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탐험대

‘서유럽 수소 에너지 허브’
꿈꾸는 벨기에

writer편집실

유럽연합과 나토(북대서양조약기구)의 본부가 있고,
‘유럽의 관문’이라 불리며 물류 산업이 발달한 벨기에는 이제 ‘서유럽 수소 에너지 허브’를 꿈꾼다.
벨기에는 2030년까지 산업지대와 주변국 항구를 연결하는 수소 네트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 schreder
‘플랜더스의 개’ 배경은 어디일까?
1970·80년대 방영한 만화 ‘플랜더스(플란더스)의 개’를 기억하는 사람들이 있을까. 그림 그리기를 좋아하지만 물감 살 돈이 없는 소년 네로 곁에는 커다란 개 파트라슈가 있었다. 아쉽게도 결말은 ‘꿈과 희망’이 아니었지만….
플랜더스는 바로 벨기에의 북부 지역이다. 벨기에는 국토 면적이 우리나라 경상남·북도에 불과하지만, 유럽연합과 나토의 본부가 자리 잡은 강국이다. 입헌군주제와 의원내각제를 채택하고 있으면서 브뤼셀, 플랜더스, 왈로니아 등 3개 지방정부가 중앙정부와 더불어 연방국가를 구성한다.
다시 ‘플랜더스의 개’로 돌아가서, 네로가 그토록 보고 싶었던 그림은 무엇이었을까? 앤트워프대성당 안 루벤스의 작품 ‘십자가를 세움’과 ‘십자가에서 내리심’이었다. 루벤스뿐 아니라 브뤼헐, 얀 반 에이크 같은 화가들이 플랜더스에서 활동하면서 화려한 예술을 꽃피웠다.
프랄린 초콜릿의 탄생지는 어디일까?
‘플랜더스의 개’는 영국의 소설가 위다의 동명 작품을 원작으로 일본에서 제작한 애니메이션이다. 일본 못지않게 벨기에는 만화를 사랑하는 나라다. 벨기에를 대표하는 만화를 꼽으라면 단연, 에르제가 그린 ‘땡땡(Tintin)의 모험’ 시리즈라 할 수 있다. 브뤼셀의 스토켈 역(Stokkel/Stockel Station)에는 ‘땡땡의 모험’에 나오는 캐릭터들이 그려져 있다. “랄랄라, 랄랄라”로 시작하는 노래를 들으면 자동 연상되는 ‘스머프’ 역시 벨기에 만화다.
벨기에 수도 브뤼셀의 명물은 오줌싸개 소년 동상(Manneken Pis)이다. 1619년 제작되어 브뤼셀에서 최장수 시민이라 불린다. 이 오줌싸개 소년은 특별한 날을 기념해 의상을 착용하는데, 2020년에는 코로나19와 싸우는 의료종사자에게 존경을 전한다는 의미로 흰 가운을 입기도 했다.
브뤼셀에서는 달콤한 여행도 가능하다. 초콜릿 박물관이 있기 때문이다. 벨기에는 견과류, 크림 등으로 속을 채우고 초콜릿을 얇게 감싼 한 입 크기의 프랄린 초콜릿으로 유명한데, 프랄린 초콜릿을 최초로 만든 노이하우스를 비롯해 고디바, 길리안 등 세계적인 브랜드가 벨기에에서 탄생했다.
벨기에를 이끄는 핵심 산업
화학, 바이오·의약, 물류
벨기에는 화학 산업과 바이오·의약 산업, 물류 산업이 핵심 산업이다.
화학 산업은 북부 플랜더스 지방에 자리 잡은 유럽 최대, 세계 2위 규모인 석유화학 클러스터를 중심으로 발달해 있다. 유럽연합의 친환경 정책 기조에 따라 화학 산업은 신소재, 신물질 개발이 중요해졌다. 이에 벨기에는 산학 협력과 투자 유치,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2020년 벨기에는 전체 산업 투자액의 32%인 24억 유로를 화학 산업에 투자했다.
바이오·의약 산업은 유럽 내 바이오테크기업 시가총액의 약 23%를 점유하며 1인당 임상실험 수 유럽 내 1위, 전 세계 2위라는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글로벌 신약 후보물질의 5%도 보유하고 있다.
벨기에는 물류 강국이기도 하다. 2018년 세계은행이 발표한 물류성과지수에서 독일, 스웨덴에 이어 세계 3위를 차지했고, 나이키, 코카콜라 등 1,000개 이상의 기업이 벨기에에 유럽 물류센터를 운영 중이다. 컨설팅 기업 Ernst & Young은 벨기에가 유럽 물류센터 설립지로 가장 적합하다고 평가한 바 있다. 벨기에 앤트워프항은 2020년 컨테이너 물동량 기준 유럽 2위, 세계 14위를 기록하고 있고, 제브뤼헤항은 화물 적재 차량을 그대로 싣고 내리는 RO/RO항으로, 2018년 유럽 항구 중 자동차 수입 물동량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2050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100% 이용 목표
유럽연합에 속한 만큼 유럽연합의 2050년 탄소 중립 실현 목표를 추구하면서도, 자체적으로 2050년 이후 신재생에너지 이용률 100% 달성을 추진 중이다. 이를 위해 2030년까지 원자력발전소를 폐기하고 전력의 40%를 신재생에너지로 전환할 계획이다.
벨기에는 태양력과 풍력을 재생에너지의 주요 원동력으로 삼고 있고, 특히 해상 풍력은 유럽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지만 국토 면적이 좁기 때문에 현재의 재생에너지 역량으로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만큼 충분한 수소를 생산할 수 없다. 벨기에 주변 네덜란드, 독일, 프랑스 북부지역 역시 에너지 수요를 충당할 만큼의 재생에너지 생산 역량이 없다.
벨기에는 물류 산업이 발달한 강점을 살려 재생에너지를 수입·운송하는 허브로 도약할 계획이다. 이는 재생에너지뿐 아니라 수소도 가능하다. 기후·환경·에너지연구소 Wuppertal Institute는 벨기에가 ‘서유럽의 수소 에너지 허브’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현재 벨기에 플랜더스 지방정부와 네덜란드, 독일은 Green Octopus라는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플랜더스와 네덜란드 사이에 산업용 수소 에코시스템을 구축하고 프랑스 북부와 독일까지 수소 네트워크를 확장한다는 목표다. 2030년까지 산업지대와 주변국 항구를 연결하는 수소 네트워크를 건설할 계획이다.

<2022년 벨기에 진출 전략>(KOTRA, 2021년 12월), ‘벨기에의 수소 발전 동향과 혁신 프로젝트’(KOTRA 브뤼셀무역관, 2022년 6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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