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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피라는 즐거움을 선사하다 프릳츠커피컴퍼니 김병기 대표


이름만큼이나 인상적이다. 한 카페에서 나와 몇 발자국만 떼도 또 다른 카페에 닿을 수 있는 대한민국에서 매달 16톤의 원두를 볶고, 전국 550곳의 카페에 원두를 공급하고, 마포에 이어 핵심 상권인 종로와 양재에도 분점을 차린 프릳츠. 70명이 넘는 정규직 직원이 일하고 있는 프릳츠의 성공 요인을 김병기 대표는 '약속'이라 꼽고, 전문가들은 '인적 자원'이라 말한다. 해석이야 어떻든 아늑한 분위기에, 구성원들이 만들어내는 활기, 공기 중에 흐르는 맛있는 냄새라면 프릳츠를 방문할 이유는 충분해 보인다.
[글 김승희 사진 선규민]



프릳츠커피컴퍼니 김병기 대표

김병기 대표는

프리츠커피컴퍼니 대표 겸 브랜드디렉터다. 매년 커피 생두 바이어로서 신선하고 질 좋은 생두를 구입하기 위해 세계 곳곳의 커피 농장을 방문하고 있다. 또 어떤 때는 바리스타로서 매장에서 손님들을 위해 커피를 내리기도 한다. 2014년 로스터 김도현, 바리스타 박근하·송성만, 커퍼 전경미 그리고 '오븐과 주전자'를 운영하던 제빵사 허민수와 함께 프리츠커피컴퍼니를 공동 창업했다. 현재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작은 카페 하나로 시작한 프리츠커피컴퍼니는 이제 총 3개 매장(도화점, 원서점, 양재점)을 운영 중이다. '코리안 빈티지'라는 독특한 개성과 함께 꾸준한 입소문을 통해 커피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브랜드로 자리매김했다.

