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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愛온도

인간은 상상력을 동력으로 꾸준히 이전과는 다른 세상을 만들어왔다. 하늘을 날고, 땅속을 달리고, 이동하면서도 쉽게 정보를 얻고, 인공지능이 일상에 파고든 지금을 100년 전 사람들은 '꿈같은 소리'라고 비웃었겠지만, 상상은 끊임없는 도전을 통해 보란 듯이 현실이 됐다. 우리가 사는 동안 실현할 수 없는 것일지라도 현실을 초월한 즐거운 상상은 계속돼야 한다. 그 상상은 때로 세계를 놀라게하고, 우리의 생각과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변화시키기 때문이다. '가장 한국적인 SF를 쓰는 작가'라는 문단의 평가와 더불어 SF 종주국 미국을 놀라게 하며 세계적인 작가의 반열에 오른 김보영작가의 이야기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글 김승희 사진 김지원]



김보영 작가는

SF 소설가이다. 1998년 게임개발팀 '가람과 바람'에서 RPG 게임 《씰》 《나르실리온》 《씰 온라인》 시나리오와 《레이디안》 그래픽 디자인에 참여했으나 소설가라는 오랜 꿈을 실현하기 위해 휴직계를 내고 소설 집필에 들어갔다. 2004년 제1회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에서 《촉각의 경험》이 중편 부문에 당선되면서 작가로 전향했다. 한국과학문학상 심사위원을 맡았고,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작업에 참여했다. 《멀리 가는 이야기》 《진화신화》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저 이승의 선지자》 등의 책을 썼다.

  • Q
  • 아주 어릴 때부터 소설가의 꿈을 키우셨다고요.
  • A
  • 다섯 살 때쯤부터 친구들에게 '커서 만화가나 화가, 소설가가 되겠다'고 말한 기억이 있어요. 그중 하나는 꼭 이룰 거라고 늘 생각했고 실제 어릴 때 꿈을 커서 모두 시도해봤는데, 그림 그리는 건 너무 힘들어서 소설가가 됐습니다.(웃음)

