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eet up

자투리 원단의
쓸모를 찾아서 몬띵쓰 김유로 대표
우리 일상에 친환경·업사이클링이 뜨거운 화두다.
일시적인 유행이 아니라 지속적인 트렌드로 자리 잡아가고 있는 요즘 자투리 원단의 쓸모를 찾는 몬띵쓰.
김유로 대표의 손길이 닿아 ‘힙’한 아이템으로 변신해 유명세를 타고 있다.

글. 최행좌 사진. 김범기 영상. 최의인

자투리 원단에 새 생명을

기분 전환이 필요할 때 패션 소품의 효과는 꽤나 크다. 너무 오래 들고 다녀 지겨워진 가방에 키링을 달았을 뿐인데 마치 새 가방이 된 것처럼 말이다. 몬띵쓰(monthinx)는 키링과 에코백, 티셔츠 등 패션 소품을 제작·판매하는 곳이다. ‘나의 것’ 혹은 ‘나의 생각’이라는 뜻을 가진 몬띵쓰는 쓰다 남은 티셔츠 원단을 업사이클링 한 아이템을 선보이고 있다.
메모지 한 장도 쉽게 버리지 못하는 성격인 데다, 이면지, 페트병 뚜껑, 빨대 등을 모으는 습관이 있었던 김유로 대표는 패션 브랜드에서 일하는 동안 디자인실에 버려진 원단과 부자재가 눈에 밟혔다. “예쁜 원단과 부자재가 늘 굴러다녔어요. 샘플로 쓰고 남은 원단이나 패턴, 소재가 특이한 원단 자투리 같은 것을 버리지 못해 항상 책상 밑에 쌓아두곤 했었죠. 그래서 당시 별명이 ‘봉다리2’였어요.”
버리지 못한 원단들은 김유로 대표의 손길이 닿아 화려한 색감과 키치한 패턴을 입은 귀여운 몬스터들로 변신했다. 하나의 아이템을 만들기에는 그다지 공통점이 없던 소재들이었는데 어린 조카와 다양한 표정의 얼굴을 만들고 놀던 데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이왕이면 환경에 이로운 방식으로 만들고, 소비하는 과정에서도 지구를 아낄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싶었어요. 그래서 찾은 게 자투리 원단이었어요. 완벽하게 갖춰진 재료로 시작하지 않아도 충분히 멋있어질 수 있다는 게 위안이 되더라고요. 때로는 기쁘게, 때로는 슬프게, 때로는 까칠하게, 때로는 소심하게. 내 기분에 따라 다르게 해석되는 표정에 감정 이입이 되어 다양하게 스토리텔링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했어요. 말 그대로 감정 인형이었죠.

대량 생산을 전제로 하는 업체에서 자투리 원단은 재활용하기 어려운 짐이고 처분해야 할 쓰레기이지만, 원단 자체의 가치는 잃지 않는다는 점이 김 대표의 마음에 쏙 들었다. 그대로 버려질 자원에 새 생명을 불어넣었다는 자부심과 뿌듯함에 이 일을 계속하고 있단다.

동심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

  • 린넨, 면, 시폰, 레이온, 모직, 데님 등 일상에서 사용하는 원단의 종류만 해도 여러 가지다. 그중 몬띵쓰의 주재료는 버려지는 티셔츠 원단이다. 가벼운 데다 신축성이 뛰어나다는 점이 재활용하기에 더없이 적합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귀여운 캐릭터는 어떻게 만들어질까? 우선 캐릭터의 메인이 되는 얼굴과 몸통은 티셔츠 원단을 일일이 재단해 코바늘뜨기로 만든다. 캐릭터에 따라 스웨터 실로 곱슬머리를 만들거나 깃털을 달아 표현하기도 한다. 사용하고 남은 스팽글이나 비즈 등을 장식으로 활용하면 완성! 단, 시간은 오래 걸린다. 이렇게 탄생한 몬띵쓰의 아이템은 가방참, 키링, 브로치와 티셔츠, 에코백 등으로 다양하게 출시되고 있다. 가방에 귀여운 키링들을 조합해 나만의 아이템으로 달고 다니는 게 유행인 요즘, 몬띵쓰의 제품은 동심을 넘어 패션 아이템으로도 활용도가 높다.
    몬띵쓰 제품의 매력이라고 할 수 있는 건 손맛이다. 수공예로 탄생한 아이템인 만큼 조금은 서툰 부분도 있지만 내가 원하는 형태로 만들 수 있다는 점이 핸드메이드 제품의 인기 요인 아닐까. 김유로 대표는 몬띵쓰의 캐릭터들이 모두 자식 같다고 한다. 그중에서도 시그니처 아이템은 있을 터.

