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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愛온도


[글 김새미나 사진. MBC 제공]


곰의 길 위에 서다

다큐멘터리만이 주는 감동이 있다. 장엄한 풍경과 세밀한 관찰을 통해 마치 현장에 있는 것 같은 생생함. 더는 다큐멘터리에 열광하는 시대가 지났다고들 하는데도, 매번 그의 다큐멘터리는 화제가 된다. 아마존, 남극, 이번에는 지구 곳곳의 곰들을 만나고 온 김진만 PD의 이야기를 통해 곰의 세상으로 떠나본다.

  • Q
  • MBC 창사특집 UHD 다큐멘터리 <곰>으로 돌아오신 것 축하드립니다. 제작 기간 2년, 총 5,000여 시간, 제작비 약 15억 원이라는 수치만으로도 압도되는데요.
  • A
  • 실제로 우리나라 지리산부터 북극, 시베리아, 캄차카, 알프스, 쓰촨 등 12개 지역에서 촬영했어요. 긴 기간이기도 하지만 각 대륙을 오가며 곰의 땅을 찾아다녔습니다.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깊은곳에서 곰의 생생한 모습, 표정까지 담아내기 위해 애썼습니다.

  • Q
  • 배우 정해인 씨의 나레이션과 유튜버 대도서관, [나 혼자 산다]팀과의 콜라보로도 화제입니다.
  • A
  • 정해인 씨 목소리가 흡입력이 있잖아요. 풍부한 감성과 몰입감 덕분에 다큐멘터리의 감동이 한층 더 깊어지는 것 같아 매우 고마워하고 있어요. 게다가 유튜버 대도서관의 생방송에 출연해 방송 비하인드 스토리도 공개했습니다. 제작 현장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할수 있는 기회가 됐죠. MBC 대표 예능인 [나 혼자 산다] 팀의 콜라보까지 더해 더 많은 분이 관심 가질 수 있도록 노력 중입니다.
  • Q
  • 아마존의 눈물(2009), 남극의 눈물(2011), 그리고 곤충, 위대한 본능(2013) 이후 5년 만이네요. PD님의 작품은 늘 화제가 되는데, 곰이라는 소재를 선택하신 이유가 궁금해요.
  • A
  • 우리 문화권에서는 백수의 왕이라고 하면 사자나 호랑이를 떠올리잖아요. 유럽에서는 곰이 첫손에 꼽혀요. 곰의 매력은 여기에 있습니다. 힘이 세고 강하죠. 특히 수곰은 짝짓기할 때를 제외하면 평생 혼자 살아요. 꿋꿋이 외로움을 이겨내는 곰을 보면서 인간과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 Q
  • 전 세계 많은 곰을 마음에 담고 오셨을 텐데요. 그중에서도 가장 애정이 가는 곰이 있나요?
  • A
  • 52번 반달곰이요. 올무에 걸려 발 하나를 잃었다 해서 '올무곰'이라고 불렀어요. 저는 주로 해외에 있고 국내는 다른 팀이 갔는데, 저는 52번 곰을 보고 싶어서 종종 갔어요. 불편한 몸으로 새끼들을 나무둥치에 끌어올리고 먹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이 느껴져요.

  • Q
  • 러시아 캄차카에서는 죽을 뻔했다고 들었어요.
  • A
  • 러시아 캄차카에서 불곰을 촬영할 때였어요. 비가 많이 와서 수위가 높아지자, 곰들이 굉장히 예민해졌어요. 물고기 사냥하기가 어려워지니까 배가 고프거든요. 저희가 도망치는 장면은 방송에서 보실 수 있어요(웃음). 안전하게 촬영하려면 먹이가 많은 기간에 가야 해요. 취재진을 보호해주는 레인저들과 항상 함께하고요. 10~20년 경력의 곰 전문가들이라 곰의 표정이나 걸음만 봐도 기분을 다 알아채거든요. 가까이 다가가는 것보다 중요한 것은 길을 터주는 것입니다. 곰이 가고자 하는 길을 가로막으면 멀리 있어도 위험해요.
  • Q
  • 그렇게 강한 동물인데, 멸종 위기에 있다고요?
  • A
  • 네. 대부분 멸종 위기예요. 우리나라 반달곰도 멸종 위기에 있어요. 주요 서식지는 한정된 작은 공간이고, 그곳을 벗어나면 바로 고속도로로 막혀있습니다. 동물들은 먹이나 번식을 위해 이동을해야 하는데 서식지가 좁아지고 단절되면 멸종 위기에 놓입니다. 마치 큰 동물원에 갇힌 것처럼요.

  • Q
  • 판다나 북극곰, 불곰도 비슷한가요?
  • A
  • 상황은 각자 다르지만 환경의 변화로 인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게 공통점이에요. 판다는 엄청나게 게으른 동물이에요. 온난화로 지구가 더워지면 대나무숲의 위치가 이동합니다. 하지만 굶어 죽을 지경이 돼도 판다는 움직이지 않아요. 현재 중국 정부에서 인위적으로 판다 개체 수를 늘리기 위해 환경을 조성하고 있지만 위험한 상황이에요. 극지방에 가면 더 확연히 느낄 수 있어요. 촬영감독이 5년 전 알래스카 카토빅에서 촬영을 했거든요. 올해 다시 카토빅에 갔더니 해수면이 높아져 빙하가 많이 녹아버린 것을 육안으로도 확인할 수 있었다고 하더라고요. 북극곰들이 겨울을 날 수 있도록 마을끝에 고래고기를 가져다 놓곤 하는데, 올해는 물이 많이 올라와서 바다를 건너 마을로 먹이를 먹으러 오기 어려워졌다고 하더군요. 러시아 캄차카에서는 동종포식의 흔적을 여럿 발견했습니다. 그이유는 먹이가 없어서입니다. 강이나 호수의 수위, 연어가 돌아올 수 있는지와 연관되어 있어요. 사냥을 할 수 없는 환경에서 곰들은 배고픔 때문에 서로 잡아먹으며 버티는 거예요.