  • Q
  • SF 작가의 꿈에 영향을 준 작품이 있었을 것 같아요.
  • A
  • 제가 접한 최초의 SF는 고유성 선생님의 [로보트킹과 별나라왕녀]예요. 아주 어릴 때 접한 만화책이었는데 장면을 모두 외울 정도로끼고 살다보니 그 책으로 한글을 깨쳤어요. 어린 시절에 슈퍼로봇 만화를 굉장히 많이 봤어요. 집에 비디오플레이어가 있었는데 아버지가 퇴근길에 늘 슈퍼로봇이 나오는 비디오 한 편씩을 빌려오셨거든요. 그걸 보면서 SF 장르를 좋아하게 된 것 같아요.
  • Q
  • 어린이의 눈으로 본 SF의 매력은 무엇이었나요?
  • A
  • 문학으로 읽은 첫 SF 작품은 아이작 아시모프가 쓴 《강철도시》의 아동용 번역본 《로봇- 강철도시》와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성 연대기》였는데요. 당시 소설 대부분이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에 관한 것인반면, SF 문학에서는 세계 전체가 뒤바뀌는 이야기를 다루고 있어 그야말로 경이로웠죠. 그런 식의 스토리텔링은 만화에서만 접하던 건데, '문학에서도 이 정도의 세계 전복이 가능하구나' 싶어 거대한 기쁨을 느꼈어요.
  • Q
  • 이야기를 만들어가는 작가 입장에서 본 SF 문학의 매력은 또 다를 듯해요.
  • A
  • 평생 살아도 절대 체험할 수 없는 가상세계를 문학을 통해 경험할 수 있는 점이 SF 문학의 매력이 아닐까 싶어요. 그런 면이 사람들에게 지금의 세계를 다르게 볼 수 있는 여지를 준다고 생각하고요. 상식적이고 당연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는 이 세계가 다음 세대에서는 다르게 바뀔 수 있다는 걸 끊임없이 상기시켜주죠. 또 과학을 기반으로 미래 세계를 그리기에 이야기 구조가 설득력을 지녀요.
  • Q
  • 과거 그래픽 디자이너로 활동하시면서 게임 시나리오를 쓰셨다고 들었어요. 게임 시나리오 작업이 소설가의 꿈을 상기하는 촉매제가 됐을까요?
  • A
  • 철이 들고 나니 제가 좋아하는 이야기를 책으로 출간할 수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제가 20대 때만 해도 국내 작가가 쓴 SF 소설은 찾아볼 수 없었거든요. 가장 비슷한 분야가 게임이었어요. 스토리 쓸자신이 없어 만화가의 꿈은 접었고, 그래서 게임 회사에 그래픽 디자이너로 입사했는데 당시 게임 시나리오를 쓸 사람이 없어서 제가 쓰게 됐죠. 다행히도 제 이야기를 좋아해 주신 분들이 많아 자신감을 얻었던 것 같아요. 그래서 늘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를 책으로 한 권이라도 남기고 다시 회사로 돌아오겠다는 각오로 휴직을 하고 소설집필에 들어갔는데, 마침 과학기술창작문예 공모전이 열려 그간 써놨던 소설을 출품했어요. 중편 《촉각의 경험》이 당선돼 작가로 데뷔할 수 있었어요.
  • Q
  • 과거 사람들이 상상했던 미래가 조금씩 현실이 되는 지금,'드디어 SF의 시대가 왔구나!' 하는 생각도 드시겠어요.
  • A
  • 저는 사람들이 SF를 좋아한다고 믿었어요. 다들 어릴 때 무수히 많은 로봇만화를 보고 자랐을 텐데, 좋아하지 않을 리가 없잖아요.(웃음) 몇 년 전에 영화에서나 봄 직한 인공지능과 인간의 바둑 대결이 펼쳐졌지요. 이 흥미로운 세기의 대결에 인간 대표로 출전한 이가 한국인인 이세돌 기사였고요. 그때를 계기로 정부의 관심도 높아져 관련 행사나 토론도 많아졌고, SF 작가를 찾는 일도 생겨났어요. 현재는 SF 문학계의 저변 확대도 활발히 이뤄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많이 늦은 출발이에요. 주변을 봐도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주류가 SF이고, 일본은 아주 오래전부터 로봇만화를 만들어왔잖아요. 중국도 최근 정부 차원의 전폭적인 지원으로 SF 문학계 노벨상이라 일컬어지는 휴고상 수상자를 두 명이나 배출했어요. 대부분의 국가에서 문화매체 주력 상품으로 SF를 밀고 있는 반면, 우린 이제 시작인거죠.