    가장 아끼는 캐릭터는 ‘내가 제일 잘 나가’와 ‘인생은 아름다워’예요. ‘내가 제일 잘 나가’는 길쭉한 얼굴과 몸통에 동그란 단추로 만든 눈, 손뜨개로 만든 입, 깃털로 표현한 머리 등이 특징이에요. 이 캐릭터는 지금의 몬띵쓰를 있게 한, 초창기 디자인이어서 의미가 남달라요. 몬띵쓰의 대표 아이템은 ‘인생은 아름다워’예요. 이 캐릭터는 ‘내가 제일 잘 나가’보다 얼굴형과 몸통 등 전체적으로 작은 게 특징이에요. 머리카락도 짧아졌고요. 요즘 인기가 많아서 유난히 마음이 가는 것 같아요.
    • 내가 제일 잘 나가

    • 몬띵쓰 X 플리츠마마

    • 인생은 아름다워

해외 진출을 목표로 준비

몬띵쓰의 캐릭터들은 고유한 성격을 갖고 있다. 캐릭터들을 MBTI 세계관과 연결한 것이 신의 한 수였다. 하나같이 귀여운 몬띵쓰의 제품 중 어떤 것을 고를까 고민이라면 자신의 성격 유형과 매칭해 보자. 솔직하고 친근하다면 ‘INFP 먼지’를, 책임감이 강하고 현실 감각이 뛰어나다면 ‘ISTJ 앗싸!’를, 유쾌하지만 허당의 귀여운 매력의 갖고 있다면 ‘ENFP 어리바리’를, 배려심이 넘치고 사교적이라면 ‘ESFJ 인생은 아름다워’를 선택하면 된다.

처음 몬띵쓰를 만들었을 때부터 캐릭터들은 각기 다른 표정을 갖고 있었어요. 인형마다 고유의 캐릭터를 부여하면 좋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인생은 아름다워’ ‘기분 풀어’ ‘너무 고민하지마’ ‘건드리지 마시오’ 같은 멘트를 이름으로 넣었어요. 요즘 MZ세대들은 모든 상황을 MBTI로 해석하잖아요. 몬띵쓰의 캐릭터하고 MBTI가 잘 어울리겠다는 생각이 들었죠.

개성 있는 아이템으로 그간 여러 기업과 협업해 온 몬띵쓰. 패션 브랜드 앳코너, 구호 등과 협업해 가방참 장식, 키링, 티셔츠를 제작했다. 이 가운데서도 플리츠마마와 함께한 돌하르방 참 장식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버려지는 페트병 원사를 활용해 만든 티셔츠 원단으로 한 땀 한 땀 꼬아 올린 제주 하르방 참 장식인데요. 가방과 참 장식이 더없이 잘 어울리더라고요. 기회가 되면 여러 기업과 함께 협업을 진행해 보고 싶어요.”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이게 뭐야, 완전 귀여워.” “정말 힙한데?.” “소장각이야!”라는 댓글과 후기가 쏟아졌다.
요즘 김유로 대표는 꼭 이루고 싶은 목표가 두 가지 있다. 아직 생명을 불어넣지 못한 수많은 아이템들에게 저마다의 스토리를 찾아 출시하는 것. 또 하나는 진입 장벽이 낮아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해외 시장을 공략하는 것. 세계를 무대로 새로운 날갯짓을 시작한 김유로 대표의 내일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