  • Q질문
  • 프릳츠커피컴퍼니에 대해서 짤막하게 소개해주세요.
  • A답변
  • 2014년에 문을 연 프릳츠커피컴퍼니는 기술자들이 모여 빵과 커피를 만드는 회사입니다.
프릳츠커피컴퍼니 책과 로고
  • Q질문
  • 공동 창업자분들이 모두 자기 분야에서 유명한 분들인데, 어떻게 모이게 된 건가요?
  • A답변
  • 등을 맡길 수 있는 동료들이었기에 마음먹고 시작할 수 있었어요. 모두 경제활동은 해야 하니까, 먹고 살려고 시작했어요. 물론 레드오션이긴 하지만 저희가 하는 일에 전문성을 갖고 있고, 만들어내는 제품의 결과물이 훌륭하다면 언제든 선택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본점인 도화점을 방문하는 분들은 "왜 이런 데 커피숍이 있지?" 하고 의아해하곤 해요. 저도 사업을 시작하면서 이 지역을 알게 됐는데, 당시에는 상권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어요. 임대료 걱정 없이 안정적으로 일할 수만 있다면 어디든 상관없었죠.
  • Q질문
  • 하지만 상권을 무시할 수 없는 게, 커피와 빵 맛이 아무리 훌륭하다 해도 고객이 그 수준을 알고 오느냐는 또 다른 문제일 것 같아요.
  • A답변
  • 그 지점에서 고민이 좀 컸어요. 많이 찾아주셔야 계속해서 좋은 커피를 제공할 기회를 얻게 되는데, 저희가 만들고 싶은 커피와 고객들의 선택을 받는 것 사이에는 분명 간극이 있으니까요. 프릳츠는 전 세계에서도 최상위 레벨의 생두만을 다루는 스페셜티 커피 전문점이에요. 하지만 처음부터 너무 어렵게 얘기하면 거리감이 생기잖아요. 사랑받는 게 먼저라고 생각해요. 어떤 형태로든 오셔서 호감을 갖게 되면 설득할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되니까요. 그래서 전문성을 내세우기보다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하자는 마음이 먼저였어요. 충분히 마셔보고 가치가 있다는 걸 알도록 하는 거죠. 프릳츠 커피는 언제 어디서나 즐길 수 있도록 드립백, 티백제품으로도 만들어 판매하고 있어요. 곧 있으면 캡슐 제품도 선보일 계획이에요.
프릳츠커피컴퍼니 김병기 대표
  • Q질문
  • 프릳츠 하면 커피잔을 든 물개가 유명한데, 또 와보면 공간 구석구석 한국적인 것투성이예요. 프릳츠를 두고 '한국의 빈티지'라고 표현하는데, 옛것에 대한 프릳츠의 재현이 갖는 의미는 뭘까요?
  • A답변
  • 한국적인 것을 좋아하는 건 순전히 제 취향이에요. 저는 프릳츠에서 생두 바이어와 대표 외에 브랜드 디렉팅을 맡고 있어요. '한국의 빈티지'는 의도했다기보다 평소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걸공간이나 분위기로 구현한 거예요. 제가 관심 있어 하는 것에 대해서는 매력적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프릳츠'라는 이름의 'ㄷ' 받침도 우리말 고어에서 따 왔는데 발음하기 무난한걸 염두에 둔 거고 뜻은 없어요. 물개 로고도 마찬가지고요. 고객이 우리에게 올 수만 있다면 결과물로 설득할 수 있지만 그러려면 과정이 필요하잖아요. 매력적인 무언가라면 뭐든 상관없었어요. 근데 만나는 분들마다 물개가 지닌 의미에 대해 물어보시니까, 이제는 재미있는 탄생 설화를 하나 만들어야 하나 고민하고 있습니다.(웃음)
프릳츠커피컴퍼니매장 레트로 스타일에 인테리어
  • Q질문
  • 프릳츠가 문을 연 지 6년밖에 안 됐는데, 점포가 세 개로 늘었습니다. 성공 요인을 꼽자면 뭐라고 생각하세요?
  • A답변
  • '구조적으로 일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프릳츠에서 일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할 두 가지가 '지각하지 않는 것'과 '동료에게 친절하게 인사하는 것'이에요. 이 두 가지 약속이 잘 지켜져야 이걸기반으로 커피와 빵을 맛있게 만들 수 있고 디자인도 예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해요. 이건 제 표현이 아니라 전 맨체스터유나이티드 감독인 알렉스 퍼거슨이 자서전에서 '선수들이 훈련 시간에 맞춰 나오게만 해도 경기의 반은 이긴 것'이라고 쓴 글을 읽고 공감한 부분이에요. 그만큼 같은 시간을 쓰는 사람들 사이에는 공감대가 형성되잖아요. 지각하지 않는다는 건 다른 사람의 시간을, 나아가 타인의 삶을 귀하게 여기는 거라고 봐요. 아주 중요한 가치죠.
  • Q질문
  • '구성원 모두의 행복한 삶'이 프릳츠의 목표라는 게 인상적이었어요. 어찌 보면 당연한 얘기긴 한데, 또 어려운 일이잖아요. 이 목표를 이뤄나가기 위해 어떤 노력을 하고 계세요?
  • A답변
