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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end Cafe


유행은 늘 돌고 돈다지만, 이렇게나 옛것에 심취한 시대가 있었나 싶을 만큼 복고 바람이거세다. 경기침체에 따른 과거로의 회귀라거나 단지 낡고 촌스러운 것에 대한 열망이라기엔 좀 다르다. 옛 취향이 묻어나되 현대적 감성을 놓치지 않은, 과거의 것이지만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과거를 동경하고 소비한다. 이름하여 새로운 복고(New retro), 뉴트로 열풍이 뜨겁다.

[글 김승희]

FASHION

빅로고 티셔츠에 청청패션 '세련됐네'

뉴트로 열풍을 가장 빠르게 확인할 수 있는 분야는 바로 패션이다. 원색의 컬러감, 큼직한 로고, 과거 인기를 누렸던 단종 모델까지 뉴트로 트렌드에 힘입어 속속 부활하고 있다. 지난겨울부터 올봄까지는 어깨를 부각한 오버사이즈 재킷과 로큰롤 룩으로 대표되는 가죽 재킷 등이 유행했다. 여기에는 지난해 돌풍을 일으켰던 영화 [보헤미안 랩소디]의 영향도 한몫했다. 1980년대 초에서 2000년대 초반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가 록 문화를 음악이 아닌 영화나 뮤지컬 등으로 즐기면서 패션으로 발현된 것이다. 올여름에도 뉴트로 패션은 유지될 듯하다. 과거에는 센스 없는 패션으로 인식되던 '청청'이 올봄과 여름 시즌 유행 아이템으로 꼽히면서, 패션업계에서도 청바지, 원피스, 재킷 등 다양한 스타일의 데님 상품들을 앞 다퉈 내놓고 있다. 투박하면서도 못생긴 디자인이 특징인 어글리 슈즈도 주목받는 뉴트로 아이템 중 하나. 과거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가볍고 부드러운 소재를 활용한 편안한 착용감이다. 티셔츠에 깃을 살린 폴로 티셔츠도 올여름 유행을 예고하고 있는데, 가볍고 통기성 좋은 소재를 사용하는 등 디자인은 과거의 것을 닮았지만 기능 면에서는 시대에 맞게 진화했음을 볼 수 있다.

FOOD

식품업계도 뉴트로 '옛날 맛 좋아!'

음식 문화에도 뉴트로 트렌드가 한껏 스며들고 있다. 두꺼비 디자인의 소주 브랜드가 부활하는가 하면 1980년대 주점 분위기를 재현한 팝업스토어를 열어 소비자에게 새로운 경험을 선사하고 있다. 기성세대의 어릴 적 보물상자였던 과자종합선물세트가 한정판으로 출시되는 등 브랜드의 초기 디자인을 입힌 포장지가 조미료나 과자 등에 다양하게 활용되고 있기도 하다. 이제는 사라진 라면 브랜드도 다시 소환돼 진열대에서 볼 수 있으며, 편의점에서는 옛날 도시락이나 1980년대 경양식 콘셉트에서 착안한 도시락 제품을 내놓는 등 과거의 영광을 재현하고 있다. 음식뿐만 아니라 관련 공간도 과거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새로운 정보를 접하면 빠르게 자랑하고 공유하는 SNS 소통 문화에 발맞춰 카페와 음식점도 인테리어를 복고풍으로 꾸미거나, 1980~1990년대 음료 회사 로고가 새겨진 유리컵 등의 식기를 갖춰 방문객이 포토존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옛것이 주는 아늑함 때문일까, 이제 노포(오래된 점포)가 밀집한 을지로 골목에서 젊은 세대를 만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이다.

CULTURE

음원을 넘어 LP로 '널 소유하고 싶어'

뉴트로는 문화계에서도 '힙한' 장르로 주목받고 있다. 빠르고 강한 비트가 넘쳐나는 대중음악에 질린 것일까. 80년대 후반쯤 유행하던 팝 발라드를 닮은 밴드 잔나비의 노래에 대중이 뜨겁게 반응하고 있다. 느린 박자와 차분한 음색, 감성적인 노랫말에서 자극적인 요소는 찾아볼 수 없지만, 소비계층은 이 같은 음악 장르가 낯선 젊은 세대다. 기성 층은 잔나비의 음악에서 친숙함과 편안함을 느끼고, 젊은 층은 낯선 멜로디를 통해 신선함을 즐긴다. 음악을 담는 수단에도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다. 하드 디스크에 저장된 파일, 또는 온라인에 접속해 듣는 스트리밍 음원이 아닌, 레코드판으로 음악을 찾아 듣는 이들이 늘고 있는 것. 이는 2014년 첫선을 보인 이래 해마다 그 규모가 커지고 있는 행사 '레코드 스토어 데이' 현장을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이 행사는 CD, LP 등 각종 음반 판매는 물론 다양한 이벤트, 강연, 청음 공간 등 풍성한 볼거리와 즐길 거리를 제공하며 복합 문화 행사로 자리매김했다. 음반이라는 물성이 지닌 아날로그 감성은 이를 경험해본 이들에게는 과거의 향수를, 음악을 소유해본 적 없는 이들에겐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며 열렬한 지지를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