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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상愛발견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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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愛발견1


언젠가 신문에서 칼럼을 읽었습니다. 지역의 가장 오래된 초등학교 교장이 한탄하는 글이었습니다. 오래된 마을에 새 아파트 단지가 생기면서 학부모들이 주택단지, 즉 오래된 마을의 아이들과 놀지 말라고 했다고요. 아파트에 살지 않으므로 수준(?)이 떨어진다고…. 문득 동화 [난쟁이 무크]에 나오는 아버지의 이야기가 생각납니다. 동화 속 아버지는 '함께 산다는 것'에 대해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요?

[글 조정현 작가 일러스트 권우희]


한 아버지의 이야기

동화 [난쟁이 무크]에 나오는 한 아이의 아버지는 앞서 이야기한 아파트 단지 학부모들과 조금 다릅니다. 엑스트라 정도의 비중이어서 어릴 적에는 왜 나오는지 좀 성가셨지만 동화 [난쟁이 무크]는 분명히 한 아버지의 이야기로 시작하고 끝납니다.

"그가 어떤 사람인지 내가 얘기해주지. 그러면 너도 이제는 그 사람을 보고 웃지도 놀리지도 않을 거야."

-「난 쟁이 무크」, 127쪽

난쟁이 무크가 온갖 모험을 겪는 이 이야기는 동네 아이들이 난쟁이 할아버지를 놀리는 장면에서 시작합니다. 1m가 안 되는 키에 머리는 보통 사람보다 훨씬 큰, 힘없는 노인은 짓궂은 아이들의 놀림감이 되기 쉽겠죠. 그런데 한 아이의 아버지가 그 광경을 목격하고는 아들을 불러호되게 혼을 냅니다. 그리고 무크의 인생을 이야기해줍니다.

난쟁이 무크의 모험

무크는 열여섯 살에 고아가 됐습니다. 이웃들은 혼자인 무크를 쫓아냈어요. 아버지의 유품인 커다란 옷을 볼품없이 차려입고 길을 떠난 무크. 세상 어딘가에 자신을 행복하게 해줄 곳이 있으리라 믿고있죠. 하지만 행복을 찾는 일은 녹록지 않습니다. 사흘을 굶은 무크는 애완동물을 키우는 할머니의 집에 가게 됩니다. 예쁜 고양이와 개는 사랑하지만, 못생긴 무크를 사랑하지 않는 할머니는 무크가 아무리 성실하게 일해도 야단만 칩니다. 어느 날, 무크는 비밀의 방에 들어갔다가 실수로 장식품을 건드리고, 덜컥 겁이 나 도망칩니다. 다 떨어진 자신의 구두를 대신할 신발과 몸을 지탱해줄 지팡이 하나를 품삯으로 챙겨 들고요. 도망치던 중 신발에 빠르게 달리는 마법의 힘이 깃들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것을 이용해 임금의 심부름꾼이 됩니다. 어느 날 밤, 지팡이에 보물을 찾는 능력이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답니다. 지팡이로 보물을 발견한 무크는 임금의 총애 때문에 자신을 시샘하던 사람들을 떠올립니다. 그들에게 보물을 나누어주면 자신을 미워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에 보물을 나눠주지만, 사람들은 오히려 그를 질투해 임금의 보물을 훔쳤다며 모함합니다. 무크는 신발과 지팡이의 비밀을 털어놓지요. 무크에게 아무 잘못이 없다는 것을 알게 된 임금은 그를 풀어주었을까요? 이제 임금은 그의 죄에는 관심이 없습니다. 신발과 지팡이에만 관심이 있죠. 임금은 권력을 이용해 신발과 지팡이를 빼앗고 무크를 내쫓죠. 무크는 다시 한번 시련을 겪지만 이번에도 코가 늘어나고 줄어드는 신기한 무화과 열매를 얻어 빼앗긴 신발과 지팡이를 되찾습니다. 그후 궁전을 떠난 무크는 고향으로 돌아와 여생을 보냅니다. 이야기는 다시 처음으로 돌아와 아버지가 아들에게 말합니다.

"이제 무크라는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알았지? 무크 씨는 아직도 사람을 믿지 않고 혼자 살고 있는 거란다. 무크 씨는 여행을 한 덕분에 세상일을 잘 알게 되어서, 학식도 풍부한 사람이야. 그러니까 너희들은 무크 씨를 놀려서는 안 돼. 오히려 존경해야 할 사람이지."

- 같은 책, 154쪽

신나는 모험의 뒷이야기

어렸을 때는 무심코 읽었지만, 어른이 되니 무크가 아직도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부분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무크의 모험은 신나고 신기합니다. 보물을 얻고 부자가 되었을 뿐만 아니라 지혜도 생겼죠. 하지만 애초에 무크가 원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가 생각한 행복은 사람들과 잘 지내는 것이었지만 사람들은 받아들여 주지 않았죠. 모험을 떠나게 된 것도 쫓겨나서였고, 성실히 일했던 할머니 집에서도, 충성을 다했던 임금에게도, 모든 걸 나누고자 했던 궁전에서도 비참하게 쫓겨납니다. 사람들은 언제나 혼자인 그의 처지와 외모만으로 판단했습니다. 함부로 업신여겨도 되는 존재라고요. 물론 그들은 사람을 가볍게 본 경솔함 때문에 많은 것을 잃는 대가를 치릅니다. 하지만 그누구도 행복하지 않은 이야기라는 것을 어른이 되어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왜 이 이야기에 아버지의 훈계가 들어가야 했는지 알 수 있었죠. 겉모습으로 사람을 판단하기 쉬운 아이들에게 작가는 겉모습만으로 인간을 판단하는 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그러므로 사람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 알려주고 싶었을 것입니다.

함께 사는 지혜가 필요한 때

무크의 인생이 기상천외한 모험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없었던 아이들처럼,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는 아파트, 다니고 있는 학교나 직장 따위로는 알 수 없는 존재가 바로 우리 곁의 사람들입니다. 인간이란 한 사람 한 사람이 엄청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신비한 존재라는 것을 안다면 세상에 함부로 대할 수 있는 존재는 단 한 명도 없습니다. "무크는 사람을 믿지 않는다"는 아버지의 말은 무크가 원했던 행복을 포기했다는 말처럼 들려 가슴이 아픕니다. 그가 세상에서 쫓겨나며 얻은 교훈은 인간이 얼마나 겉모습만 보는지, 자신의 지위로 다른 사람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아닐까요. 하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바로 그 무크의 이야기를 통해, 한 사람을 알기란 얼마나 어려운지, 사람을 얼마나 신중하게 대해야 하는지를 가르칩니다. 어쩌면 무크가 그 마을에 터를 잡은 이유는, 공존을 위해 배울 준비가 되어 있는 부모들이 있었기 때문은 아닐까요?

필자 소개

2006년에 장편 소설 『평균대 비행』으로 '문학수첩 작가상'을 수상, 저서로는『로빈의 붉은 실내』, 『화려한 경계』, 『바다의 리라』 등이 있고, 어린이 책으로는 음악 동화『마에스트로 정명훈과 마법사의 사계절』, 『특별한 날, 평생의례 이야기』, 『바닷길은 누가 안내하나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