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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지도를 펼쳐보면 너무 작아 가끔은 표기조차 되어 있지 않은 섬이있다. 그렇기에 더욱 비밀스러운 그곳은 모르는 사람 눈에는 절대보이지 않는 나라. 그곳을 아는 선택된 사람에게만 보이는 지중해의 작은 보석, 바로 몰타다.

[글·사진 이세영(여행작가)]



몰타는 이탈리아 시칠리아섬 남쪽 끝자락에 자리 잡은 섬나라로 면적은 제주도의 1/6 그러니까 대략 강화도만 한 크기다. '나라'라고 칭하기엔 다소 앙증맞지만, 엄연한 독립 국가이며 EU 연합국이기도 하다. 지중해 가운데 위치한 지리적 환경 때문에 여러 강대국으로부터 침입과 지배를 받아야 했던 몰타는 그로 인해 다양한 문화가 융합되어 독특한 매력을 가지게 되었으며 7000년이 넘는 긴 역사를 품고 있다. 몰타는 면적이 고작 316㎢에 불과하지만 가진 매력과 역사는 지중해의 깊이만큼이나 깊고 반짝인다. 아름다운 지중해와 연중 화창한 날씨, 오랜 역사와 잘 보존된 문화유적으로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휴양지 몰타. 저렴한 물가와 안전한 치안 그리고 천혜의 환경을 고루 갖춘 이곳이야말로 완벽한 휴양지가 아닐까?

그들이 살아가는 방법 느리게 그리고 수고롭게

견고하게 쌓아 올린 고풍스러운 상앗빛 건물이 푸른 바다와 하늘의 경계를 나누듯 자리 잡고 있다. 몰타의 도시 슬레마(Sliema)에서 바라본 수도 발레타(Valletta)의 전경이다. 모두 하나같이 같은색의 건물들이 이어졌다. '라임스톤'이라는 석회암으로 지어진 몰타의 건물은 어딘가 조금 단조롭고 무미건조해 보이지만 그래서 오히려 더 마음이 편안해진다. 우리가 집중할 색은 푸른빛과 상앗빛뿐이니. 슬레마에서 발레타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다. 페리를 타고 가거나 버스를 타면 된다. 페리로는 10분이면 가는 거리를 버스로는 30분 이상이 걸린다. 발레타가 돌기처럼 바다를 향해 튀어나와 있는 형태이기 때문이다. 참으로 번거로운 일이다. 우리나라였다면 진즉 슬레마와 발레타를 잇는 다리를 놓았을 텐데 몰타 사람들은 미련하게도 수고로움을 기꺼이 자처한다. 이유는 단순했다. 다리를 놓게 되면 편리해지겠지만 경관과 자연을 해치기 때문이다. 몰타 사람들이 살아가는 방법이다. 최대한 자연 그대로를 유지하며 조금은 느리게, 그리고 수고롭게. 그래서인지 몰타에서는 현대 식 건물이나 높은 빌딩을 찾아보기 힘들다. 몰타 사람들이 편리성을 명분으로 개발했더라면 몰타는 아마 다른 유럽과 별반 다를것 없는 나라가 되었을 것이다. 사실 몰타에는 런던의 빅밴이나 파리의 에펠탑처럼 이렇다 할 랜드마크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매년 많은 여행객에게 오랜 시간 사랑을 받을 수 있는 건 이런 몰타의 고집 때문이 아닐까. 조금은 불편하지만 그래서 더욱더 사랑스럽다. 발레타는 몰타의 수도로 도시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독특한 곳이다. 도시 내 모든 건물이 16~18세기에 지어져 몰타의 매력을 집약적으로 보여준다. 고즈넉한 라임스톤 건물들 사이로 색색의 발코니가 발레타 곳곳을 수놓고, 곧게 뻗은 길 끝은 항상 푸른 지중해로 이어진다. 유럽 어디에서도 보지 못했던 새로운 풍경에 여행자들은 금세 마음을 빼앗긴다. 발레타 전체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되어있으니 이곳에서는 길을 잃어도 괜찮다. 걷는 모든 길과 닿아있는 모든 곳에는 오래된 이야기와 빛바랜 역사가 묻어있다.

