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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독'이라는 단어를 듣고 기성세대는 신문을, 젊은 층은 유튜브를 떠올렸을 듯하다. 신문은 정기적인 배송 서비스, 유튜브는 개인의 취향에 맞춘 추천 콘텐츠를 제공하는 서비스로, 이들 모두 구독경제라는 큰 틀 안에 자리한다. 과거와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신문이나 우유 등에 한정됐던 아이템이 음악, 책, 커피, 맥주, 와이셔츠, 꽃, 자동차에 이르기까지 일상의 거의 모든 재화로 확대됐다는 점이다. 당신도 모르는 새 이미 참여하고 있을지 모를 핫한 소비트렌드, 구독경제를 들여다본다.

[글 김승희]



무엇이든 배달해드립니다

공유숙박, 공유차량, 공유킥보드 등 '공유경제'가 익숙해질 만하니 '구독경제'가 무서운 기세로 떠오르며 일상을 바꾸고 있다. 정기적으로 구독료를 지불하고 일정 기간 원하는 서비스를 무제한 제공받거나 상품을 정기배송 받는 서비스 형태인 구독경제. 용어는 좀 낯설지만 이는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던 방식이다. 신문이나 우유, 요구르트 등을 떠올리면 고개가 끄덕여질 듯하다. 새삼스럽게 주목받는 이유는 IT 기술의 발전으로 '이런 것도 배달이 돼?' 하고 반문할 만큼 서비스 선택의 폭이 넓어진 데 있다. 시작은 동영상플랫폼 넷플릭스, 음악 스트리밍 멜론 등 온라인 콘텐츠에서 비롯됐지만, 이제는 생필품을 비롯해 여가용품, 문화 아이템 등으로 확장했다. 이제 거의 모든 재화를 구독경제라는 카테고리 안에 넣을 수 있을 정도로 폭넓어지고 있고, 사람들은 다양한 경험을 통해 삶의 질의 높일 수 있게 됐다.

소유는 사양한다, 사용만 OK

스위스 투자은행인 크레디트스위스는 2020년 세계 구독경제 규모가 5,300억 달러(약 600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렇게 구독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배경에는 1인 가구의 증가와 이에 맞춰 변화한 소비 트렌드가 있다. 지난 2015년 27.2%였던 1인 가구비율이 2040년이면 35.7%까지 늘어날 전망이라고 한다. 주 소비층으로 떠오르고 있는 1인 가구에 목돈 들어가는 제품이나 식료품 대량 구매는 낭비 그 자체. 부담 없는 비용으로 필요한 만큼 받아보고, 집에 머무는 시간이 많지 않으니 소유하며 관리하기보다 사용만 하면 되는 구독경제는 이들에게 꼭 맞는 서비스인 것. 이처럼 편의성과 합리적 소비를 한꺼번에 잡은 구독경제는 소비자에게만 좋은 것이 아니다. 합리적인 가격에 만족할 수 있는 서비스라면 기업 역시 단골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 게다가 온라인소비의 급증으로 기업이 축적한 전자상거래 DB를 통해 고객의 소비 주기와 취향을 보다 정확히 파악하게 되면서 이 같은 맞춤서비스는 스타트업뿐 아니라 글로벌기업들도 주력사업에 접목하고 있다.

구독시대는 언제까지?

앞으로 자동차 전시장을 방문해 차량을 구매하거나 성능을 따져가며 생필품을 고르고, 일주일분 와이셔츠를 구매해 매일 세탁하고 다려 입는 등의 소비 과정이 낯선 풍경이 될지도 모른다. 소유보다 경험을 중시하는 밀레니얼 세대(1980년 이후 출생)가 소비주체로 떠오르면서 경제의 판을 흔들고 있는 지금, 전문가들은 이들의 취향에 맞는 합리적인 소비방식인 구독경제의 전망을 밝게 평가한다. 별도의 주문절차 없이 정기적으로 배송받을 수 있는 간편함, 찾고 고르지 않아도 되는 맞춤 추천 서비스 등 구독경제가지닌 매력은 소비자의 삶을 편리함을 추구하는 방향으로 이끌고 있기 때문에 이를 포기하기란 쉽지 않다. 개인의 소비성향과 취향만 제대로 파악하면 품목과 서비스가 무궁무진하니 기업 입장에서도 블루오션인 셈. 앞으로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어떤 구독 서비스가 펼쳐질지 기대해 봐도 좋겠다.

이런 구독도 있었어?

