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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연가스, CCS 기술을 만나
브릿지연료에서 핵심연료로
탄소 중립을 위한 핵심연료로 손꼽히는 LNG. 하지만 일각에서는 여전히 화석연료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다. LNG에 초록빛 날개가 되어줄 CCS 기술을 소개한다.

글. 강수연 포스코경영연구원 책임연구원

천연가스가 해답이 된 이유

지구온난화를 막기 위해 전 세계의 노력이 계속되는 가운데 에너지업계는 석탄, 석유, 가스 등의 화석연료 대신 태양광, 풍력, 수소 등 신재생에너지로 에너지원을 전환하며 온실가스 배출량을 감축해 나갈 계획이다. 그러나 신재생에너지는 기술, 정책, 인프라 구축 등의 한계로 본격 도입을 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이 기간에 기존 화석연료 중 친환경성이 높은 에너지 원인 천연가스가 청정에너지 사회로 가는 브릿지(bridge) 연료로서 활약하고 있다. 천연가스는 생산과정에서 분진, 황, 질소 등이 제거되어 연소 시 공해 물질이 거의 발생하지 않고, 천연가스를 영하 162℃에서 냉각해 액화시킨 액화천연가스(LNG) 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석탄화력발전 배출량의 절반 수준이다.
천연가스 산업은 공급 인프라 및 활용성 측면에서도 강점이 있다. 수입된 LNG는 기화설비에서 재기화된 후 지하 배관을 통해 발전용 및 도시가스용 연료로서 공급되는데, KOGAS는 현재 제주를 포함해 전국에 5,105km의 주배관을 건설, 하나의 환상망 구축을 통해 안정적으로 가스를 공급하고 있다. 또한, LNG는 냉난방, 자동차, 유리, 전자, 섬유 및 금속처리 산업 등에서도 사용되어 다분야 활용성이 높다.

꼬리표를 떼어 줄 ‘CCS 기술’

이러한 장점들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천연가스는 화석연료라는 꼬리표를 달고 있다. 여기서 천연가스에 청정함을 더해 줄 수 있는 기술이 바로 탄소포집저장(CCS, Carbon Capture and Storage) 기술이다. CCS는 철강, 시멘트 등의 제조업 또는 화력발전 등에서 공정운영과 화석연료 연소 중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여 저장하는 기술로, 최근 Bloomberg에서는 산업 부문의 2050년 넷제로 달성 시나리오에서 CCS 기술이 기여하는 비중을 29%로 전망하는 등 핵심 탄소저감 기술로 주목하고 있다. 탄소 포집 기술은 포집 방식에 따라 습식 포집·건식 포집·분리막 포집으로, 포집 위치에 따라서는 연소 후 포집과 연소 전 포집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저장 기술은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대기와 격리하는 것으로 육상이나 해저에 존재하는 적합한 지층(유가스전, 대염수층 등)에 이산화탄소를 초임계 상태로 주입하여 저장하게 된다.
천연가스 산업에서 CCS 기술은 주로 천연가스 생산, LNG 발전, 수소 생산에 적용될 수 있다. 생산공정에서는 가스전에서 추출한 천연가스를 파이프라인 및 운송선으로 이송하기 전 불순물 가스를 제거하는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를 분리한다. 대량, 저비용 포집이 가능하기 때문에 북미 지역 유전에서 석유회수증진(EOR, Enhanced Oil Recovery; 이산화탄소를 지층에 주입하고 그 압력으로 원유를 추가로 끌어 쓰는 방식)을 위한 주요 이산화탄소 공급원으로 활용됐으며 유럽, 호주 등에서는 대염수층 및 고갈유가스전을 이산화탄소 저장소로 활용하는 LNG 생산기지가 구축되고 있다.

‘CCS 기술’을 통해 그려 본 미래

LNG 발전소의 CCS 기술 적용은 미국에서 오래전부터 추진되었고 국내에서도 연구 중이다. 매사추세츠주 Bellingham NGCC(Natural Gas Combined Cycle) 발전소는 습식 포집기술기반 이산화탄소 흡수제의 상용화 실증 프로젝트를 통해 1991년부터 2005년까지 하루 800톤의 이산화탄소를 포집하였다. 국내에서는 2021년 11월 한국전력공사가 최초로 LNG 발전소의 이산화탄소 포집기술 상용화 실증연구에 착수하였는데 하루 10톤 규모로 향후 200톤 규모까지 확대할 계획도 가지고 있다.
블루수소는 주로 LNG의 증기 메탄 개질(SMR, Steam Methane Reforming) 공정을 통해 생산하고 연소 후 배가스에 포함된 이산화탄소를 70~95%의 고농도로 포집한다. 정부는 2021년 11월 발표한 제1차 수소경제 이행 기본계획을 통해 2030년 75만 톤, 2050년 200만 톤의 블루수소 생산계획을 발표하고 KOGAS의 LNG 터미널 인근에 수소생산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중이다. 민간기업에서는 포스코와 SK그룹이 각각 4만 톤/년(2026년), 25만 톤/년(2025년) 규모의 블루수소 생산계획을 가지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는 드라이아이스 등 산업용 원료로 판매하거나 국내외 저장소에 저장할 예정이다.
천연가스 산업의 CCS 기술은 기술성숙도 및 상용화가 이루어진 상황이지만 본격적으로 적용되기 위해서는 추가적으로 저비용화를 위한 기술개발이 필요하다. 최근 Bloomberg 보고서에 따르면 운송을 포함한 천연가스 생산, LNG 발전, 수소 생산의 CCS 비용은 각각 U$30~46/톤, U$95~135/톤, U$68~90/톤으로 나타났다. 이는 2022년 8월 발효된 미국 IRA(Inflation Reduction Act)의 세액공제 지원(U$85/톤)을 고려하더라도 투자비용 부담이 발생한다는 의미이다. CCS 저장소가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는 한국의 경우 이산화탄소의 해외 저장으로 인해 비용은 더 증가할 수 있다. 가장 높은 비용이 발생하는 LNG 발전 부분은 배가스 내 이산화탄소 농도가 낮아(4~9%) 탄소 포집에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기 때문인데, 에너지 소모량을 줄이는 흡습제가 개발·실증되고 있다. 포집한 이산화탄소를 외판하여 기술비용 부담을 완화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미래를 준비하는 것만큼이나 오늘 할 수 있는 일을 해 나가는 것에도 중대한 의미가 있을 것이다. 오늘날 탄소 중립 달성을 위한 현실적인 대안으로 평가되는 LNG가 CCS 기술을 통해 핵심연료로 도약하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