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REPORT

식물 킬러를 위한
식물 잘 키우는 방법

writer & photographer최정윤 어라운드유 가드닝 대표(<식물을 들이다> 저자)

봄에 꽃을 피우는 프리뮬러
말라코이데스(삼단앵초)
추운 겨울을 보내고 햇살 따뜻한 봄이 오면 나도 모르게 예쁜 화분들 가득한 화원을 기웃거리게 되고 꼭 식물을 좋아하고 키우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봄이 되면 한번쯤 작은 화분이나 싱그러운 초록 잎들 달린 식물 하나 데려와 키워보고 싶은 마음이 가득해요. 좋아하는 식물을 데려와서는 무럭무럭 잘 자랐으면 하는 마음에 햇빛 가장 좋은 창가에 식물을 두고 바람도 쐬어주며 부지런히 물주기를 해줘요.
그러다 어느 날 퇴근을 하고 집에 들어와서 화분을 보았는데 잎이 이상하게 축 늘어져 있고 힘이 없는 모습이 보여요. 잘 자라고 있구나 싶었는데 뭐가 문제인지 잎에 문제가 생긴 모습을 보면서 어찌해야 하나 고민을 하고 물 부족인가 싶어 흠뻑 물주기를 해주었는데 다음 날 보니 전날보다 더 축 처진 잎들에 다시 살아나기 힘들 정도로 변해있는 모습을 보면서 실망하기도 할 때가 있어요. 식물을 키워봤던 사람이라면 이런 일을 한번쯤은 겪어 봤지 않았을까 싶어요. 식물을 유난히 건강하게 잘 키우는 사람들도 있고 누구나 키우기 쉽다는 식물조차 죽이는 ‘식물 똥손’이라 불리는 사람들이 있기도 해요. 그렇다면 어떤 식물이든 잘 키우는 사람은 타고난 걸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 사실 타고났다기보다 과도한 애정과 무관심의 그 중간쯤을 잘 아는, 연애로 빗대어 설명하자면 밀당을 잘하는 사람이 아닐까 싶어요. 늘 과한 애정과 관심은 독이 될 때가 있는데 식물을 키우는 일도 마찬가지에요.
식물을 잘 키우기 위해서는 내가 함께하게 될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과 특징을 잘 파악하고 맞춰주면 가장 좋아요. 어떤 식물들은 강한 햇빛을 좋아하는 반면 어떤 식물은 반쯤 그늘진 환경을 좋아하기도 하고 물을 좋아하는 식물이 있으면 반대로 선인장이나 다육식물들처럼 물을 적게 주어야 잘 자라는 식물들이 있기도 해요. 예를 들면 꽃을 많이 피우는 식물이나 꽃나무들은 보통 햇빛을 좋아하고 바람이 잘 통하는 창가나 베란다를 선호해요. 이런 환경을 좋아하는 식물들이 덥고 건조한 실내 안쪽에 있게 된다면 건강하지 못하게 성장할 수 있어요. 식물이 좋아하는 환경을 고려해서 키우는 것만으로도 반은 성공이라 할 수 있어요.
또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는 적절한 물주기에요. 보통 며칠에 한 번 물주기를 해야 하나 생각하고 궁금해 할 수 있는데 모든 식물은 며칠에 한 번 물주기를 하기 보다는 화분 위를 덮고 있는 화분의 겉흙이 완전하게 말랐을 때 화분 밑으로 물이 흘러나올 때까지 흠뻑 주는 일이 중요해요. 뿌리가 물을 완전하게 흡수하기 위해서는 충분한 양의 물이 들어가야 하고 화분 밑으로 물이 흘러나오는 일은 화분 속 공기를 순환하게 하는 일이기도 해요. 저도 식물을 키우면서 가장 많이 느낀 게 ‘물주기 3년’이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라는 점이였죠. 그만큼 적절하고 올바른 물주기는 식물에게 정말 중요한 요소이고 건강하게 잘 키울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해요.
이렇게 식물을 잘 키울 수 있는 환경이나 방법들에 대해서만 설명을 하다 보니 식물을 들이는 일이 조금은 조심스럽고 어려우면서 까다로운 일일까 생각할 수 있는데 꼭 그렇지만은 않아요. 환경에 크게 예민하지 않으면서 물주기가 까다롭지 않은 식물들도 많아요. 식물 키우기가 처음인 식물 초보자에게 추천하기 좋은 식물은 드라세나 종류들(드라세나 종류들 중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대표 종류로는 행운목이나 마지나타 등)이나, 셀로움, 몬스테라, 싱고니움, 스킨답서스, 금전수 등이 있어요. 이 식물들은 보통 주어진 환경에 예민하지 않으면서 햇빛이 아주 많지 않아도 성장하고 물주기를 조금 게을리 해도 잘 성장하는 식물들이에요. 처음 함께하는 식물들은 개인을 취향을 고려하면서도 꼭 규칙적으로 물주기를 하지 않아도 잘 자라는 식물들이 좋고, 새잎이 잘 나고 성장하는 모습이 눈에 띄게 보이는 식물 종류들이 좋아요. 처음 데려온 식물들이 실패 없이 건강하게 잘 자라는 모습을 보면 식물 키우기에 자신감이 붙고 다른 종류 식물들을 또 데려오고 싶게 만들 수 있어요. 키우기 쉬운 식물부터 하나하나 경험하면서 다양한 종류의 식물 세계로 들어오게 되면 더 즐겁게 오랫동안 식물들과 함께 생활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해요.
최근에는 희귀한 종류의 식물을 데려와 키우고 번식해서 판매하는 ‘식테크’라는 단어를 주변에서 흔히 들을 수 있어요. 식물과 함께하는 그 자체의 즐거움을 넘어서 어떤 수단이 되거나 소유나 과시의 목적이 되는 건 좋지 않은 현상이지만 과하게 선을 넘지만 않는다면 어떤 면에서는 식물을 키우면서 또 다른 즐거운 요소가 되지 않을까 싶기도 해요.
식물과 함께하는 일은 자신의 운을 함께 키우는 일이라고도 해요. 식물을 키우면 조금 더 부지런해지기도 하고, 새잎이 나고 성장하는 모습을 보면서 긍정적인 생각을 많이 하게 되죠. 꽃을 피우는 모습을 보면서 기다림과 인내심을 배우기도 해요. 서두르지 않는 마음과 긍정의 에너지가 가득하게 되니 식물을 키우는 건 스스로 좋은 운을 키우는 일이 맞기도 하죠. 올봄 좋아하는 식물이 담긴 작은 화분 하나 옆에 두고 소소한 즐거움과 행복을 마음껏 느껴보시기를 바랄게요.
인쇄 URL 복사 맨 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