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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愛온도

알게 모르게 일상 속에서 당하는 갑질. 우리는 누구나 한번쯤 갑이었고, 을이었다. 사람 때문에 받은 상처에는 약이 없다. 부득불 삭히고 묻으며 다시 출근길에 나선다. 직장인들의 애환을 사이다처럼 상쾌하게 풀어주는 그림왕 양치기, 양경수 작가를 만나 직장생활을 평화롭게 만들어줄 셀프 수행법을 배워왔다.

[글. 김새미나 / 사진. 김지원]


양경수 작가는 2015 불교박람회 '우수콘텐츠상'을 수상. 노르웨이 '마이단스 페스티벌'(Maidans Fastival) 비주얼아티스트 부문 초청, 네덜란드 국립 세계문화박물관 '더 붓다'(THE BUDDHA)전에 초청되면서 유럽에서도 인정받았다. 또한 '그림왕 양치기'라는 필명으로 활동하며 대표작으로는 [실어증입니다 일하기 싫어증], 네이버 웹툰 [잡다(JoB多)한컷], 스포츠경향 연재물 '양치기의 세상 약치기' 등이 있다.

  • Q
  • 그림왕 양치기라는 필명에 특별한 뜻이 있다면서요?
  • A
  • 가장 좋아하는 만화가 [원피스]거든요. 주인공이 해적왕이 되기 위해 모험을 하는 이야기예요. 한 분야에서 왕이 될 정도로 열심히 하겠다는 뜻에서 '그림왕', 제 이름 양(梁)에 다스릴 치(治,) 자기 기(己)를 써서 '나를 다스린다'는 이름을 지었습니다.
  • Q
  • 직장인들의 마음을 어쩌면 그렇게 잘 아시나요? 직장생활을 한번도 해본 적 없다고 들었는데요.
  • A
  • 직장생활을 직접 해본 적은 없지만, 20살 때부터 사회생활을 했어요. 돈을 벌기 위해 동대문에서 시작해 지금까지 많은 일을 해봤죠. 직장생활을 특별히 염두에 두고 쓴 것이라기보다는 먹고 사는 일에 대한 애환과, 사람과 사람 사이의 이야기라고 생각해주시면 좋겠어요.
  • Q
  • 직장인부터 프리랜서, 예술가들까지 다양한 사람들이 작가님 그림에 공감하더라고요. 그래서일까요? 책이 안 팔리는 시대라고들 하는데, [일하기싫어증] 발간 후 5일 만에 3쇄를 찍고, 얼마 전에 11쇄를 찍었습니다. 독자들이 어떤 점에 끌렸다고 생각하시나요?
  • A
  • 재미있잖아요(웃음). 콘텐츠는 다양하고 할 일은 많고…. 요즘은 책을 사면 끝까지 읽기 힘든데, 제 책은 15분이면 다 볼 수 있어요. '화장실에서 읽을 수 있는 책을 만들자'는 생각으로 시작했는데, 누가 그러더라고요. "이 책은 너무 금세 다 읽을 수 있어서 살 가치도 없어"라고. 하지만 책 한 권을 앉은 자리에서 다 읽을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잠깐이나마 낄낄 웃으며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면 그게 가치 있는 것 아닐까요?
  • Q
  • 작가님 그림을 인터넷이나 SNS에서 다 볼 수 있는데도 책이 날개 돋친 듯 팔리는 게 신기해요. SNS로 활발하게 소통을 하시던데…. 이벤트나 번개도 하시고, 댓글도 달아주시고요.
  • A
  • SNS는 작가에게 최고의 플랫폼이자 전시장입니다. 이제 대다수의 사람들이 SNS에서 보고 듣고 느끼거든요. 요즘 시대의 감동은 옛날과는 달라졌어요. 갤러리에서 그림을 감상하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라, '인증샷'을 찍고 '공감'을 받아야 감동인 시대죠. 저역시 인간과 이어진 예술이 가치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관심과 소통이 작업에 많은 도움도 되고요.

  • Q
  •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갑질'이라고 하면 협력회사에 대한 부당한 요구를 많이 떠올렸는데요. 요즘은 직장 내 갑질 또한 심각한 문제로 대두되고 있습니다. 작가님은 갑질을 어떻게 정의하시나요?
  • A
  • 정 의가 조금 더 확장될 필요가 있어요. 갑질이라는 단어가 생기면서 마치 갑질은 무조건 '힘 있는 자가 힘없는 자를 괴롭히는 일'인 것처럼 규정됐습니다. 저는 사람들 간의 이런 일들이 조금 더 큰개념인 '괴롭힘'에 더 가깝다고 생각해요. 영원한 갑도 없고 영원한을도 없습니다. 다들 아시잖아요? 지위나 나이의 높고 낮음이 아니라 사람 사이의 문제예요. 높낮이 간의 문제가 더 많을 뿐이죠. 괴롭힘은 또 다른 괴롭힘을 낳습니다. 우리는 당한 만큼 어디선가 늘 갑질을 하거든요. 마트, 편의점, 은행, 식당…. 악순환이죠.

