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ME 3

그리운 맛,
키우는 맛

writer편집실

땅이 키워낸 먹을거리에는 그리움이 담겨 있다.
KOGAS 직원들로부터 땅에서 자란 먹을거리에 관한 추억을 들어봤다.

김영주
깻잎은 흔히 볼 수 있는데, 콩잎은 좀 찾아보기가 쉽지 않은 것 같아요.
어릴 때 콩잎에 밥을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이은선
봉지 안에서 자란 인큐베이터 애호박 말고, 엄마가 텃밭에서 직접 키워주신
싱싱하고 동그란 애호박으로 만든 전과 볶음, 찌개가 그리워요.

윤종수
초등학생 때 친구들과 꽃등에를 따라다녔습니다.
교정의 아카시아 꽃잎 끝에 있던 꿀이 그립습니다.

김한기
어렸을 때 오디(뽕나무 열매)를
진짜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구경하기 힘드네요.

권정근
팥찰밥, 팥시루떡, 팥빙수….
저는 팥이 들어가는 요리들을 아주 좋아하는데
이제는 팥 삶는 집을 찾아보기 힘들고, 국내산 팥 가격도 비싸졌어요.

우승재
단성감이 경남 서부 시골에 특히 많았는데, 지금은 단감나무가 더 많아졌네요.
곶감도 단성 곶감을 최고로 쳐주었는데 지금은 아주, 아주 귀해졌습니다. 배고픈 시절 하교 후 먼저 감나무에 올라가서 따먹는 사람이 임자였지요.

심준규
거봉이 잘 안 나오네요. 샤인머스캣에 밀린 것 같습니다.
잘 팔린다 싶으면 공급이 한쪽으로 너무 쏠려요.

오종락
어린 시절, 울 안과 들판에 단수수(단쑤시)가 많았는데,
지금은 보기가 힘든 것 같다.

김원중
밀가루에 물을 약간 풀고, 솥에 물을 가득 채워 만든 밀가루 죽을
온가족이 멍석 위에 모여 모깃불 피우고 저녁에 별보며 먹었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먹을 게 많아 찾을 수 없는 추억의 음식이 되어버렸습니다.

안정훈
무농약으로 재배한 주말농장의 상추를 맛있게 쌈 싸먹다가 발견한
민달팽이에 기겁을 하며 엉엉 울던 아이들이 생각나네요. 그 후 상추쌈 먹을 때 반드시 챙기는 물건은 안경이랍니다.

이승훈
어릴 때 무더운 여름날이면 어머니께서 노각을 오이소박이처럼 담가주셔서 먹었는데, 더위에 입맛을 잃었을 때마다 그 음식을 먹으면 입맛이 확~ 돋았던 기억이 납니다.

송언석
간식거리가 없던 시절에 동네를 돌아다니면서 남의 집 담벼락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는 비파를 따먹다가 주인에게 들켜 도망갔던 기억이 있다.

신승길
수수를 연탄불에 구워서 손으로 싹싹 비벼 ‘후~’하며 먹었지요.
입이 새까매져서 서로 웃던 기억이 납니다. 지금은 경제성이 없어 많이 농사짓지 않네요.

김민정
건설단 재직 중에 사무실 인근 텃밭에 농작물을 심었어요.
주말 근무를 할 때면 수확한 토마토를 넣고 부장님과 같이 국수를 해먹었는데 그게 그렇게 맛있었답니다.

김기호
초등학교 때 ‘밀과 보리가 자라네’라는 노래를 배우며 집 앞의 보리밭을 열심히 밟았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중고등학교 때 ‘보리밭’이라는 가곡을 배울 때만 해도 보리는 우리 주변에서 정말 많이 재배했었죠. 그러나 지금은 보리 재배하는 곳을 거의 못 본 것 같아 아쉽습니다. 보리밭 사잇길로 걸어 다녔던 시절이 많이 생각나고 그립습니다.

권민중
초등학생 때 각자 식물을 가져와서 키웠었는데 다른 친구들은 강낭콩, 토마토 같은 귀여운(?) 식물들을 키울 때, 나는 어머니가 챙겨주신 고추를 키웠다. 혼자 독특한 식물을 키워서 친구들의 관심을 독차지 했었던 경험이 있다. 무럭무럭 자란 고추는 가족들이 맛있게 먹었다.

황윤재
어릴 적 포도인줄 알고 먹었던, 시골 외할머니가 주셨던 추억의 머루.
외할머니가 보고 싶어집니다.

