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2

식물과 만난 빗물은
탄소를 흡수하는
유용한 자원이다
가든프로젝트 박경복 대표

writer임영현

photographer전예영

사회적기업 가든프로젝트의 박경복 대표는
프라나·레(PRANA·RE)라는 브랜드의 빗물저금통(빗물이용시설)을 제작한다.
조경을 전공한 그는 2010년 가든프로젝트를 설립해 도시농업 분야 사업을 시작했다.
상자 텃밭에 들어갈 모종을 키우다 보니 자연스럽게 빗물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졌다.
이제는 빗물저금통 사업이 절반을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빗물은 식물을 잘 자라게 한다
빗물저금통과 그린커튼
박경복 대표는 빗물을 모아 물을 절약할 수 있는 빗물저금통을 만든다. 돈을 모으는 저금통처럼 빗물을 모은다는 의미에서 빗물저금통이란 단어를 만든 이가 바로 박경복 대표다. 수돗물로 채소를 기르다보니 잘 자라지 않았다. 수자원을 낭비한다는 생각도 들었다. 버려지는 빗물을 모아 채소를 키우자는 생각으로 이어졌다. 수돗물에는 소독제가 들어있다. 그래서 식물을 키우는 데 수돗물을 이용할 때는 소독제 성분을 가라앉혀 사용해야 한다. 빗물을 모아 식물에게 줬더니 수돗물을 사용했을 때보다 더 잘 자랐다.
“비 온 뒤 솟아나는 죽순을 사자성어로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고 해요. 죽순이 왜 이렇게 쑥쑥 자랄까요? 빗물에 많이 들어 있는 질소 성분이 식물의 생장을 돕기 때문입니다. 비가 올 때 빗물을 받아 사용하니 물 사용량도 줄일 수 있고요.”
처음에는 해외에서 수입한 빗물저금통을 구입해 사용했다. 큰 규모로 식물을 키우다 보니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용량이 아쉬웠고, 가격은 비쌌다. 그래서 직접 빗물저금통을 만드는 사업으로까지 이어졌다. 박 대표는 대용량이면서 빗물을 거를 수 있는 필터를 채용한, 게다가 합리적인 가격의 빗물저금통을 개발해냈다. 박 대표는 2013년 경기도 수원시와 광주광역시의 빗물저금통 사업에 참여하면서 본격적으로 빗물 사업을 전개해 나갔다. 2015년에는 서울시 빗물이용시설 설치 업체로 참여했고, 2018년에는 한국수자원공사의 사회적기업 성장지원프로젝트 공모에 응모해 4,500만 원을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 지원금과 가든프로젝트의 기금을 합해 전남 신안군 도초도에 빗물마을을 조성했다. 이와 함께 희망브리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함께 저개발 국가를 위해 빗물을 식수로까지 이용할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도 했다.
가든프로젝트
빗물저금통
탄소 중립의 핵심은 나무에 있다
박 대표는 빗물저금통을 만들면서 탄소 중립에 대한 생각이 더 많아졌다. 우리나라는 잘 갖춰진 상수도 시설을 이용해 수돗물을 공급한다.
“수돗물을 생산하기 위해 전기를 사용하면, 결국은 탄소 발생량을 증가시켜요. 빗물 사용을 늘리면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수도요금을 현재보다 올리는 게 물 사용을 줄이고, 탄소 발생량을 감축할 수 있다고 여긴다.
“탄소 발생을 줄이기 위해 한국가스공사가 주력하고 있는 친환경 에너지인 수소를 보다 많이 이용하자, 육류 섭취를 줄이자와 같은 이야기를 많이 합니다. 석유화학 제품은 가능하면 쓰지 말자, 재활용을 늘리자, 이런 대안들이 나오고 있죠. 그런데 탄소 순배출량을 O으로 만드는 탄소 중립의 핵심은 나무에 있습니다.”
나무를 비롯한 식물은 생장하면서 탄소를 흡수하고 저장한다. 목재만큼 탄소를 저장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이러한 식물을 빗물로 키운다면 탄소 흡수를 촉진할 수 있다.
“나무를 키워 목조 주택을 만드는 등 재료로 사용하고, 나중에 태우면 탄소가 배출됐다고 볼 수 있을까요? 나무가 자라는 동안 흡수하고 저장한 탄소가 소각할 때 나오는 거니 탄소 중립에 해당합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건물 외벽에 덩굴식물을 빗물로 키우는 그린커튼이 도움이 될 수도 있다. 블라인드처럼 햇빛을 차단하기 때문에 냉방 비용을 아낄 수 있다. 당연히 탄소 배출도 줄일 수 있다. 그린커튼으로 키우기 좋은 식물은 나팔꽃이다. 1년생이지만 씨앗이 떨어지면 다음해에도 잘 자란다. 새싹이 나오면 솎아주는 작업만 하면 오랫동안 그린커튼을 유지할 수 있다. 박 대표는 대북 사업에도 나무가 커다란 도움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단, 북한에 나무를 심기 전, 해결해야 할 과제가 있다. 가스와 전기, 상수도 공급이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야 나무가 다 자라기 전 잘라서 땔감으로 사용하는 일을 막을 수 있다.
빗물전문기업으로 키운다
박 대표는 앞으로 가든프로젝트를 빗물전문기업으로 키워낼 계획이다. 수익성을 담보할 수 있는 비즈니스 모델을 시도해 빗물전문기업으로서 시장을 선도해 나간다는 목표다.
“반려동물을 넘어 반려식물이라는 단어도 등장했어요. 회사에서도 식물을 키우는데 코로나19로 느끼는 울적한 기분을 사라지게 만듭니다. 한국가스공사 직원분들과 사보 <KOGAS> 독자분들도 식물을 가까이 하면 좋겠어요. 밝은 기운을 느낄 수 있답니다. 항상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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