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Air

깨끗한 제주 바다
우리 손으로 지켜요
제주 해양정화활동 ‘봉그깅’
청정에너지를 통해 지속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고 있는 KOGAS.
제주LNG본부가 애월 해안에 자리 잡고 있는 만큼 특별히 제주 환경을 지키는 활동에도 힘쓰고 있다.
청명한 가을 하늘 아래 KOGAS와 디프다 제주가 함께한 비양도 해양 정화 활동을 담았다.

글. 박규리 사진. 윤소진

쓰레기로 몸살 앓는 섬 속의 섬

지난 10월 15일, 가을바람이 선선하게 불어오는 제주 한림항 선착장에 이른 아침부터 스무 명 넘는 사람들이 모였다. 일요일 아침 달콤한 늦잠의 유혹도 뿌리친 채 이들이 모인 이유는 바로 비양도 해안가의 쓰레기를 줍는 해양 정화 활동에 참여하기 위해서다. KOGAS와 해양쓰레기 수거단체 ‘디프다 제주’가 함께 마련한 이번 행사는 일반인 참가자 정원이 순식간에 마감되어 제주 바다를 지키고자 하는 이들의 뜨거운 관심을 엿볼 수 있었다.
한림항에서 약 3km 떨어진 작은 섬 비양도. 제주 본섬에서는 여러 환경단체와 제주시에서 채용한 바다 환경 지킴이들이 자주 쓰레기를 수거하고 있지만, 부속 섬들은 밀려오는 쓰레기에 비해 수거 인력이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다. 봉사자의 손길이 상대적으로 덜 미치는 까닭에 비양도를 포함한 부속섬들은 일 년 내내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는 실정이다.
디프다 제주의 변수빈 대표는 “비양도는 날씨와 바다 상태도 고려해야 해서 오기 쉬운 곳은 아니거든요. 그러다 보니 쓰레기들이 오랫동안 방치된 경우가 많아요. 이곳에 해양 정화 활동을 오면 반나절은 써야 해요. 지금 같은 10월, 11월에는 해류 방향이 바뀌는 시기라 제주 본섬에 비교적 쓰레기가 많이 도착하지는 않기 때문에 오늘은 늘 쓰레기가 많은 비양도를 방문하게 됐습니다.”라고 전했다.

줍는 건 가장 마지막에 하는 일

햇살에 반짝이는 바다와 비양봉에 피어난 억새를 바라보며 감탄하는 것도 잠시, 비양도 서쪽 해안에 도착한 참가자들은 암석 곳곳에 널린 쓰레기들을 마주하고 작게 한숨을 내뱉었다. 조류에 쓸려온 스티로폼 부표와 나일론 밧줄 등 폐어구들이 가장 먼저 눈에 띄었고, 형형색색의 플라스틱 쓰레기들도 수를 헤아릴 수 없을 만큼 해안을 뒤덮고 있었다. 장갑을 끼고 각자 흩어져 부피가 큰 쓰레기부터 하나씩 마대에 주워 담기 시작했다. 큼지막한 마대 하나가 가득 채워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해안가 안쪽의 암벽에서는 돌 틈 깊숙이 쌓인 쓰레기들을 꺼내기 위해 애쓰는 참가자의 모습도 볼 수 있었다. 오랜 세월 암벽 안에서 삭아버린 탓인지 손에 쥐기만 해도 부스러지는 스티로폼을 보며 참가자의 입에서 안타까움이 섞인 말이 흘러나왔다. “이런 미세 플라스틱을 물고기가 먹고, 그 물고기를 사람이 먹는 거잖아요. 직접 보니까 더 경각심이 드는 것 같아요.”
이처럼 해안가의 쓰레기는 주로 조류에 쓸려온 어업 쓰레기와 관광객들이 버리고 간 생활 쓰레기로 나뉜다. 생활 쓰레기를 줄이기 위해서는 결국 일상에서 버리는 쓰레기의 양을 줄이는 것이 우선이며, 다른 한편으로 산업군에서 쓰레기가 덜 배출되는 제품을 생산할 수 있도록 시민들이 목소리를 내는 일이 중요하단다.

‘누군가’가 아닌 ‘우리가’ 지키는 제주 바다

해양 정화 활동을 시작한 지 1시간 반가량이 지나자 도로변 한쪽에는 쓰레기로 가득 찬 마대들이 차곡차곡 쌓이기 시작했다. 쓰레기의 종류는 폐어구, 페트병, 비닐봉지 외에도 전구, 칫솔, 신발 등 그야말로 각양각색. 활동 시간이 종료되어 해안을 떠나는 참가자들의 얼굴에는 아직 남아 있는 쓰레기를 두고 가는 안타까움과 환경보호를 위한 의미 있는 활동을 끝마쳤다는 뿌듯함이 동시에 떠올랐다.
해양 정화 활동에 참여하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전국 곳곳에서 활동 중인 여러 수거단체 가운데 가까운 지역을 선택하여 인터넷으로 참여 신청을 하면 준비 완료. 해양쓰레기를 수거할 때는 안전을 위한 코팅장갑과 미끄럽지 않은 신발, 쓰레기를 담을 마대가 필요하다. 쓰레기에 붙은 해조류는 떼어내야 하며, 액체가 든 용기는 물일 경우에만 따라내고 그 외에는 용기째로 수거한다. 마대는 80% 정도만 채운 후 잘 묶어서 수거 차량이 다닐 수 있는 도로변 한곳에 모아주면 된다.
지금 이 순간에도 제주 해안가에는 수많은 해양쓰레기가 밀려오고 있다. 자연의 순환이 끊어지면 결국 피해는 우리 자신에게로 돌아오는 법. 아름다운 제주 바다를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의 작은 실천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INTERVIEW

  • 참가자 임동희 님

    생각보다 쓰레기가 많네요. 이걸 치우는 건 사실 끝이 없을 것 같고, 버리지 않는 게 가장 중요하지 않을까요? 제주도는 여행지다 보니 내 집과 멀다는 생각에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것 같아요. 페트병 같은 경우 멀리서 쓸려온 게 아니라 최근에 버린 것으로 보이거든요. 함부로 버린 쓰레기는 결국 나에게 되돌아온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도록 이런 활동들이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 참가자 고은영 님

    다른 분들과 함께 쓰레기를 줍다 보니 이게 일상에서도 개인적으로 해야 할 일이고 자부심을 가질 만한 행동이라는 걸 알았어요. 자녀가 세 명 있는데 나들이를 갔을 때 혼자 쓰레기를 주웠더니 아이들도 따라서 쓰레기를 주워 오는 거예요. 그 모습을 보면서 이게 주변에 선한 영향력을 미칠 수 있는 행동이구나, 아이들한테도 교육적인 효과가 크구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들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