온라인 '마음의 양식' 콘텐츠 구독 서비스

구독경제는 온라인에서 태동했다. 그 선발주자는 넷플릭스. 영화나 드라마는 다운받아 보는 것으로 인식되던 때, 넷플릭스는 매달 일정액을 내고 스마트폰 앱이나 사이트에 접속해 무제한으로 영상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펼쳤다. 전 세계 드라마와 영화, 다큐, 예능, 오리지널 작품 등 볼 수 있는 영상도 풍성하고 다양하다. 국내의 비슷한 모델로는 SK텔레콤이 내놓은 옥수수가 있다. 5만여 권의 도서를 보유하고 있는 밀리의 서재는 스마트폰 앱으로 이용할 수 있는 무제한 도서 구독 서비스로 인기를 모으고 있으며, 지식콘텐츠 플랫폼을 표방하는 윌라는 명강의와 오디오북 서비스를 통해 차별화를 두었다. 방송, 영상, 책, 음악 등 콘텐츠 구독 서비스는 다운로드해 평생 소장할 수는 없지만 다양한 콘텐츠를 접할 수 있어 젊은 층, 특히 1인 가구 소비자에게 인기다.

일상에 편리함을 더한 생활용품 구독 서비스

미국에서 구독경제 열풍을 일으켰던 아이템은 바로 면도기였다. 대기업 제품의 30% 가격으로 매달 정기적으로 면도기를 받아볼 수 있는 서비스로, 국내에는 이를 닮은 와이즐리가 독일 면도날 4개씩과 셰이빙 젤을 정기배송하는 서비스로 남성들의 평생 생필품 구매의 고민을 덜어주고 있다. 세탁하고 다려입는 번거로움을 없앤 딜리셔츠는 일주일에 3~5장의 깨끗한 셔츠를 대여해주는 셔츠 구독 서비스로 구독자를 높이고 있으며, 바쁜 아침마다 찾아야 했던 양말을 정기적으로 보내주는 미하이삭스도 일상의 세심한 관찰에서 탄생한 생활용품 구독 서비스로 찾는 이들이 늘고 있다. 개인 맞춤형 기능성 화장품을 정기배송해주는 업체도 있다. 먼슬리 코스메틱은 유통기한이 짧은 화학원료와 방부제 없는 화장품을 한 달 용량으로 매달 제공하는 서비스로 눈길을 끈다.

삶에 즐거움을 주는 기호식품 구독 서비스

커피 애호가들이 반가워할 구독 서비스도 있다. 20~40대 소비자에게 특히 인기를 끌고 있는 커피 브랜드 프릳츠 커피 컴퍼니는 월정액으로 일주일에 50g씩 한 달에 총 200g의 원두를 제공하는 구독 서비스를 시작했다. 펑크커피도 콜드브루를 정기배송하며 이 대열에 합류했으며, 편의점 GS25 또한 하루 1잔 편의점에 들러 커피를 내려 마실 수 있도록 한 월간 커피 유로 멤버십을 판매, 오픈 8시간 만에 매진되는 사례를 만들기도 했다. 주류 구독 서비스도 성황이다. 데일리샷은 제휴점을 찾아가 수제맥주와 칵테일을 매일 첫 잔 무료로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출시해 호응을 얻고 있다.

삶의 질을 높이는 문화생활 구독 서비스

'경험'에 방점을 찍은 젊은 층의 라이프스타일을 고려해 진입장벽이 높은 품목들도 구독경제로 문턱을 낮추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은 혼족들을 위해 꽃배달 서비스업체인 꾸까는 매번 꽃시장을 방문하는 번거로움을 덜도록 월 2회 1만~5만원에 플로리스트가 꾸민 꽃다발을 배송해준다. 또 오픈갤러리는 매월 4만 원 선이면 3개월에 한 번씩 미술작품을 교체해주는 서비스로 소비자의 이목을 끌고 있다. 자동차도 월정액으로 마음껏 갈아탈 수 있는 세상이다. 현대자동차와 독일 BMW도 월 2회씩 가격대에 따라 자사의 차종을 골라 탈 수 있는 서비스를 진행하며 자동차 애호가들의 관심을 받고 있다.

상상 이상의 다양한 구독 서비스의 등장과 함께 정기구독 중개 플랫폼도 생겨났다. 세상의 모든 정기구독 브랜드를 한 곳에 모아 놓은 '꾸준'은 카테고리별 서비스를 한눈에 비교, 분석할 수 있는 모바일 앱. 흥미롭긴 한데 무엇부터 구독해야할지 망설여진다면 일단 한번 접속해보자. 지금 가장 필요한 구독 서비스가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