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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봉계주

여러분은 하고 싶은 일이 있으신가요? 저는 이 질문을 받았을 때 제대로 대답할 수 없었습니다. 그 이후로 나는 무슨 일을 하고 싶은 걸까, 어떻게 살고 싶은가 생각해보지만 잘 떠오르지 않았습니다. 그럴 때면 제 자신의 방향을 잘 모르는 사람인 것 같아 한심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글 예산투자관리부 전진영 주임]



싫어하는 게 뭐예요?

영화 ≪카모메 식당≫에서 사치에 씨는 핀란드에서 일식당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게는 작지만 정갈하고 예쁜 가구와 식기들로 채워져 있습니다. 손님이 거의 오지 않지만 사치에씨는 매일 수영과 합기도를 꾸준히 하며 안정적이고 즐거운 일상을 보내는 것 같습니다. 몇 명의 인물들이 이 식당을 방문하게 되는데, 그중 마사코 씨는 아픈 부모님을 평생 돌보아 왔습니다. 부모님께서 모두 세상을 떠나시고 여행을 결심해 이 식당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마사코 씨는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지내는 것 같은 사치에 씨가 부럽습니다.

  • 마사코 : 보기 좋아요. 하고 싶은 일을 한다는 것.
  • 사치에 :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뿐이에요.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다.' 사치에 씨의 말을 듣고 내가 하기 싫은 일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우선 저는 몸이 피곤한 것을 잘 견디지 못해 아침에 피곤한 상태로 일어나는 걸 싫어합니다. 시간에 쫓겨 업무를 처리해야 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실수도 잦아지니까요. 공기가 답답하거나 향이 강한 공간은 싫어하고, 어질러진 환경에서는 잘 집중하지 못하곤 합니다. 이것저것 싫어하는 것들을 늘어놓기 시작하니 싫어하는 게 이렇게나 많았던가 놀랍습니다. 아무래도 저는 마음이 행복하고 긍정적인 사람은 아닌가 봅니다. 하지만 앞으로 업무를 계획하거나, 공간을 선택하거나 할 때 어떤 것들을 고려해야 할지는 조금 더 잘 알게 된 것 같습니다.

행복한 삶의 첫 걸음

하기 싫은 일을 생각해본 것은 처음이었습니다. 그런데 '하고 싶은 일'은 오랫동안 고민해도 잘 떠오르지 않았지만 '하고 싶지 않은 일'은 조금 더 명확하게 떠올릴 수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좋은 것은 있으면 더 즐거운 기분이 들지만 없어도 아쉬울 뿐, 싫은 것은 없어지기 전까지는 계속 신경이 쓰이기 마련입니다. 그렇다보니 우리는 좋아하는 것보다 싫어하는 것을 더 강렬하게 기억합니다. 아마 그래서 싫어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이 좋아하는 걸 떠올리는 것보다 쉬운 것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좋아하는 것을 정하기 어렵다면 싫어하는 것을 생각해보는 건 어떨까요? 생각보다 쉽게 많은 것들이 튀어나올지도 모릅니다.

영화를 보면서 저도 사치에 씨가 부러웠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인생은 매일이 의미 있고 충만하지 않을까 상상해보곤 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아직 잘 모르겠고, 또 지금의 생활을 무작정 멈추기도 부담스럽습니다. 그렇다면 최소한 이것만은 하지 않겠다는 것을 정해두는 것도 의미 있지 않을까요?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요?"에 대한 답은 여전히 찾지 못했지만, 하기 싫은 일을 하지 않는 것도 꽤 대단하고 행복한 인생인 것 같습니다.

다음 필봉계주 주자는 평택기지본부 안전환경부 김지현 직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