작품명 : 연도 등

  • Q
  • 악순환의 고리를 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 A
  • 다른 직업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데서 출발합니다. 예를 들면 택배기사가 왜 그렇게 물건만 내려놓고 허겁지겁 떠나는지, 은행원들이 왜 그렇게 차가운지 같은 것들 말이에요. 그 직업의 애환을 알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거든요.
  • Q
  • 철학적인 고민을 굉장히 많이 하시네요(웃음). 웃긴 그림이라 생각하면서도 읽고 나면 씁쓸한 게 바로 이것 때문인가 봅니다. 상당히 다작하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스트레스 받을 때는 어떻게 하세요?
  • A
  • 주 로 먹는 걸로 풀어요. 맛있는 음식 먹을 때는 기분 좋아지잖아요. 또 정말 힘들어서 죽을 것 같을 때 입금이 돼요(웃음). 월급날 바라보고 버티는 직장인처럼요.
  • Q
  • 작가님도 다 '때려치우고' 싶을 때가 있나요?
  • A
  • 그 럼요. 매분매초 합니다(웃음). 저도 똑같아요. 요즘은 잘 쉬는법에 대해서 고민 중이에요. 20살부터 지금까지 한번도 제대로 쉬어본 적이 없거든요. 작업을 하지 않을 때도 소재나 아이디어를 찾고 있더라고요. 명상 같은 걸 해볼까 생각 중이에요.
  • Q
  • ' 자아실현', '보람'같은 말로 포장한다고 해도 사실은 우리 모두 돈을 벌기 위해 출근합니다. 돈 버는 일, 참 힘든데요. 돈이 뭐라고 생각하세요?
  • A
  • 돈 ? 중요하죠. 돈은 그저 물건이 오가는 수단일 뿐이에요. 돈에 의미를 부여하는 순간 사는 게 너무 버거워져요. 내가 버는 만큼 좋은 차, 좋은 집, 좋은 시계를 사려다 보면 계속 지출이 커지거든요. 그게 족쇄가 되고, 직장에서도 잘못될까 전전긍긍하게 돼요. 과시하려고 사는 게 아닌지 스스로 한번쯤 생각해봤으면 합니다.
  • Q
  • 다음 작업에 대한 계획도 궁금합니다. 해보고 싶은 작업이 있으시다면?
  • A
  • 다 음에요? 가스공사와 협업해보고 싶어요(웃음). 갑질 근절 캠페인 하실 때 저도 꼭 불러주세요. 지금은 래퍼와 작업 중인 프로젝트가 있고, 불교 관련 서적도 2권 준비 중이에요. 꾸준히 광고도 하고 있고요. 5월에는 서울 성수동 어반소스에서 불교 설치 미술 전시도 열 예정입니다. 흥미로운 전시가 될 거예요. 많은 관심부탁드립니다.
  • Q
  • 마지막으로 [KOGAS]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A
  • 가 스공사에서도 갑질 근절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시스템을 바꾸는 것도 필요하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우리 스스로 문제가 무엇인지, 본질적인 변화를 위해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지 고민해봐야 한다는 것입니다. 인간 간의 관계회복이 필요해요. 우리가 지금부터 하면 되고요. 각자 회사 안은 물론 밖에서도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갑질의 고리를 끊는 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치기 작가의 인생 추천작 셋

도서 [일하기싫어증]

  • 저자 : 그림왕양치기
  • 출판사 : 오우아

출근부터 퇴근까지 직장인의 24시간을 완벽하게 재구성한 그림왕 양치기 작가의 그림책. 매일 반복되는 직장인의 고투를 담았다. 회사에서 말이 잘 안 나오고 혼자 있고 싶은 직장인의 증세를 두고 '일하기싫어증'이란 새로운 병명을 만드는가 하면, 몸과 마음이 아픈 직장인들의 증세를 고스란히 담아낸 '신조어'들을 양산한 양치기 작가의 대표작.

영화 [메이햄]

  • 감독 : 조 린치
  • 출연 : 스티븐 연, 사라마 위빙

후배를 쥐 잡듯 잡는 선배, 사장에게 아첨하기 바쁜 상사. 사내 정치로 인해 억울하게 잘린 데릭이 짐을 챙기고 있을 때 회사 내 분노 바이러스가 퍼지면서 좀비화되기 시작한다. 정부에서는 대기업 건물을 봉쇄하고, 서로 죽고 죽이는 상황. 직장 내 스트레스가 폭발하는 장면에서는 카타르시스가 느껴질 지도 모른다.

만화 [원피스]

  • 저자 : 오다 에이치로
  • 출판사 : 대원씨아이

"너, 내 동료가 돼라"는 유명한 명대사를 남긴 해양모험만화. 표면의 대부분이 바다인 행성에서 보물 중의 보물인 원피스를 위해 루피와 동료들이 각자 바라는 꿈을 찾아나서는 이야기다.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작품이지만, 양경수 작가가 추천하는 이유는 원피스를 통해 좋은 리더·좋은 팀원이 될 수 있는 비밀이 담겨있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