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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愛온도

과거, 만화 [로보트 태권V]나 [우주소년 아톰]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한 번쯤 로봇을 만드는 과학자를 꿈꿨다. 그러다 철이 들 무렵 그 소년소녀들은 하늘을 날고 위기에서 인간을 구하는 로봇은 만화에서나 가능한 일임을 깨닫고, 현실에 존재하는 다른 꿈을 좇으며 어른이 됐다. 집요하게 이 꿈을 놓지 않은 한 소년은 커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로봇공학자가 됐다.
[글 김승희 사진 김지원]



한재권 교수는

버지니아 공대에서 공학박사를 취득한 로봇공학자다. 데니스 홍 교수의 수제자로, (주)로보티즈에서 수석연구원으로 활동하다가 청년 공학자를 양성을 위해 현재는 한양대 공학대학 로봇공학과 조교수로 활동 중이다. 2011년 로보컵에서 직접 설계하고 제작한 로봇 '찰리-2'로 우승컵을 쥐었으며, 미국 국방부 산하 연구기관인 다르파(DARPA)가 개최한 재난구조로봇대회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 국가대표로 출전한바 있다. 교육부 미래교육위원회 위원을 맡고 있다.

  • Q
  • 남동생을 위해 로봇공학자의 꿈을 꾸셨다고요.
  • A
  • 동생은 태어날 때부터 몸이 불편했어요. 그래서 늘 식구들의 보살핌이 필요했죠. 동생은 거의 매일 울고, 뭐라고 얘길 하는데 식구들은 알아듣지 못해 답답해했어요. 어느 날 TV에서 로봇이 사람을 번쩍 들어서 날아가는 장면이 나오는 거예요. 순간 '저거다!' 싶었어요. 로봇만 있으면 동생을 돌보는 것도 쉽겠다는 생각에 돈을 벌어 사야겠다고 마음먹었죠. 근데 좀 더 커보니 살 수 없는 기계라는 걸 알았어요. 당시 로봇은 존재하지도 않았으니까요. 대안을 생각하다가 직접 만들어야겠다고 결심했죠. 다행히도 아버지가 철공소를 운영하셔서 어릴 때부터 뭔가를 만들어내는 게 자연스러운 환경이었어요.