  • 법률이 정한바 이상을 하려고 늘 노력해요. 결혼 수당, 상여금, 근속 수당을 비롯해 직원들이 필요할 때 쓸 수 있는 공유자동차가 있고, 혼자 사는 직원들은 가족이 챙겨주지 못하니까 '비타민박스'라고 해서 과일과 견과류를 1~2주분씩 보내주기도 하죠. 아프거나 다치면 유급으로 쉴 수 있는 유급병가 제도도 있고, 체력단련비와 더불어 정기적으로 정신 건강검진을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해요. 그 외에도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런 노력들은 모두 직원들이 일하면서 안정감을 느낄 수 있도록 하는 장치예요. 저는 회사가 직원에게 제공해야 할 것 중에 안정감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함께 일하는 분들이 많이 고민해주셔서 하나씩 생겨났어요.
프릳츠커피컴퍼니 레트로 디자인 포스터가 벽면에 장식되어 있다.
  • Q질문
  • 프릳츠의 직무교육도 좀 남다르다고 들었어요.
  • A답변
  • 흔히 커피 회사에서 직무교육이라고 하면 커피 뽑는 기술이나 빵을 만드는 방법에 대한 교육을 떠올리는데, 프릳츠는 '직업인 교육'이라는 게 있어요. 프릳츠가 바라는 직업인의 기준을 소개하고 구성원에게 동의하는지를 확인하는 시간이죠. 프릳츠가 정의하는 '일'이란 약속하고, 지키고, 약속이 잘못됐다면 새로운 약속을 정하는 일의 반복이에요. 저희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과 함께 일하고 싶어요. 여기서는 전 과정이 약속이거든요. 근무 시간 중에 바리스타가 커피를 추출하는 시간은 10%도 안 될 거예요. 손님에게 맛있는 커피를 대접하고 또 오고 싶도록 서비스하는 시간이 대부분이죠. 그래서 그 모든 과정에서 약속을 잘 지키는 게 무엇보다 중요해요.
안병식 트레일 러너
  • Q질문
  • 생두 바이어라는 생소한 직업을 갖고 계신데요. 어떤 계기로 이 일을 시작하셨어요?
  • A답변
  • 커피를 직업적으로 접근한 건 10년 조금 넘었어요. 아직은 햇병아리 수준이죠. 대부분 커피를 좋아하면 바리스타부터 시작하는데, 저는 본격적으로 이쪽 일을 해보자고 마음먹은 지 얼마 안 돼서 좋은 기회로 커피농장을 방문하게 됐어요. 그 경험이 계기가 돼서 생두 바이어로 일하게 됐죠. 당시에는 세상에 도움이 되는 일을 하고 싶다고 생각했던 때였고, 공정무역에도 관심이 많았어요. 커피를 업으로 하면 공정무역을 할 수 있겠구나 판단했죠. 근사한 일이면서도 좋은 일, 그렇게 단순하게 접근했던 것 같아요. 근데 막상 일을 시작하고 이 산업의 시스템을 확인했을 때는 제 생각과 전혀 다르다는 걸 알게 됐죠. 좋은 뜻만 갖고 지속가능성을 만들어내는 건불가능한 일이라는 걸 깨달았고, 좋은 뜻을 구체화하고 실현하는 건 제 몫이었어요. 질 좋은 생두를 꾸준히 보급할 수 있으려면, 우선 고객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매력 포인트를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했고, 저희만의 브랜드를 만드는 데 주력했어요.
  • Q질문
  • 전문가로서 커피를 맛있게 마시는 방법에 대해 알려주세요.
  • A답변
  • 커피 맛을 평가하는 항목이 있어요. 크게는 단맛, 산미, 바디, 촉감, 마시고 난 뒤의 여운, 전체 균형감 등인데요. 그래서 저는 커피를 마실 때 자동으로 머릿속에 점수가 매겨져요. 하지만 제 인생을 돌아보면 맛 자체는 그렇게 중요하지 않았던 것 같아요. 누구와 마시는지, 그때의 내 기분은 어땠는지, 커피를 마실 당시의 음악이나 무드, 그리고 나의 특별한 상황, 바리스타의 친절, 이런 것들이 종합적으로 영향을 미치죠.
  • Q질문
  • 언제 마신 커피가 가장 맛있었나요?
  • A답변
  • 대학 때 친구와 런던으로 배낭여행을 간 적이 있어요. 당시 축구경기를 보기 위해 버스를 타고 리버풀로 향했는데, 새벽에야 도착했고 비도 너무 많이 내리는 상황이었죠. 장대비를 맞으며 숙소로 걸어가는데 주인 할아버지가 마중을 나오셨어요. 그리곤 벽난로에 몸을 녹이라고 따뜻한 커피를 건네셨는데, 오들오들 떨면서 마시던 뜨거운 커피가 그렇게 맛있을 수 없더라고요. 또 하나의 기억은, 엘살바도르의 커피 농장을 방문했을 때에요. 그곳 농부들은 세계 최고의 생두를 길러낸다는 자부심으로 일해요. 하지만 상품 가치가 있는 건 팔아야 하니까 지금껏 자신들이 길러낸 생두로 만든 커피를 마셔본 적이 없는 거예요. 그분들에게 정성스레 커피를 내려드렸는데, 태어나서 이렇게 맛있는 커피는 처음 맛보신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의 커피가 기억에 남아요.
커피농장
  • Q질문
  • 커피의 매력은 뭐라고 생각하세요?
  • A답변
  • 개개인에 따라 다양한 즐거움을 준다는 점이 아닐까 싶어요. 혼자마시는 걸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누군가와 함께 마시는 커피를 좋아하기도 하고, 또 누군가는 진실을 탐구하는 분도 있잖아요. 커피의 매력은 그런 다양성에 있다고 생각해요. 커피 한 잔이 세상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세상을 바꾸려는 누군가에게 커피는 원동력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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