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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愛온도

내 인생은 내 것일까? 당연한 질문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내 인생은 나보다 더 중요한 다른 것들에 둘러싸여 있다. "인생을 우선순위로 재배치하라"이영미 작가의 말처럼 마흔 이후 행복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그녀의 이야기를 들으면 '내 인생의 숙제는 무엇일까?'에 대한 질문에 답이 명확해진다. 인생에도 '우선순위영단어' 단어집처럼 족집게가 있으면 좋을 텐데…. 몇 차례의 고민 끝에 사보편집실에서는 인생이라는 시험의 해답을 쏙쏙 짚어줄 명강사를 구했다. 바로 인생학교 교감이자 [마녀체력]의 저자 이영미 작가다.

[글 김새미나 사진. 김지원]


이영미 작가는
문학사상사, 디자인하우스 등에서 출판 에디터로 일하며 170여 권의 책을 만들었다. 마흔 살부터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운동한 결과 트라이애슬론 경기 15회, 마라톤 풀코스 10회를 완주했다. 이제는 남부럽지 않은 강철체력을 갖게 된 그녀는 출판 에디터이자 에이전트, 인생학교 CCO, 방송인, 강연가, 그리고 철인3종경기를 완주한 트라이애슬릿(13년차)라는 다양한 직업을 가지고 있다. 저서로는 [마녀체력]이 있다.

  • Q
  • 작가님의 직함은 꽤 많은데요. 작가이자, 편집자, 인생학교 교감 선생님이자 CCO(Chief of Content- Officer)이십니다. 인생학교를 모르시는 분들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떤 곳인가요?
  • A
  • 학교에서는 아무도 가르쳐 주지 않은 것-삶을 즐기는 법, 관계를 맺는 법, 일과 삶의 균형을 찾는 법, 내 짝을 찾는 법을 가르쳐 줘요. 이 수업들 모두 '나를 아는 방법' 중 하나예요. 우리는 지금까지 나보다 남을 더 신경 쓰고 살아왔어요. 연애하는 동안에도 '저 사람은 어떻게 생각할까?', '뭘 좋아할까?' 그런 생각을 주로 하고요. 중요한건 질문의 방식을 바꾸는 거예요. '내가 저 사람을 왜 좋아하는 걸까? 나는 무엇을 할 때 좋을까?' 같은 질문이요.

  • Q
  • '나를 잘 아는 방법'도 공부해서 배워야 한다는 게 아이러니네요. 공부는 우리에게 영원한 숙제 같아요.
  • A
  • 그래도 배워야죠(웃음). 우리나라 학생들은 오로지 점수를 위해 공부를 하다 보니, 어른이 되어도 정작 인생에 필요한 공부는 할 기회가 거의 없어요. 제가 생각하는 공부는 '어제보다 더 나은 인간으로 살기 위한 법을 배우는 것'이에요. 공부에 대한 압박과 편견을 버려보세요.
  • Q
  • 편집자로 27년, 트라이애슬릿으로 13년이라는 정반대의 이력의 소유자이신데요. 세바시(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의 강연에서도 체력의 중요성을 강조하셨습니다. 책상 앞에서 보낸 13년을 뒤엎고 다른 분야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았을 텐데요.
  • A
  • 맞아요. 대형 출판사에서 100여 권의 책을 만들었어요. 책상 앞에 쪼그리고 앉은 시간 덕분일까요? 고혈압과 스트레스, 저질 체력만 남았더라고요. 저는 태어난 후 꾸준히 40년을 허약체질로 살아왔어요. 물론 제 일을 좋아하기도 했고, 당연히 돈도 벌어야 했죠. 제가 조금 전에 '좋아하는 것을 찾으라'고 했죠?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거예요. '찾으면 뭐해. 할 시간이 없는데….'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매일 일을 싸 들고 집으로 갔어요. 그러다 문득 '아, 주객이 전도됐구나!'하는 깨달음이 왔어요. 돈을 왜 벌어야 할까요? 우리 가족, 나의 행복을 위해서죠. 그렇지만 그것 때문에 가족들에게 짜증을 내고 있다면 그건 분명히 잘못된 거예요.
  • Q
  •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 A
  • 우선순위를 바꾸세요. '행복해지기 위해서 회사를 그만둬라', '지금 당장 떠나라' 같은 말을 하는 게 아니에요. 제 경우를 볼까요? 우선순위를 바꾸기 전까지는 돈, 승진, 성공이 먼저였는데, 되려 그것 때문에 몸이 약해지고, 집에서 일하게 되고, 아이에게 화를 냈어요. '운동, 가족, 나'를 우선순위로 바꾸고 나니까 인생이 달라졌어요. 운동을 하고 체력이 좋아지니까 호기심이 많아지고 일에 대한 열정도 늘었죠. 집중하면 업무도 빨리 끝낼 수 있어요. 체력이 이렇게 중요합니다, 여러분!
  • Q
  • 언제부터 운동을 시작하신 건가요?
  • A
  • '가족들에게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했을 즈음이었어요. 친구들과 지리산에 갔는데, 허약한 몸 때문에 오르지 못하고 지레 포기했죠. 그게 너무 답답하고 분하더라고요. 그때까지는 지식노동자로서 충분히 잘살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처음으로 육체의 한계를 절감했습니다. 그때부터 수영, 자전거, 달리기까지 차례차례 한 걸음씩 밟아 나갔어요.
  • Q
  • 트라이애슬론 3관왕까지 하셨죠? 워킹맘이신데, 체력 단련할 시간은 어떻게 만드셨나요?
  • A
  • 저도 아이가 학교 들어가기 전까지는 자유롭게 놀게 하는 엄마였어요. 그런데 학교에 들어가는 순간 경쟁이 시작됐죠. 하지만 아이가 공부에 뜻이 없다는 걸 알게 되고부터는 '받아들여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엄마아빠가 좋은 학교, 좋은 회사에 다니면 어떻게 되는지 다 해봤잖아요. 아이까지 우리가 다 알고 있는 미래에 몰아넣을 필요는 없을 것 같았어요. 결국 아들은 자유롭게 꿈을 꾸고, 엄마아빠에게는 운동할 시간이 생겼죠(웃음).
  • Q
  • 요즘 가장 관심 있는 게 있다면요?
  • A
  • 나이 든다는 것에 대해 생각해요.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계속해서 무언가를 잃는 겁니다. 최근에 [두 늙은 여자]라는 소설을 읽었어요. 알래스카 그위친 부족에게 기근이 닥쳤고, 각자의 생존 앞에서 이들은 짐이 되는 노인 둘을 버리기로 했습니다. 버려진다는 것은 죽음을 의미했습니다. 눈보라 치는 얼음 벌판에서. 두 여인은 살기위해 사냥하고 먹을 것을 구하며 생존했습니다. 기근을 피해 다시 돌아온 부족들을 위해 두 여인이 음식을 나누어주기까지 하고요. 굉장히 고무적이었어요. 건강하고 멋있게 늙는 법을 계속 연구 중이에요. 마흔에 운동을 시작했을 때, 정말 너무나 즐겁고 신났어요. 그런데 10년여가 지난 지금이 더 좋은 거예요. 바로 지금, 자기가 가장 좋아하는 걸 하세요. 그러면 미래는 더 좋습니다. 미래에 행복해지고 싶으신가요? 그럼 지금 행복을 찾으세요. 그럼 현재도, 미래에도 '자주'행복할 거예요.

