은 없었다. 그저 내가 하고 싶거나, 평소에 궁금했던 것들을 닥치는 대로 해보기로 했다. 나의 첫 취미활동은 요리였다. 김치찌개부터 시작해 지금은 중식, 일식, 양식도 어느 정도는 가능하게 되었다. 최근에는 스테이크나 파스타 등을 만들어서 주변 사람들에게 대접하고 맛있다는 평을 들으면 기분도 좋고, 만족감이 크다. 나의 두 번째 취미활동은 농사이다. 식물은 온전히 관리자의 관심과 정성에 따라 생장 정도가 달라진다.

최근에는 수경재배에 관심이 생겨서 옷장 안에 나만의 작은 농장을 구성해서 식물의 생장조건과 영양분 공급에 따른 영향을 연구하고 있다. 옷장을 열었을 때 초록색의 식물들을 볼 때 뿌듯함과 함께 엄청난 힐링을 느낀다. 내가 세 번째로 접한 취미활동은 셀프 리모델링이다. 전공 분야인 전기와 조명 교체부터 도배, 장판, 타일 등을 연습하면서 점점 실력이 늘고 있다. 요즘은 20년 넘은 부모님집의 인테리어를 바꾸는 중이다.

이외에도 낚시, 가구 제작, 전자제품 수리, 물고기 키우기, 핸드드립 커피 등 서로 관련이 전혀 없는 것들을 취미활동으로 하고 있다.

수집

나의 덕질, 나의 행복

내가 다양한 취미활동을 하면서 느낀 점이 두 가지 있다. 첫 번째는 취미활동이 많아질수록 세상을 보는 눈이 넓어진다는 것이다. 식물을 키우면서 마트에서 파는 야채의 상태만 보아도 어떤 재배법으로 키웠을지, 주인이 얼마나 정성을 쏟았을지 바로 알 수 있게 되어서 좋은 식재료를 고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요리를 하면서 적당한 맛과 질감을 내기 위해 많은 연습과 노력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나서는 식당에서 음식을 먹을 때 항상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최대한 남기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하찮게 보이는 일이라도 그 분야의 전문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얼마나 많은 노력과 시간이 필요한지 알게 되면서 사람들을 존중하고 칭찬할 수 있는 자세를 가지게 되었다.

두 번째는 인간관계가 편해진다. 사람은 공통점을 발견하면 호감을 느끼게 된다. 나의 다양한 취미활동은 얕고 넓은 지식을 가지게 해주었는데, 다양한 사람들이 공감할만한 요리를 하다가 실패한 경험, 동·식물 기르기에 대한 경험 등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가 가능해지고 나서부터 사람들과의 만남이 재미있고 흥미로워 졌다. 또한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새로운 취미활동으로 승화시키면서 나의 내면세계를 확장할 수 있는 기회가 되기도 한다.

수집

미래에 대한 기대감, 덕업(業)일치

정년이 다가오면 경제적인 불안감보다 해야 할 일이 없다는 것이 더 큰 스트레스라고 한다. 하지만 나는 오히려 퇴직 후가 더 기대 된다. 많은 시간을 활용해서 다양한 일과 취미활동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이다. 농장을 운영하거나 작은 식당을 운영하면서 나만의 레시피로 손님들에게 대접해 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아니면 오래된 시골집을 구해서 셀프 리모델링하여 가치를 높여서 재판매 하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또는 탐험가 모자를 쓰고 새로운 곤충이나 동물을 찾아내고, 연구하는 일도 즐거울 것이다.

지금은 전문가보다 부족하겠지만, 나에게는 아직 20년 넘게 시간이 있으니 그 시간동안 가장 즐겁고 잘 맞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나는 다가올 미래가 두렵거나 막연하지 않다. 미래의 나는 나의 일과 취미활동이 일치되는 덕업(業)일치를 하고 있을 테니.

수집

다음은 무엇을 덕질해볼까?

요즘은 다음 취미활동을 무엇으로 할지 생각하는 즐거움에 빠져있다. 최근에 관심이 생긴 분야는 우주과학과 양자물리학이다. 책과 유튜브 등에서 다양한 정보를 찾고 혼자만의 공상에 빠지는 것도 즐겁다. 혹시 이 글을 읽은 선·후배님들 중 양자물리학을 알고 계신 분이 있다면, 양자물리학과 마블 영화를 연관 지어 보기를 추천한다. 영화가 새로운 관점으로 보일 것이고, 더 큰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 나는 얼마나 더 많은 덕질을 할지는 모르겠다. 항상 더 많은 지적 호기심이 나를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가올 미래의 날들이 기대감으로 가득 차 있다. 평소 무력함을 느끼거나, 어떤 일에도 즐거움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내면에서 꿈틀대는 호기심을 해소할 덕질 대상을 찾아보길 추천한다. 그것이 남들이 보기에는 사소하고 하찮더라도 무슨 상관없다. 내가 즐거운 일을 찾는 것! 그것이 바로 덕질이기 때문이다.

※ 다음호 KOGAS ESSAY의 주인공은 중앙통제보안처 계통운영부 김정욱 과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