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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이집트 사막에서의 하룻밤은 경이롭다. 뭇별들이 쏟아져 내리는 적막한 공간을 바람과 숨결만이 가른다. 노을이 물들고, 지평선 너머 여명이 찾아들면 숙연하고도 낯선 감동이 밀려온다.

[글·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북쪽 오아시스' 바하리야

카이로 남서쪽으로 300km, 모래바람을 가르며 7시간을 달려온 것은 사막에서의 독특한 일과를 위해서다. 세계 각국의 캠핑족들은 이집트 바하리야에서의 하룻밤을 꿈꾸며 백사막을 찾는다. 사막 캠핑의 아지트인 바하리야는 오아시스를 아우르는 땅이다. 아라비아어로 '북쪽 오아시스'라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누구나 한 번쯤 사막에서의 '1박 2일'을 꿈꾼다. 땡볕 아래 사막을 질주하는 지프차들을 여럿 보았고 이방인들은 사막 위에 짐을 풀었다. 지프차들은 바하리야에서 그들만의 도로 표시판을 따라 달린다. 흰 모래와 작은 자갈이 이정표가 되고 길이 된다.

바위 꽃, 버섯 모양의
'백사막'

한낮에 모래 평원을 달리는 것은 낯선 체험의 시작에 불과하다. 캠핑족들이 하나둘 찾아드는 곳은 바하리야의 백사막이다. 석회암들이 굳어져 만든 백사막은 누런 빛깔의 모래 위에 거대한 흰색의 양탄자를 깔아 놓은 듯하다. 바람에 실려 굳어진 버섯, 말 모양의 모래 덩이들은 울퉁불퉁 솟아 있다. '플라워 스톤'이라 일컬어지는 바위 꽃과 조개 모양의 화석도 흩어져 있다. 태양의 높이에 따라 백사막은 세상과 무늬를 맞춘다. 거친 모래바람을 일으킨 사륜구동차들은 밤이 되면 바람막이용 병풍으로 용도가 바뀐다. 차와 양탄자를 엉기성기 엮으면 아늑한 보금자리가 마련된다. 캠핑용 텐트를 치고 불을 지피고 수프를 끓이면 사막에서의 조촐한 만찬이 시작된다. 베두인 청년들은 어둠 속에서도 익숙한 듯 꽤 훌륭한 음식솜씨를 자랑한다. 유목민인 사막의 후예들이 숱하게 겪었을 하룻밤 체험이 어둠 속에서 거행된다. 사막의 터줏대감들은 "음식물이나 신발은 텐트 안에 넣어두라"는 주의사항을 전한다. 백사막에서는 사막여우가 나온다. 생텍쥐페리의 《어린 왕자》에서 만났던 동화 속 그 사막여우다. 여우는 음식물 냄새를 맡고 다가와 천연덕스럽게 모닥불 옆에 선다.

모래 평원의 경이로운 하룻밤

어슴푸레했던 지평선마저 흔적을 감추면 완연한 사막과의 관계가 무르익는다. 눈앞을 가득 채운 하늘에서는 별똥별이 떨어진다. 사막의 싸늘한 밤은 웃옷을 겹쳐 입어도 찬 기운이 등 뒤에서부터 스며든다. 사막 캠핑에서는 앳된 추억, 잔잔한 여운의 담소가 어울린다. 사막에서의 대화는 떨림이 없이 건조하다. 말을 뱉어내도 모래 속으로 깊이 스며드는 홀가분한 느낌이다. 새벽녘이면 모닥불을 지피는 부스럭거림과 함께 사막에 붉은 기운이 깃든다. 잠을 깨운 것은 새벽녘의 가느다란 바람과 옅은 여명이다. 밤새 숨죽였던 백사막의 흰 기둥들은 어느새 발그레해진다. 여명과 함께 경배와 찬미의 시간은 시작된다. 해 질 녘 기도를 올렸던 사막의 베두인족들이 또 한 번 모래에 이마를 대고 몸을 조아린다. 씻지 못한 초췌한 모습을 망각한 채 여행자들은 또 사막의 신기루를 응시한다. 사막에서의 몽환적인 하룻밤을 뒤로하고 오아시스 마을 바위티로 향하는 차 안에서는 어느 누구도 말을 하지 않는다. 들떴던 올 때와는 다른 깊은 침묵이다.

