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COLUMN

숨겨왔던
우리의 메탄

writer과학칼럼니스트
이독실

탄소 중립, 탄소 제로라는 말이 지구온난화에 대한 인류의 대응을 상징하다보니 잊고 있었다.
지구온난화를 일으키는 온실기체는 이산화탄소만이 아니었다.
감축 대상 온실기체 6종
교토의정서로 유명한 제3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3)에서는 온실효과를 일으키는 감축 대상의 온실기체를 6종으로 지정했다. 이산화탄소(CO2), 메탄(CH4), 아산화질소(N2O), 수소불화탄소(HFCs), 과불화탄소(PFCs), 육불화황(SF6)이 그것인데, 각 온실기체가 지구온난화에 영향을 미치는 지구온난화지수를 보면 이산화탄소를 제외한 다른 기체들이 훨씬 높다. 100년을 기준으로 이산화탄소의 영향을 1로 볼 때 메탄은 21, 아산화질소는 310, HFCs는 1,300, PFCs는 7,000, 육불화황은 무려 23,900이다.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가 다른 온실기체들보다 훨씬 많은 양을 차지하고 있기에 지구온난화의 주범으로 이산화탄소가 대표로 언급되어왔던 것이다. IPCC(기후협약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가 최근 보고서에서 “즉시, 신속하게, 대규모로” 온실기체의 배출이 감소해야만 한다고 언급한 오늘날에는 메탄 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아주 중요해졌다.
가장 단순한 탄화수소, 메탄
메탄의 감축에 대해서는 몇 가지 불편한 진실이 있다. 좌시하기 어려운 수준의 온실효과를 나타냄에도 지금까지 당사국총회에서 구체적인 감축 목표로 제시되지 못한 이유도 이런 불편한 진실 때문일 수도 있다. 이제 메탄이 무엇인지, 언제 특별히 배출되는지, 그리고 지구온난화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를 알아보고 메탄 감축의 의미를 짚어보도록 하자.
탄소와 수소로 이루어진 화합물을 탄화수소라고 한다. 팔이 4개인 탄소는 팔이 1개인 수소와 공유 결합을 형성하는데, 가장 단순한 탄화수소, 즉 탄소 1개에 수소 4개가 결합한 화합물을 메탄 또는 메테인(methane)이라고 한다. 탄소는 주변의 수소 원자 넷과 결합을 형성하는데, 탄소-수소 공유결합에 참여하는 전자들은 일종의 팔(오비탈)을 형성하게 된다. 이 전자들은 3차원 공간상에서 서로 밀어내기 때문에 가장 멀리 위치하려고 하는데, 중심에 탄소가 위치한 채 4개의 전자팔(오비탈)이 가장 멀리 떨어질 수 있는 구조는 바로 정사면체 구조이다.
메탄 발생은 자연적인 과정
메탄은 정사면체 구조로 대칭을 이루기 때문에 무극성을 띠게 되는데, 이번에는 구조에 기인한 메탄의 화학적 특징보다 ‘탄소 수가 가장 적은 단순한 탄화수소’라는 것에 집중해보자.
메탄은 생명의 근간이 되는 탄소화합물들이 변형되고 분해되는 과정에서 부산물처럼 조금씩 발생한다. 생물이 에너지를 얻을 때 주로 산소를 이용해서 얻지만, 산소가 부족한 환경에서는 낮은 효율이나마 에너지를 얻을 수 있는 과정이 있다. 이를 혐기성 과정이라고 하는데 대표적으로 효모가 알콜을 만들어내는 발효 과정이 있다. 사실 우리 근육도 혐기성 과정을 통해 에너지를 얻을 수 있다. 급하게 에너지가 필요할 때 산소 없이 당을 분해해서 에너지를 얻는 ‘무산소 운동’이 바로 그것이다.
소떼
양떼
중국, 러시아, 인도가
국제 메탄 서약에 참여하지 않은 이유
메탄은 메탄 생성 미생물들이 산소가 부족한 혐기성 환경에서 유기물들을 분해하는 과정에서 발생한다. 메탄의 발생은 자연적인 과정이다. 인류가 출현하기 훨씬 전부터 습지, 해양, 퇴적물 등에서 자연적으로 발생한다. 산업혁명 이전에는 메탄이 대부분 주로 습지에서 자연적으로 배출되었다. 물론 현대에 와서는 메탄 발생의 60% 이상이 인간 활동의 결과이다.
구체적으로 인간의 어떤 활동이 메탄을 배출하는지 알면 놀랍다. 화석연료를 얻는 과정에서 메탄이 배출되는 것은 당연하다. 이는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한하려는 노력으로 개선될 수 있다.
그러나 인류의 먹거리와 관련될 때, 구체적으로는 벼농사의 과정에서, 그리고 소와 양의 사육을 통해 발생하는 메탄은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벼농사는 반드시 다량의 물을 사용하는데 물 댄 논은 마치 습지와 같은 역할을 한다. 물속의 유기물들이 분해되는 과정에서 산소가 고갈되고 나면, 혐기성 환경에서 메탄 생성 미생물들이 메탄을 생성하기 시작한다. 벼 생산이 많은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중국 등이 많은 양을 배출하는데 문제는 벼 재배가 인구 부양의 핵심 요소라는 것이다. 이들 나라에 벼농사로 인한 메탄 배출을 줄이라고 하는 것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