  • Q
  • 행복해지는 비법을 좀 알려주세요(웃음).
  • A
  • 서은국 교수의 [행복의 기원]이라는 책이 있어요. 이 책에서는 "지금 행복하세요?"라고 물어선 안 된다고 해요. 24시간 행복한 사람은 없어요. 지금 행복해도, 곧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행복하지 않죠. "얼마나 자주 행복하세요?"라고 물어야 맞는 거죠. 행복은 빈도예요. 다시 원점으로 돌아오네요(웃음). 행복하려면 뭘 해야 하냐고요?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자꾸 반복해야 해요. 그러면 자주 행복해지거든요. 간단해 보이지만 사람들은 이걸 잘 모르거나 곧잘 잊어요.
  • Q
  • [KOGAS]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A
  • "천천히 조금씩, 꾸준히." 제 인생의 좌우명이자 운동의 모토예요. 저는 '꾸준히'에 방점을 찍고 싶어요. 작심삼일도 괜찮아요. 중간에 포기하더라도 다시 하면 되니까. 저는 '시간의 마법'을 믿어요. 운동에 재능이 있는 것도 아니고, 타고난 체력도 조건도 없었지만, 꾸준히 10년을 했더니 트라이애슬릿이 됐잖아요. 오래 하면 실력이 됩니다. 잊지 마세요.

'잘 사는 법'을 알려줄 이영미 작가의 추천작

도서 [마녀체력]

  • 저자 : 이영미
  • 출판사 : 남해의 봄날

'건강이 최고'라는 말을 흘려들었던 사람에게 꼭 필요한 책. '마흔 여자가 체력을 키워야 할 때'라는 뜻의 마녀체력. 책만 파고들던 저질 체력의 지식노동자가 어떻게 아침형 근육노동자로 변신했는지, 자세한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이 책을 읽어보자. 세상의 모든, 그리고 나이를 먹어가는 직장인들을 위한 조언.

도서 [이반일리치의 죽음]

  • 저자 : 톨스토이
  • 출판사 : 펭귄클래식

이영미 작가가 가장 좋아하는 작가로 꼽은 러시아 대문호 톨스토이의 작품. 부와 명예, 권위를 갖고 있던 성공한 판사 이반 일리치. 그는 마흔다섯의 나이로 병에 걸려 짧은 생을 마감한다. 그의 죽음 앞에서 동료와 친구 들의 냉담한 모습과 가족들의 무관심한 모습을 보며 '죽음'에 대한 여러 가지 생각을 해보길 바란다고.

도서 [어떻게 죽을 것인가]

  • 저자 : 아툴 가완디
  • 출판사 : 부키

우리 인생의 화두는 언제나 '어떻게 살 것인가?'였다. 그러나 인간은 누구나 죽는다. 죽지 않는 인간은 없다. 사람들은 왜 모든 일을 미리 준비해야 마음이 놓이면서도 죽음은 준비하지 않을까? 아름다운 죽음은 없지만, 인간다운 죽음은 있다. 잘 살기 위해서는 죽음도 잘 준비해야 한다는 이영미 작가의 추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