  • Q
  • 교수님의 꿈이 동생의 불편함에서 비롯됐듯이, 사회가 차별 없는 시선으로 약자를 바라봐야 관련 로봇 시장도 '필요'에 따라 발전할 텐데요.
  • A
  • 정확하지는 않지만 우리나라 인구 중 중증장애인 수가 대략 200만 명이라고 해요. 그럼 25명 중 1명이 장애인이어야 하는데, 우리 사회에서는 이들을 찾아볼 수 없죠. 아마 다들 숨어있어서일 거예요. 정상적인 사회는 아니죠. 미국에서는 회사 내에서 휠체어 탄 사람들을 보는 게 아주 흔하고 자연스러운 일이에요. 우리에게는 없는 부러운 풍경이죠. 우리나라에서는 몸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장애인들이 사회에 기여할 기회를 빼앗고 있잖아요. 이들이 단순히 사회활동을 하는 데에는 아주 작은 환경의 변화만으로도 가능해요. 문제는 사람들의 시선이죠. 생활하기에 불편한 몸을 갖고 있다고 동정의 시선을 받아야 할 이유는 없는데, 그런 시선들이 사람을 위축되게 하고 숨어있게 만들죠. 사회가 계속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해요.
  • Q
  • 유학을 마치고 난 뒤의 행보가 인상적입니다. 한양대 로봇공학과 교수로 부임하셨어요.
  • A
  • 아직 국내 로봇공학 분야는 저변이 넓지 않아요. 후쿠시마 원전 사고를 계기로 세계적 재난 로봇대회인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가 만들어졌는데, 이 대회에 4년 정도 참가하며 느낀 점이 많았어요. 전 세계 최고의 로봇공학자들이 자신들의 기술력을 뽐내기 위해 한 자리에 모였는데, 당시 우리가 가진 재산이라곤 로보티즈와 서울대, 카이스트뿐이었습니다. 어렵사리 이기고 예선전에 올라오면 더 좋은팀이 등장하고, 또 등장했죠. 마치 끝도 보이지 않는 로마군을 상대했던 한니발이 된 심정이었어요. 그 대회를 계기로 우리나라 로봇공학의 저변 확대를 위해 인재 양성에 힘써야겠다고 결심했습니다.
  • Q
  • 그 적은 병력(?)으로도 2015 다르파 로보틱스 챌린지에서 카이스트의 휴보가 1등을 차지했어요.
  • A
  • 사회에서 벌어지고 있는 모든 일이 로봇 분야에서도 똑같이 벌어진다고 보면 돼요. 이 작은 나라가 IT 강국으로 일컬어지듯, 로봇 분야에서도 한 명의 연구자가 일당백의 몫을 하면서 최고의 결과를 이끌어내죠. 최고 수준의 연구자들이 있는 건 맞지만, 문제는 그 수가 많지 않다는 데 있어요. 로봇은 많은 연구자들의 협업으로 이뤄져야 하니까요. 그 사회의 기초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엔지니어링 역량을 총망라해 담기는 것이 로봇이라고 정의한다면, 로봇공학은 그 공동체의 기술 수준을 보여주는 좋은 지표가 되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
  • Q
  • 인문학 전공자들도 로봇 제작에 있어 담당할 부분이 있을까요?
  • A
  • 로봇은 인간의 삶과 함께하며 도움을 주어야 할 존재잖아요. 그러니 인간의 행동과 말을 이해하고 그걸 구현해내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해요. 로봇의 쓰임이 정해지면 그 분야 전문가들이 투입되는데, 평창동계올림픽에서 활약한 스키로봇의 경우 전직 스키 국가대표 선수의 코칭이 전적으로 필요했어요. 지금도 저희 연구실에는 다양한 전공자들이 모여 함께 작업합니다. 공연에 필요한 로봇의 경우 연극영화 전공자의 재능을 빌려야 하고, 같은 이유로 게임학과 학생이나 예술 관련 전공자들이 함께하는 경우도 많아요.

  • Q
  • 로봇은 쓰임에 따라 위험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 A
  • 그래서 '로봇윤리'라는 게 있어요. 기술을 다루는 사람들은 앞으로 자신의 결과물이 어떻게 쓰일지 상상하면서 자신을 인도해가야 해요. 그 테두리를 만드는 국내 전문가로 동아대 전자공학과 김종욱교수를 꼽을 수 있는데, 프로그램이나 알고리즘을 만들 때 공동체의식을 고려해 어떠한 약속을 만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하나의 학문 분야로 만들어지고 있는 시대예요. 결국 문제를 해결하는 것은 인문학이 될 겁니다. 법, 제도, 윤리, 도덕을 통해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야 하기에, 저는 인문학이 미래 학문이라고 봐요.
  • Q
  • 한국가스공사에서도 안전한 가스 공급을 위해 '인텔리전트 피그'라는 로봇을 개발해 활용하고 있는데요. 이처럼 대중은 알지 못하지만, 우리 사회의 안전을 위해 활용되는 로봇의 사례가 있다면 소개해주세요.
  • A
  • 재난현장에서 활약하는 로봇들이 대표적일 것 같아요. 재난상황을 진압하는 구조자의 안전까지 고려해 만든 재난로봇 중 노트르담 대성당 화재를 진압했던 소방로봇 '콜로서스'는 사람이 접근하면 위험한 지점까지 가서 물을 뿌려 생명은 물론 소중한 문화유산까지 지킬 수 있었어요.