바하리야의
오아시스 마을 '바위티'

바하리야의 나들목인 바위티는 사막마을의 한적함을 담고 있다. 노새를 타고 달리는 촌부들, '히잡'(머리와 상반신을 가리는 것)에 얼굴 가리개를 덧대 눈만 드러나는 '니캅'을 쓰고 다니는 아낙네들과 마주친다. 카이로의 여성들이 간단하게 차도르만 걸치고 다니는 것과는 사뭇 다른 모습이다. 주거지역은 허물어진 담장에 지붕 없는 집들이 즐비하다. 사막 휴게소에는 문 귀퉁이에 오아시스라는 글귀가 앙증맞게 쓰여 있고, 간단한 물건을 파는 상점과 기도를 드릴 수 있는 별도의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슬람교도인 이집트인에게 기도를 위한 장소는 필수 공간이다. 특히 금요일 점심기도 시간에는 아무리 급한 용무가 있어도 운전사들은 핸들을 멈추고 명상에 빠진다. 금요일 낮의 바위티 거리는 차도 사람도 다니지 않는 한산한 풍경이다. 바위티가 분주해진 것은 90년대 중반 바하리야 인근에서 '황금 미라의 계곡'이 발견되면서부터다. 이 일대에는 룩소르에 버금가는 1만여 구의 미라가 묻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사막으로 투어를 나서는 지프차들은 대부분 이곳 바위티에서 출발한다. 바위티에서 파라프라 오아시스로 향하는 사막 도로 주변에 이색 풍경인 흑사막, 백사막이 자리하고 있다.

흑사막 봉우리의 검은 행렬

사막 위에 나열된 흑사막 봉우리들은 피라미드 같기도 하고, 낮은 야산들의 행렬 같기도 하다. 모래에 철분이 뒤섞여 검은빛을 띠는 흑사막은 거칠고 투박하다. 흑사막 봉우리에 오르면 사막을 가로지르는 차량들이 지평선 너머로 사라지는 아득한 광경을 바라볼 수 있다. 사륜구동차들은 사막의 언덕과 열기를 헤치며 반짝거리는 크리스털 마운틴을 지난다. 유목민들의 젖줄 역할을 했던 아인 일 이즈 온천도 경유한다. 바하리아 백사막에서의 캠핑은 1박 2일, 2박 3일 일정이 주를 이룬다. 캠핑 때는 샌드서핑 등 사막 액티비티가 곁들여지기도 한다. 직접 운전한다면 바퀴가 사막에 빠질 때를 대비해 긴 판자인 '샌드 플레이트'도 갖춰야 한다. 사막에서의 몽환적인 밤과 미라의 전설을 뒤로 하고 수도 카이로로 향하면 기자 지구의 피라미드들이 신기루를 더한다. 태양의 재주를 사막에서 본 듯한데, 100m가 넘는 거대한 피라미드들도 빛에 따라 모습이 달라진다. 낙타 몰이꾼의 호객 소리는 영겁의 자취 앞에서 아득하게 들린다. 사막에서의 체험은 아라비안나이트의 오랜 꿈을 꾼 듯, 현실 속에 덧씌워지며 쉽게 잊히지 않는다.

지구를 생각하는 이집트 바하리야 여행

환경을 위한 약속, 사막화방지협약

낭만의 사막 투어 때는 황폐해지는 사막의 현실도 되새겨야 한다. 기존 사막을 넘어서 전 세계는 기후변화로 인한 토지의 과도한 사막화에 시달리고 있다. 사막화방지협약은 기후변화협약, 생물다양성협약과 함께 유엔의 3대 환경협약 중 하나다. 이집트의 사막지대 역시 무분별한 오남용으로 예전에 비해 강수량이 줄어들고 오아시스 없는 사막이 늘어나는 안타까운 추세다.

사막 훼손 방지를 위한 검문검색

바하리야 사막에 들어서려면 초입부터 검문 검색과정을 거쳐야 한다. 본래의 사막을 훼손 없이 보존하는 것 역시 여행자들에게 주어지는 숙제다. 투어를 위해 가져간 음식물들은 반드시 되가져와야 하며 플라스틱, 비닐 등을 함부로 사막에 버리는 것 또한 주의해야 한다. 차량으로 사막을 오갈 때는 모래 보호를 위해 정해진 루트로만 이동해야 한다.

멸종 위기 동물을 위한 최소한의 노력

캠핑에서 만나는 사막여우는 개체 수 감소를 막기 위해 법적으로 보호받는 동물이다. 예전에는 모피 획득이나 애완용 사육을 위해 무분별하게 포획되기도 했으나 최근에는 함부로 잡는 것이 금지돼 있다. 캠핑 때 모닥불 주변으로 다가오더라도 음식물을 주는 것을 삼가야 한다. 백사막에서는 모래화석에 낙서를 하거나 수집하는 것 또한 자제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