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up

세상 모든 자투리의
쓰임을 찾아 피스오브피스 천근성·이연우 작가
‘자투리’의 쓰임을 고민하는 사람들, 피스오브피스(Piece of Peace).
언뜻 들으면 무엇을 하는 단체인지 쉽사리 짐작이 가지 않는다.
예술가들이 사용하고 남은 자재를 활용하기 위해 만든 ‘자투리 잡화점’으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지금은 미래 지구를 상상하는 ‘세계관 시리즈’로 교육을 진행하고 작품을 만드는 활동에 매진하고 있다.
쉽게 정의되지 않는 이들은 어떤 계기로 뭉쳐 무슨 활동을 펼치고 있을까?

글. 백미희 사진. 김범기 영상. 현명진

자투리 예술가의 모임, 피스오브피스

‘피스오브피스(Piece of Peace, 이하 PofP)’는 문화기획자, 예술가, 인테리어 전문가, 직장인 총 7명으로 구성된 전방위 문화예술 그룹이다. 자투리는 주류가 아닌 어딘가로부터 탈락한 혹은 현재는 쓰임을 찾지 못한 것을 아우르는 표현이다.

자투리는 비단 사물만을 뜻하는 건 아니에요. PofP의 구성원들 또한 각각의 자투리라고 생각해요. 그 자체로 완벽하기보다는 부족한 상태이기 때문에 누군가와 협업하는 과정을 즐겨요.

현재는 업사이클링 업체가 주로 입주해 활동하는 성동구의 새활용플라자로 자리를 옮겼지만 원래 PofP는 문래동을 기반으로 한 단체였다. “처음부터 어떤 목적을 갖고 결성한 건 아니에요. 원래는 함께 밥 먹던 사이죠. 문래동에 예술 활동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PofP 대표라고 할 수 있는 천근성 작가님이 자주 주변 예술가, 프리랜서 작가들한테 ‘함께 밥 먹자’라며 부르곤 했거든요.”
관심 있는 주제가 있으면 참여하고 싶은 사람들이 모여서 프로젝트가 진행됐다. 수익 창출이 목적이 아니다 보니 강제성은 없다. 그렇게 서로의 시너지를 확인한 이들은 함께 작업하는 횟수가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PofP의 정예가 결성되었다.
천근성 작가는 본업은 시각예술 작가, 부업은 전시 설치를 하고 있다. PofP에서는 일을 벌이고 사람을 모으는 리더의 역할을 맡고 있다. 시각예술, 출판, 문화기획 등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이연우 작가는 PofP에서 기획, 스토리텔링, 디자인을 담당하고 있다. 이외에도 인테리어 디자이너인 이석희 작가, 시각예술 작가이자 디자이너 박현주 작가, 문래동을 주제로 다양한 문화기획을 하는 박상현 작가, 회사원인 동시에 문화기획자 최정훈 작가, 제작, 기획을 모두 소화하는 막내 김준형 작가까지 7명의 멤버로 구성되어 있다.

버려진 자투리에 생명을 불어 넣다

  • ‘자투리’를 키워드로 처음 시작한 활동은 2019년부터 시작한 자투리 잡화점이다. 문래동에는 예술가, 기술자, 창작자들이 많다. 이들이 무언가를 만들 때마다 계속 자투리 자재가 나왔고 그 양은 어마어마했다. 이것들을 잘 모아서 상점을 만들면 버려지지 않고 쓸모를 찾을 수 있다는 생각에 시작한 프로젝트가 자투리 잡화점이었다. 실제로 활발하게 물물교환이 되면서 많은 호응을 얻었다. 그런데 고민이 하나 있었다. 일반인들은 자투리 잡화점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점이었다.

    공구 다루는 법을 알면 자투리들을 잘 활용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메이커스 연-장 도서관’을 오픈하게 됐어요. 자투리로 물건을 만들거나, 고쳐 쓰고 싶어도 전문 도구가 없어 시도하지 못하는 사람들을 위해 연장을 빌려주는 도서관이죠. 장벽의 문을 낮추기 위해 공구 특강도 진행했어요.

    이후 코로나19로 인해 자투리 잡화점과 메이커스 연-장 도서관을 찾는 이들이 줄어들자 이들은 밖으로 나가기로 했다. 버려진 사물을 구조하는 ‘서울아까워센타 – 유기 사물 구조대’ 활동을 시작한 것이다. 폐기되기엔 너무 아깝지만, 사망 선고라도 받은 양 딱지를 단 채 버려져 있는 거리의 물건들을 ‘유기 사물’이라고 칭하고 구출을 시작했다. 유기 사물을 발견하면 그 자리에서 진단하여 고친 후 도주하는 컨셉이며, 유기 사물 구조대의 활동을 본 관람객들이 물건을 쉽게 버리는 행위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보게 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일련의 활동은 모두 가치가 없다고 판단되는 자투리에 생명을 불어넣는 활동이었다.

‘세계관 시리즈’로 즐거운 고민에 빠지다

  • 2022년을 기점으로 PofP의 활동 방향이 변했다. PofP의 활동은 구성원의 관심사를 바탕으로 하고 있는데, 그들의 첫 번째 ‘주니어’가 탄생하면서 멤버들의 관심사에 변화가 생겼기 때문이다. 현재 이들은 ‘플라스틱 트라이브’ ‘LET'S GO 깐따삐야 : 지구별 대모험’ 등 PofP만의 세계관을 만들어 워크숍을 진행하고 작품을 만드는 데 열중하고 있다.
    “이전부터 시민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 워크숍 등의 요청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침 천근성 작가가 육아를 시작하면서 아이나 교육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거예요. 그래서 지난해부터 어린이나 청소년 대상의 예술 전시와 교육 프로그램을 진행하게 되었어요”
    PofP는 일회성 교육이 아닌 청소년들이 진정으로 흥미를 느끼고 참여할 수 있는 교육을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댔다. 8주간의 교육기간 동안 세계관을 만들고 역할을 부여해서 즉흥 연기 퍼포먼스가 포함된 제작 워크숍을 진행했다.

    플라스틱 트라이브의 세계관은 2222년 지구를 배경으로 해요. 해수면이 올라와서 땅이 없어지고 플라스틱만 떠다니는 세계를 가정했고, 살아남은 인류는 화성으로 이주한 상태예요. 그런데 화성도 포화상태가 되어서 다시 지구로 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거죠. 아이들은 지구로 파견된 화성의 대원들이고요. 이렇게 캐릭터와 세계관을 통해 아이들은 포스트 아포칼립스 상황을 상상해보고 무엇이 문제인지,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세계관 시리즈를 진행해 본 PofP 멤버들은 그 속에서 큰 만족을 느꼈다. 그래서 이후의 교육과 작품 활동 모두 ‘세계관 시리즈’로 진행 중이다. 해수면이 상승해 잠겨가는 서울을 떠나 백두산으로 향하는 캠핑카를 만들어보기도 하고, 지구에 불시착한 깐따삐야별 외계인이 플라스틱 쓰레기를 이용해 우주선을 만들어 돌아가기도 하는 등 그들만의 세계관을 구축 중이다.
    “세계관 시리즈를 진행하는 것에 PofP 멤버들도 큰 즐거움을 느끼고 있어요. 그래서 당분간은 이 시리즈를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싶어요. 올 4월에도 2523년을 상상한 어린이 전시가 예정되어 있어요. 앞으로의 목표는 저희 세계관으로 전국 방방곡곡 읍, 면 단위까지 순회전시를 다니는 거예요. 그 안에서 아이들이 즐겁게 자원순환이나 환경 문제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면 더할 나위 없겠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