길을 잃어도 괜찮아, 그곳이 어디든 발레타(Valletta)

좁은 골목길을 누비며 몰타의 발코니만 구경해도 충분하지만, 발레타에 왔다면 놓치지 않고 가야 할 곳이 있다. 바로 성 요한 대성당(St. John's Co-Cathedral)이다. AD 60, 사도 바울이 로마로 압송되던 중 배가 난파하여 몰타에 불시착한 것을 계기로 몰타에 기독교가 전파되었으며, 그로 인해 작은 몰타에는 360여 개가 넘는 성당이 생겼다. 성 요한 대성당은 몰타에서 단연 최고로 손꼽히는데, 외관의 투박함과는 달리 내부는 화려함의 극치를 보여준다. 이곳은 분명 신에게 받치는 보석함이리라. 겉모습은 그저 낡고 오래된 건물이지만 성당 내부가 온통 황금으로 꾸며졌다. 그화려함을 직접 눈으로 마주한 순간 아름다움에 압도된다. 눈길이 닿는 곳마다 정교한 조각과 그림으로 섬세하게 장식되어 있다. 성 요한 대성당은 존재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겠지만 많은 관광객은 다른 이유로 이곳을 방문한다. 바로 빛과 명암의 극명한 대조를 천재적으로 표현한 이탈리아 화가 카라바조가 유일하게 서명을 남긴 작품 '세례자 요한의 참수'가 이곳에 있기 때문이다. 죽기 전 꼭 봐야 할 세계 역사 유적으로도 뽑힌 곳이니 몰타에 왔다면 놓치지 말자.

당신만의 네버랜드 코미노(Comino) 블루 라군(Blue Lagoon)

몰타에서 가장 맑고 투명한 지중해가 반짝이는 곳, 코미노 블루 라군. 유럽인들에게 사랑받는 신혼여행지로, 당신이 여름에 몰타에 왔다면 반드시 가야 할 곳이다. 몰타 본섬과 고조 섬 사이에 위치한 코미노 섬에는 세상에서 가장 예쁜 푸른빛만 모아 뿌려놓은 듯한 아름다운 바다가 있다. 지상낙원이라는 진부한 표현으로밖에 표현이 안 되는 이곳에서는 모든 근심과 걱정이 사르르 녹아내리는 마법 같은 공간이다. 할 것이라곤 아름다운 바다를 만끽하는 것밖에 없는 블루 라군에서는 각자만의 방식으로 시간을 보내면 된다. 사랑하는 사람이나 친구들과 혹은 혼자서 자유롭게. 아직은 한국인들에게 잘 알려지지 않아 더욱 신비하고 아름다운 이곳에서 당신은 행복한 사람이 될 것이다. 오롯이 자신의 삶의 속도로 그 누구와 어떤 비교도 하지 않고 말이다. 블루 라군은 내가 온전한 나일 수 있는 곳, 피터팬의 그곳처럼 나만의 네버랜드가 된다. 지금 현실에서 지쳐있는 당신이, 묵묵히 현실을 버티며 지내고 있을 당신이 그 무거운짐을 내려놓고 조금은 어린아이가 되었으면 한다. 당신의 네버랜드가 될 이곳에서.

지구를 생각하는 몰타 여행 Tip

1. 개인 물병 챙기기

여행을 하다 보면 평소보다 물을 마실 일이 더 많아진다. 특히 대중교통보다 걷기가 더 편한 몰타에서는. 가벼운 개인 물병을 챙겨 1회용품 사용을 줄일 수 있다.

2. 쇼핑백 대신 에코백

관광지에서 가장 많이 낭비되는 것은 비닐봉투가 아닐까? 기념품을 비롯한 간식거리, 과일, 소품 등을 담을 수 있는 에코백은 어느 여행지에서나 착한 여행을 돕는다.

3. 뚜벅뚜벅 걷기 여행

여러 가지 탈 것을 이용하면 시간을 절약할 수 있겠지만, 천천히 흐르는 여행은 그만큼 사유할 수 있는 시간을 준다. 조바심을 버리고, 조급한 일상과는 다른 느긋함을 즐겨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