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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

씨앗은
가장 오래된
미래다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는 농부다. 변현단 대표는 토종씨드림 청년활동가 백수연 씨와 전남 곡성 3,000평의 채종포에서 토종씨앗을 증식해 전국에 보급하고, 토종씨앗의 특성과 농사법을 연구하기 위해 농사를 짓는다. 농촌에서 흔한 경운기, 타작기도 없고, 밭에 풀이 자라는 것을 막기 위해 비닐도 씌우지 않는다. 밀보리와 콩을 돌려지어 김매기를 따로 하지 않고, 고라니가 먹어치우는 콩 옆에는 고라니가 싫어하는 들깨를 심는다. 겨울엔 호밀을 심어 멧돼지가 아래로 내려오는 것을 막고, 호밀 수확 후엔 어떤 작물도 심지 않고 멧돼지가 내려오면 놀 공간으로 남겨둔다.

[글 임영현  사진 박형준]

  • Q질문
  • 토종씨앗에 어떻게 관심을 갖게 되셨나요?
  • A답변
  • 2004년부터 2011년까지 경기 시흥에서 기초생활수급자들과 생태농업을 하는 ‘연두공동체’를 운영했습니다. 종자(씨앗)를 사다가 농사를 지었는데, 농업기술센터에서 준 옥수수 씨앗을 심었더니 아주 큰 옥수수가 열렸습니다. 옥수수 몇 자루를 남겨 다음해 심었더니 비틀어지고 곰팡이가 나더라고요. 알고 보니 F1 종자였던 거죠. 우수한 종자끼리 교배해 만들었지만 씨앗을 받아 심으면 퇴화하기 때문에 매년 새로운 종자를 사서 심어야했어요. 예부터 토종씨앗을 받아 농사를 지어왔지만 이제는 농부가 씨앗을 잃어버리고, 종자회사가 개량한 씨앗을 1년에 수백만 원씩 구입해야만 먹고살 수 있게 됐다는 현실을 알게 됐고, 2008년 토종씨드림이라는 민간단체를 함께 만들게 됐습니다.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
  • Q질문
  • 토종씨드림은 어떤 역할을 하나요?
  • A답변
  • 토종씨드림은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씨앗을 받아 전국에 보급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이 대부분 사라지는 상황이어서 처음엔 수집과 증식, 보급에 집중했습니다. 토종씨앗으로 농사를 짓고 있는 농가를 찾아 씨앗 나눔을 부탁드렸어요. 배추만 해도 조선배추, 뿌리배추, 결구배추, 똘배추 등 다양한 이름의 배추가 있고, 자라는 지역에 따라 맛도 달라요. 토종씨앗은 수확량이 적더라도 특유의 맛 때문에 계속 심어왔거든요. 1년에 3~5개 지역을 다니면서 토종씨앗을 수집하는데, 2021년 1월까지 28개 시·군에서 180개 작물, 7,831점을 수집했습니다.

    토종씨앗 보급을 확대하려면 농민들이 재배하고 판매해 소득을 얻을 수 있어야 하죠. 그래서 지금은 일반 농가에는 수확량이 많고, 재배가 쉬운 토종씨앗을 소득종자로 권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먹을 농산물을 키우는 자급농부들에게는 맛을 우선으로, 맛 좋은 토종씨앗을 추천 드려요. 1년에 두 번 후원회원을 대상으로 신청을 받아 수집하고 증식한 토종씨앗을 나누는데 농민을 우선해 보급하고 있습니다.

    지자체의 의뢰를 받고 해당 지역의 토종씨앗을 조사하는 일도 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에 관심 갖는 지자체들이 많아져서 기쁘게 생각해요.