  • Q
  •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의 시나리오 자문 역할도 하셨죠?
  • A
  • 첫 공동작품인 《누군가를 만났어》를 보고 2007년도에 연락을 주셨어요. '설국열차' 책을 주면서 아무거나 마음껏 해보라고 하셨죠. 문장 한 줄만 줘도 좋고 단편소설을 써도 된다고요. 그래서 1년 간 시나리오를 썼는데 채택되진 않았어요. 대신 아이디어 몇 개가 반영됐는데, 저는 원작을 봤을 때부터 '이 열차는 멈춰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만약 계속해서 달려야 한다면 그 이유는 지배자가 자신의 체제 유지를 위해서라고 봤죠. 그래서 영화 후반부에 주인공이 열차 맨 앞칸까 지 가서 지배자에게 이유를 따져 물었을 때 지배자가 답하는데, 그답변의 논리가 제 아이디어가 반영된 부분 중 하나예요. 감독님이 워낙 세계적으로 유명해서 덩달아 저까지 화제가 되곤 하는데, 솔직히 물어봐서 답하는 것뿐이지 결코 영화의 지분을 주장하고 싶지는 않아요.(웃음)
  • Q
  • 작가님 이름을 더 유명하게 한 일이 있죠. 미국 메이저 출판사인 하퍼콜린스와의 계약 소식이 몇 달 전 뉴스를 뜨겁게 달군 적이있었는데, 당시 기분이 어떠셨어요?
  • A
  • 오래전에, 제 작품이 세계적인 문학상을 타거나 전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 어떤 기분일까 생각해본 적이 있어요. 그때 든 생각은 '아무렇지 않겠구나'였어요. 초기작부터 제 팬들에게 늘 '세계에 내놓으면 틀림없이 잘 될 것'이라는 말을 들어왔던 터였고, '당신의 가장 큰 문제는 한국에서 태어난 것'이라는 농담 섞인 응원을 언젠가부터 저도 믿고 있었나 봅니다.(웃음) 대부분의 문학이 지금까지 쌓아온 역사에서 더욱 정교하게 발전시키길 원하는데 SF 문학에서만큼은 지금까지 없던 새롭고 신선한 시도를 원해요. 이 점이 모든 문학과의 가장 큰 차이점이지요. 최근 휴고상에 리메이크 작품들이 이름을 올리기 시작했어요. 그때 국내 작가들은 서구 문학계가 정체기에 접어든 것이라고 짐작했어요. 그렇다면 동양 SF로 눈을 돌리겠구나 싶었고, 중국 작가가 휴고상을 탔을 때 예상이 들어맞았다고 생각했어요. 세계 권위의 상을 받는 것은 단순히 작품뿐 아니라 국력도 영향을 미친다고 생각해요. 지금껏 휴고상 수상자 대부분이 미국인이거나 영국인인 것만 봐도 알 수 있고, 동양인 최초가 중국인이라는 것도 시사하는 바가 있어요.
  • Q
  • 앞으로 어떤 작품으로 만나 뵐 수 있을까요?
  • A
  •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 속편을 출판사에 넘겼고, 번역도 마무리됐어요. 미국에는 2021년에 나올 예정이지만, 국내 서점에서는 곧 볼 수 있어요. 카카오페이지에서 연재 중인 웹 소설 '사바삼사라'는 올해안에 종결지을 예정입니다. 또 연작 중편 《종의 기원》에 중편 하나를 더 붙여서 장편을 출간할 계획이에요. 오랫동안 써보고 싶었던 이야기는 삼국시대를 배경으로 한 역사 판타지예요.
  • Q
  • 작가님 자신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 A
  • 소설의 완성이라는 게 아무리 열심히 써도 닿을 수 없는 무한대인 것 같다는 생각을 해요. 얼마나 시간과 노력을 들여야 하고 또 얼마만큼의 재능이 있어야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지 가늠할 수 없으니 매번 바닥에서 시작하는 느낌이죠. 어떻게 하면 더 좋은 작품을 쓸 수 있을까를 매번 다시 고민하는 작가, 김보영입니다.

김보영 작가의 추천작

영화 [바람계곡의 나우시카]

  • 감독 : 미야자키 하야오, 코마츠바라 카즈오

유독물질로 오염된 암울한 미래 세계를 그린 작품으로, 김보영 작가는 작품의 세계관, 인물의 캐릭터, 이야기 얼개와 담고 있는 메시지까지 모두 완벽하다고 호평한다. 7권짜리 연재만화와 애니메이션 두 가지 버전이 있으며, 내용이 다소 다르다.

도서 [여성작가 SF 단편모음집]

  • 저자 : 파출리 외
  • 출판사 : 온우주

여성작가가 쓴 SF일 것'이라는 매우 단순한 선정 기준으로 단편을 모집해 완성한 모음집이다. 완성도 높고 흥미로운 작품들이 많아 누구나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김보영 작가의 추천 이유다. 페미니즘에 관심이 있다면 더욱 권할 만한 책.

도서 [이웃집 슈퍼히어로]

  • 저자 : 진산 외
  • 출판사 : 황금가지

한국 SF·환상 문학을 이끄는 9명의 작가가 펼쳐 보이는 슈퍼히어로들의 빛과 어둠에 관한 이야기. 2014 SF 어워드 대상을 수상한 김보경 작가가 기획하고 엮은 단편집으로, 작가들이 저마다의 색깔로 그려낸 슈퍼히어로 를 만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