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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터에서 고양이를 구한 사나이
[글 꼬리스토리 사진 Ernesto's Sanctuary]

시리아 내전은 36만 명의 희생자와 560만 명의 난민이 발생하며, 오늘날 세계에서 벌어진 최악의 내전이라 불리고 있습니다. 곳곳에서 정부군과 반군의 총격전이 계속해서 발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위험한 곳에 목숨을 걸고 뛰어드는 두 남성이 있습니다. 바로 알자릴 씨와 그의 친구 아비딘 씨입니다.



시리아 고양이구조 촬영 작가 사진



폭격하기 전에 짧게 공습경보가 울리는데, 마을 주민들이 급하게 대피하는 과정에서 그들의 반려동물을 미처 챙기지 못한 채 피난을 떠납니다. 아비딘 씨는 이런 사태에 대해 말했습니다.



시리아 고양이구조 촬영 작가 사진

시리아 고양이구조 촬영 작가 사진



"안타깝지만 이런 현상이 어쩔 수 없기도 해요.
폭탄을 피하기 위해 당장 달아나는 상황에서 다들 정신이 없거든요.
이런 전쟁통에 '고양이를 찾아서 품에 안고 도망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긴 해요."
그리고 미소를 짓고는 말을 이어나갔습니다."그래서 우리가 하는 거죠."

9월 중순, 알자릴 씨와 아비딘 씨는 최근 폭격으로 폐허가 된 카프르 나블을 방문했습니다.
그들이 거리에 들어서자 버려진 건물 여기저기에서 많은 고양이가 발견됐습니다.

"밥을 챙겨주는 보호자가 사라지다 보니 많이 굶었을 거예요.
고양이는 경계심이 많지만, 그래도 우리가 음식을 줄 거라는 기대감을 갖고 모여들어요."



시리아 고양이구조 촬영 작가 사진

시리아 고양이구조 촬영 작가 사진



알자릴 씨와 아비딘 씨는 철장 안에 음식을 넣고 고양이들이 덫에 걸리길 기다립니다.

"언제 교전이 일어날지, 또 언제 폭격이 시작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빨리 최대한 많은 고양이를 구해야 해요."

그들은 현재까지 83마리의 고양이를 구조해 '에르네스토 고양이 집' 보호소로 이송했습니다.
구조된 고양이들은 이들 덕분에 보호소에서 하루 3번 밥을 먹고 신선한 물을 마시며 지내고 있습니다.

이들은 매일매일 목숨을 걸고 카프브 나블 지역으로 돌아와 고양이 구조 작업을 반복합니다. 특히 알자릴 씨는 2016년부터 시리아 전쟁 지역을 돌며 버려진 고양이들에게 밥을 주는 캣대디로 유명해졌습니다. 그는 자신의 반려묘 에르네스토의 이름을 따 '에르네스토 고양이 집'이라는 보호소를 세우고, 구조한 고양이를 자신이 설립한 보호소로 데려와 꾸준히 보살피고 있습니다.

2017년 11월, 정부와 반정부군의 교전으로 '에르네스토 고양이 집'이 파괴되었지만, 알자릴 씨는 포기하지 않고 새로운 장소에 보호소를 다시 열었죠. 알자릴 씨의 희생과 열정에 감동한 시리아와 세계 동물 애호가들이 합류하여 현재는 고양이 외에도 개, 말, 토끼 등 도움이 필요한 모든 동물을 보살피고 있습니다.



시리아 고양이구조 촬영 작가 사진

시리아 고양이구조 촬영 작가 사진



"전쟁터 한가운데 버려진 동물들을 생각하면 용기를 낼 수밖에 없습니다.
건물더미에서 참혹한 모습으로 죽어있는 아이들의 사체를 보기도 하는데 그럴 때면 너무 가슴이 아파요.
위험 지역에서 고양이들을 안전하게 구조해내는 것. 그게 제가 해야 할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