토종씨앗
토종씨앗
  • Q질문
  • 토종씨앗을 수집하고 키워내는 즐거움은 무엇일까요?
  • A답변
  • 토종농사는 정말 재미있습니다. 토종농사를 지으며 뱀이 상추밭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게 됐어요. 고라니가 들깨 향기를 싫어한다는 사실도 알게 돼 콩 옆에 들깨를 심고 있습니다. 지난해엔 토마토 옆에 강낭콩을 심으면 서로 방해하지 않을 것 같아 그렇게 심었더니 6~7월이면 곰팡이로 썩는 강낭콩이 그대로였어요. 올해도 같은 효과가 나오면 ‘토마토 옆 강낭콩 심기’를 홍보하려고요. 그리고 밀보리를 수확한 후엔 콩을 심습니다. 풀은 밀보리와 함께 자라도 밀보리가 크는 데 지장을 주지 않아요. 밀보리를 수확하면 풀을 생장점 아래까지 잘라내고 바로 콩을 심어요. 넓은 콩잎이 풀이 자라는 데 필요한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풀의 방해 없이 콩이 잘 자랄 수 있습니다.

    이렇게 작물의 입장에서, 또 적은 노동력을 투입해 쉽게 키울 수 있는 농사법을 연구하고 있어요. 토종씨앗을 수집하러 다니는 일도 흥미진진합니다. 편찮으셔서 농사를 포기한 할머니 집 창고에서 우연히 1910년 우리나라에 처음 들어온 씨감자를 찾아내기도 했습니다. 씨앗만 수집하는 게 아니라 씨앗에 얽힌 기가 막힌 이야기도 들을 수 있습니다. 임실에선 한 할머니가 날품 팔러 갔다가 받은 감자가 맛있어서 수십리 길을 다시 걸어 노동력을 제공해주고 감자를 받아와 지금까지 키워 오신 감자를 구하기도 했어요.

    순천에선 농사지을 씨앗 4개만 남기고 나머지는 가져가라던 할머니도 만날 수 있었습니다. 이 할머니는 씨앗이 몇 개 있어야 1년 농사가 가능한지 오랜 경험을 통해 알고 계셨어요. 의정부나 평택 등에선 색깔이 파랗지 않은데 파랗다고 이름붙인 씨앗들이 있어요. 빨갛지 않기 때문에 파랗다고 이야기합니다. 정말 재미있죠?

    수많은 결실은 씨앗 한 알에서 시작합니다. 씨앗 한 알에는 우주가 담겨 있어요. 사람 역시도 씨앗이죠. 농사는 결코 쉽지 않아요. 3,000평에서 천연농약도 사용하지 않으면서 토종씨앗을 받고, 특성 조사를 하려면 노동력이 항상 부족해요. 하지만 토종씨앗을 지켜내고 보급하는 일은 생명을 키워내고, 세상과 나를 바라보는 시각을 제공해주기 때문에 즐겁습니다.

  • Q질문
  • 앞으로의 계획을 소개해 주세요.
  • A답변
  • 토종씨드림에는 토종씨앗 지역모임, 토종농민회, 토종생태텃밭 교사협의회 등 여러 모임이 있습니다. 이러한 활동들을 정교화하는 작업을 하려고 합니다. 또한 청년활동가를 더 많이 양성하려 하고 있습니다.

    토종씨앗으로 자연농사를 짓는 농부는 전체의 1%도 되지 않습니다.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을 더 많이 가져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화분에 토종씨앗을 심어도 상관없어요. 토종씨앗에 대한 관심은 곧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이고, 생명의 소중함을 아는 일입니다. 많은 분들이 토종씨앗으로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주세요!

“씨앗 하나가 수백, 수천 개의 생명을 만들고,
다시 그 씨앗을 심으면 수천, 수만 수억만 개의 생명이 피어납니다.
...
한 알의 씨앗은 수억만 개로 수억만 년의 기억을 담은 유전자로 복제되어
세상을 뚫고 나와 ‘자기만의 모습’으로 살아갑니다.
수억만 개 나와 똑같아도 지금 여기, 내 땅 위에 있는 ‘나’는 세상에서
유일한 ‘나’입니다. 내가 살고 있는 공기와 흙은 다르기 때문입니다.
 

- 변현단 대표 저서 <씨앗철학> 중에서 -

변현단 토종씨드림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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