  • Q
  • 다큐멘터리 곰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것 같네요. 인적을 느낄 수 없는 야생 속 곰의 땅, 곰의 길 위에도 인간의 흔적이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것을요.
  • A
  • 사실 도시에, 특히 대도시에 사는 사람들은 환경오염을 체감하기 어려워요. 기후변화가 직접적으로 생존을 위협하지 않거든요. 오히려 가난한 나라, 개발이 되지 않은 지역의 사람들이 더 힘들어 집니다. 그보다 더 심각한 영향을 받는 것은 동물들이에요. 이들이 고통받고 생존의 위협을 느끼는 것을 우리가 함께 고민해봤으면 합니다. 다큐멘터리 곰은 한마디로 말하자면, 환경에 대한 이야기예요.
  • Q
  • 작품 활동을 살펴보면 오로지 다큐멘터리 외길 인생을 살아오셨는데요(웃음). 제작자로서 다큐멘터리의 매력이 있다면요?
  • A
  • 아마존의 눈물이 방영되고 나서 한 가수의 팬클럽이 열대우림 훼손을 막기 위해 모금을 한 사례가 있습니다. 방송이 불러온 좋은 영향이죠. 많은 경우 정보는 공유할수록 가치가 낮아지기 마련이지만, 환경과 자연에 관한 정보는 나눌수록 힘이 세집니다. 높은 시청률을 위해 제작진이 고군분투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많이 알고 공유할수록 그 영향력이 어디까지 미칠지 알 수 없다는 부분이 자연 다큐멘터리 제작자로서의 보람이자 매력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 Q
  • 마지막으로 KOGAS 독자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 A
  • 인간이 살아가기 위한 모든 활동, 소비는 환경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건 하나를 사는 것도 간접적으로 이산화탄소 발생률을 높이는 것이고요. 환경을 보호한다는 것은 에너지 소비를 줄이고 생활습관을 바꾸는 등 인간의 물리적인 불편함이 따릅니다. 가스공사의 경우에도 마찬가지겠죠. 조금 더 환경을 지킬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연구를 하려면 자본과 인력이 모두 필요합니다. 이 모든것이 불편하고 귀찮은 일이거든요. 불편함을 감수하는 일, 여러분이 할 수 있는 생활 속 작은 일부터 시작해보셨으면 합니다.

다큐멘터리 [곰]

총 제작비 15억 원. 장장 2년의 시간 동안 곰의 흔적을 쫓아 지리산은 물론, 북극, 시베리아, 캄차카, 알프스, 쓰촨 등 12개 지역을 촬영했다. 인간의 발길이 닿지 않는 깊숙한 곳에 펼쳐지는 곰들의 세상. 오로지곰을 만나기 위한 일념 하나로, 곰의 땅에서 험난한 잠복과 기다림 끝에 그들의 세상을 만난다.

  • 프롤로그 2018년 12월 3일(월) 밤 11시 10분
  • 1부 [곰의 땅] 2019년 1월 28일(월) 밤 11시 10분
  • 2부 [왕의 몰락] 2019년 2월 4일(월) 밤 11시 10분
  • 3부 [공존의 꿈] 2019년 2월 11일(월) 밤 11시 10분
  • 에필로그 [곰에게 배우다] 2019년 2월 18일(월) 밤 11시 10분

[곰]과 함께 보기 좋은 김진만 PD 추천작 넷

KBS1 다큐멘터리 [순례]

연출 윤찬규, 신재국, 김한석
2017년 4부작으로 방영된 KBS 기획 다큐멘터리. '우리가 살아가는 하루하루가 순례의 길이고, 우리 모두는 그 길을 걷는 순례자'라는 명제로 다양한 인간의 삶을 들여다본다. 묵묵히 걸어가는 삶이라는 순례길, 인류의 여정을 걸어가는 면면을 통해 조금 더 천천히, 그리고 조금 더 비워내는 삶의 불편함이 왜 필요한지 알 수있다.

오래된 미래

저자 헬레나 노르베리 호지 | 출판사 중앙북스
서부 히말라야 고원의 작은 지역 라다크. 저자는 빈약한 자원과 혹독한 기후에도 불구하고 생태적 지혜를 통해 천년이 넘도록 평화롭고 건강한 공동체를 유지해온 라다크가 서구식 개발 속에서 환경이 파괴되고 사회적으로 분열되는 과정을 보여 주며, 우리 미래에 대한 구체적인 희망은 개발 이전의 라다크적인 삶의 방식이라고 말하고 있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저자 다니엘 에버렛 | 출판사 꾸리에
아마존 오지의 피다한 마을 사람들은 밤늦게 자리를 떠나며 인사를 한다. "잠들면 안 돼, 거기 뱀이 있어." 저자는 피다한 사람들을 교화시킬 목적으로 이곳을 찾은 인류학자였지만 연구를 할수록 이들의 문화에 매력을 느껴 동화되어 버린 이야기다. 그들이 가진 고유의 문화와 언어가 지켜져야 하는 이유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하게 해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