  • Q
  • 로봇의 등장으로 서로에 대한 소통이 더 필요 없어지는 건 아닐까하는 우려도 있어요.
  • A
  • 그런 우려는 스마트폰이 처음 나올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가 예상한 바와 다른 패턴으로 펼쳐지고 있죠. SNS의 발달로 불특정 다수와 소통하는 세상이잖아요. 누군가는 소외받고 소통이 줄어든다는 건 너무 단편적이고 단순한 판단일지도 몰라요. 예상은 의미가 없다고 생각해요. 어떤 세상을 만들 것인가 하는 사회의 의지가 중요하죠. 결국은 그 의지대로 흘러갈 거예요.
  • Q
  •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본격화되면 많은 일자리가 사라질 거라고 하잖아요.
  • A
  • 기술이 진보하고 발전하면 인간이 직업을 잃을 거라는 건 200년 동안 해온 얘기예요. 기계가 많은 일을 대체하게 될 거라는 건 맞아요. 하지만 인간은 끊임없이 새로운 직업을 만들어왔고, 앞으로도 그럴 거예요. 그럼 어떤 직업이 생겨날까요? 아마 노동력은 아닐 겁니다. 왜냐면 노동은 인간이 싫어하고 로봇이 잘하는 거니까요. 그럼 로봇이 못하는 게 뭘까요? 인간이 하고 싶어 하는 분야겠죠. 이를 테면 예술의 영역이요. 로봇과 공존하는 앞으로의 세상에선 생산성은 높아질 거고, 인간은 인간만이 할 수 있는 부가가치 높은 일을 아주 편하게 하게 될 거예요. 이런 일은 고도의 기술을 요구하거나 교육을 받아야만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은 할 수 없지만 보통의 인간이라면 해낼 수 있는 일이 아닐까 싶어요.
  • Q
  • 앞으로의 계획이 궁금합니다.
  • A
  • 어릴 때 제게 영감을 준 그 장면을 실현해볼 생각이에요. 로봇이라고 하면 으레 하늘도 날아다니고 그래야죠.(웃음) 드론처럼 조종하는 게 아니라 제 스스로 안전하게 오랫동안 날 수 있는 로봇을 개발 중에 있어요. 또 하나는 로보컵 우승이요. 로보컵은 세계 로봇들이 겨루는 FIFA 같은 축구대회인데, 2050년까지 월드컵 챔피언과 로봇컵 대회 우승팀이 겨루는 것을 목표로 만들어졌어요. 우승팀에는 1년 간 보관할 수 있는 루이비통 컵을 주는데, 그 안에는 50개의 칸이 있어요. 그 칸에 대한민국의 이름을 새기는 게 목표입니다. KOGAS 독자 여러분도 많이 응원해주세요!

한재권 교수의 추천작

영화 [HER(그녀)]

  • 감독 : 스파이크 존즈
  • 출연 : 호아킨 피닉스

인간이 인공지능과 사랑을 나눌 수 있을까? 한재권 교수는 이 작품의 주제인 '인간과 인공지능의 사랑'을 설득력 있게 전달한 점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많은 고민이 담겨 있는 작품이라 평하며 미래 세상을 보여주는 배경 설정에 주목한다.

영화 [빅 히어로]

  • 감독 : 돈 홀, 크리스 윌리엄스
  • 출연 : 다니엘 헤니

로봇의 존재 목적에 대한 무거운 고민을 흥미롭게 풀어낸 영화. 인간을 다치지 않게 설계한 풍선 형태의 로봇이 눈길을 끈다. 로봇은 잘 만드는 것도 중요하지만 잘쓰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깊게 새겨져 있는 작품이다.

영화 [채피]

  • 감독 : 닐 블롬캠프
  • 출연 : 휴 잭맨

로봇 개발자 '디온'은 폐기된 로봇경찰에 고도의 인공지능을 탑재해 스스로 생각하고 느낄 수 있는 로봇 '채피'를 탄생시킨다. 생존을 꿈꾸는 로봇과 로봇을 통제하려는 인간의 대결을 그린 작품으로, 로봇의 쓰임에 대한 중요성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하는 영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