권오덕
저희 집 옥상에는 상추, 깻잎 등 다양한 야채와 꽃들이 자라고 있습니다. 퇴근 후 초록색을 보면 피곤도 풀리고 덤으로 야채도 얻을 수 있답니다.

임상호
전원체험으로 온가족이 갔던 농장에서 옥수수와 부추를 수확하고 옥수수를 쪄먹을 때 느꼈던 신선하고 달디 단 맛, 그리고 수확한 부추를 갖고 오는 차 안이 부추에서 발생한 가스로 그득 차서 차를 멈추고 가스를 배출시켰던 기억이 나네요.

안창호
부모님이 강원도 출신이라 어렸을 적부터 유난히 감자를 많이 먹고 자랐어요. 감자밥, 감자수제비, 감자된장국, 감자조림, 감자채볶음…. 끼니마다 감자 없는 식탁을 본 적이 없을 정도로 감자를 많이 먹었는데 지금은 참 귀한 듯해요.
여름이 길어졌다
2021년 기상청이 100년 이상 관측자료를 보유한 6개 지점(인천, 부산, 목포, 서울, 대구, 강릉)을 대상으로 기후변화 추세를 분석한 결과를 살펴보면, 최근 30년(1991~2020년)은 과거 30년(1912~1940년)에 비해 연평균기온이 1.6℃ 상승했다.
계절을 비교해보면 어떨까. 과거 30년과 비교했을 때 최근 30년 동안의 여름은 20일 길어지고, 겨울은 22일 짧아졌다. 과거 30년 동안 봄은 85일, 여름은 98일, 가을은 73일, 겨울은 109일로, 겨울이 가장 길었다. 반면, 최근 30년 동안 봄은 91일, 여름은 118일, 가을은 69일, 겨울은 87일로 변화해 약 4개월 동안 이어지는 여름이 사계절 중 가장 길다. 봄과 여름 시작일은 각각 17일, 11일 빨라졌다. 지난해 서울의 벚꽃이 99년 만에 가장 일찍 개화(3월 24일)한 데서도 봄의 시작이 빨라졌음을 알 수 있다. 이와 함께 추운 절기인 대한과 소한에서도 영상 기온이 나타났다.
연 강수량은 최근 30년이 과거 30년에 비해 135.4mm 증가한 반면, 강수일수는 21.2일 감소했고, 특히 여름철 강수량이 매우 증가했다.
귤은 고흥, 거제에서도 자란다
지구온난화는 우리나라 과일 주산지의 변화에서도 살펴볼 수 있다. 1970~2015년 농림어업총조사 자료를 평가한 결과를 보면, 사과 주산지는 경북 영천에서 강원도 정선·영월·양구로 이동했다.
복숭아는 경북 청도에서 충북 충주·음성, 강원도 춘천·원주로, 포도는 경북 김천에서 충북 영동, 강원도 영월로, 단감은 경남 창원·김해·밀양에서 경북 포항·영덕·칠곡으로 재배지가 각각 변화했다. 감귤은 제주뿐 아니라 전남 고흥, 경남 거제에서도 자라고 있다.
이러한 내용은 기상청 기후정보포털(www.climate.go.kr)에서 찾아볼 수 있다.
21세기 말, 사과를 재배하기 좋은 곳은 어디일까?
환경부와 기상청이 공동 발간한 <한국 기후변화 평가보고서 2020>에 따르면, 온실가스 저감 없이 현재 추세가 계속 이어진다고 가정할 때(대표농도경로(RCP) 8.5 시나리오) 사과를 키우기 좋은 땅은 더 이상 우리나라에 없다.
RCP 8.5 시나리오에서 온주밀감 역시 21세기 말에는 제주도 재배가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강원도에서 온주밀감을 재배하는 모습을 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또한 전체 농경지 대비 재배적지는 배, 포도, 복숭아의 경우 현재보다 1.7%, 0.2%, 2.4% 각각 감소할 것으로 전망한다. 현재 수준의 온실가스 배출이 이뤄질 경우, 식량작물은 어떻게 변화할까? 21세기 말, 벼는 25%, 옥수수는 10~20%, 여름감자는 30% 이상, 가을감자는 10% 이상 생산성이 감소한다. 고추(슈퍼마니따)는 무려 89.2%나 생산성이 감소한다.
이와 함께 모기와 진드기는 온난화로 인해 발생이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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