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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愛지혜


잘 만든 영화 한 편이 주는 감동은 때론 누군가의 삶을 뒤흔들 정도의 파급력을 갖기도 한다. 그 안에는 관객이 미처 눈치 채지 못할 만큼 다양한 메시지와 철학, 확고한 취향이 자리하기 때문일 터다. '덕후 중에 덕후는 영화감독'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있다. 그만큼 영화계에는 수많은 '덕후'들이 존재하며, 그들의 '덕질'은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고 디테일을 더한다. 영화계 대표 '덕후' 감독들을 소개한다.

[글 편집실]




만화에서 아이디어 찾는
영화광 봉준호

대한민국을 넘어 세계적인 영화감독으로 우뚝 선 봉준호 감독은 한때 만화가를 꿈꿨을 만큼 어린 시절부터 만화를 좋아했다. 대학시절에는 학교 신문에 만평을 연재하기도 했을 만큼 실력도 수준급으로, 자신의 스토리보드(영화 시나리오를 이해하기 쉽게 그림 등으로 표현한 장면 연출판)를 직접 그리는 감독으로도 유명하다. 영화감독이 되고서도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거나 스트레스가 쌓일 때면 만화 책방을 찾는다. [설국열차]의 원작 만화를 발견한 곳도 [살인의 추억] 구상 당시 영감을 얻은 곳도 만화 책방이라고 하니 그에게 만화는 아이디어뱅크인 셈. 한편, 어릴 때부터 만화만큼이나 큰 애정을 보였던 분야가 영화였는데, 감독이 된 지금은 머릿속에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면 영화로 찍어서 손에 넣고 싶다는 생각이 강하게 든다고 말한 바 있다. 스스로 덕후임을 여러 차례 인정한 바 있는 그는 덕후의 자질로 '집착'과 '고독'을 꼽았다.

방대한 영화지식의 소유자
쿠엔틴 타란티노

미국의 영화감독인 쿠엔틴 타란티노는 성장하면서 경험한 다양한 장르의 음악과 B급 영화들을 자신의 작품에 적절히 인용, 감각적인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탁월한 능력의 소유자다. 취향이 생기기도 전인 어린 시절부터 영화광인 모친의 손에 이끌려 동네 극장에서 다양한 장르의 영화를 접했으며, 자라면서도 친구들과 어울리기보다 TV 드라마나 영화 보길 즐기며 자연스럽게 스토리텔링 감각을 체득했다. 배우를 준비하며 돈을 벌기 위해 일하던 비디오대여점에서 엄청난 양의 영화들을 섭렵하며 감독으로 꿈을 전향했다. [트루 로맨스]의 각본을 팔아 만든 [저수지의 개들]로 영화계에 첫 발을 내딛은 그는 작품마다 위트 있는 대사와 독특한 구성으로 두터운 마니아층을 형성하고 있다. 그가 '성공한 덕후'로 꼽히는 이유는 방대한 영화지식을 자양분 삼아 매번 흥행작을 만들어낼 뿐 아니라 자신의 작품 속에서 종종 모습을 드러내며 배우의 꿈을 실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판타지 거장이 된 톨킨 덕후
피터 잭슨

[반지의 제왕] 시리즈로 유명한 뉴질랜드 영화감독 피터 잭슨은 원래 컬트영화(소수 집단에서 광적으로 숭배받는 영화)가 주특기였다. 어릴 때부터 영화 제작에 지대한 관심을 보였지만, 영화계에 발을 들이고 한동안은 사진 인쇄 보조로 일할 만큼 잘 풀리지는 않았다. 1987년 가진 돈을 모두 쏟아 부어 영화 〈고무 인간의 최후〉를 만들었는데 이는 그가 좋아했던 좀비·괴수영화로부터 영향을 받은 작품으로, 수많은 컬트 팬을 만들며 뉴질랜드 컬트영화의 고전이 됐다. 하지만 이보다 앞서 피터 잭슨의 덕후 기질을 부추긴 작품이 있었으니 바로 1978년 접한 J. R. R. 톨킨의 소설 '로드 오브 링스'의 애니메이션판이었다. 피터 잭슨은 곧바로 톨킨의 원작을 완독하고 영화화하기 위해 18년을 준비했다. 종족별로 키나 체구가 달라 실사화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호언장담한 원작자 톨킨의 말이 무색하듯 1996년 제작에 들어간 [반지의 제왕]은 2001년 영화로 만들어져 엄청난 반향을 일으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