작년 제26차 유엔기후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105개 국가가 국제 메탄 서약에 합의했다. 2030년까지 전 세계에서 배출되는 메탄의 양을 2020년 대비 최소 30% 줄이자는 서약인데, 문제는 메탄 배출량 1, 2, 3위국인 중국, 러시아, 인도가 참여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들 나라가 온실가스로서의 메탄의 영향을 과소평가했기 때문일까?
메탄의 감소는 지구온난화를
즉각 억제하는 효과가 있다
소, 양, 염소와 같은 반추동물들은 식물을 소화할 수 있는 특별한 능력이 있다. 왜 특별하다고 했냐면 식물의 세포벽을 이루는 셀룰로오스를 분해하는 것은 대단히 어렵기 때문이다. 인류는 당연히 분해할 수 없다. 인류가 풀을 뜯어먹고 살 수 없는 이유이다.
셀룰로오스의 분해가 어려운 것은 사실 반추동물들도 마찬가지다. 반추동물들은 식물을 잘게 부수지만 실제로 이를 분해하는 것은 반추동물들의 위에 살고 있는 세균과 고세균들이다. 반추동물들은 되새김질을 통해 식물과 세균을 잘 섞어주면서 세균이 분해한 영양분을 섭취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 과정에서 메탄 생성균인 고세균은 끊임없이 메탄을 생성하고 소의 트림을 통해 대기 중으로 방출된다. 소의 트림이라고 하니 귀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이는 우리의 방귀와는 그 차원이 다르다. (우리 방귀의 주성분도 메탄이다!) 반추동물들이 내뿜는 메탄은 전체 메탄 배출량의 30%를 차지하며 온실효과 면에서 15%나 되는 지분을 차지하고 있다.
메탄은 앞서 언급했듯 지구온난화지수가 21로 이산화탄소의 21배에 달한다. 그런데 이는 100년에 걸친 효과를 수치로 나타낸 것이다. 실제로 메탄은 대기 중에서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빠르게 사라진다. 짧고 굵게 영향을 준다는 것이다. 100년이 아닌 20년을 기준으로 보면 메탄은 이산화탄소의 86배나 되는 지구온난화지수를 가지고 있다.
다시 말해 메탄의 감소는 지구온난화를 즉각적으로 억제하는 효과를 가져온다. 신속하게 온실기체를 줄여야 하는 지금, 세계가 메탄 배출량 감소에 주목하는 이유이다.
우리는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을까?
우리가 쌀을 먹거나 소고기를 먹을 때마다 지구온난화를 유발했다는 죄책감에 시달릴 필요는 없을 것 같다. 위기는 새로운 과학기술 발전을 견인한다. 최근 호주와 스웨덴 등은 해조류를 이용해서 소의 메탄 배출을 80% 이상 줄일 수 있는 사료 첨가제를 개발했다. 영국의 한 기업은 소의 코 위에 설치하는 메탄 제거 장치를 개발 중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다. 메탄 배출량 측정기기와 사료 첨가제 등 다양한 연구를 진행 중이다. 그러나 메탄과 지구온난화의 연관성은 우리에게 중요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는 어디까지 희생할 수 있으며 어디까지 희생하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인가? 먹거리를 생산하는 과정, 특히 육류뿐 아니라 벼를 재배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메탄을 어떻게 바라볼 것인가? 인도, 인도네시아, 방글라데시, 베트남 등 주요 쌀 생산국에 어떤 책임을 지우는 것이 합리적이고 윤리적일까?
내 식탁에 올라오는 음식의 종류가 무엇인가를 떠나 온 인류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하고 서로의 짐을 나누는 협력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때이다. 무엇보다도 먹거리, 특히 특정 문화권에서의 주요 탄수화물 공급원인 쌀은 생존에 직결되는 문제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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