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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환경 리포트

팜유 때문에 죽음에  내몰리는 오랑우탄

라면 소비가 오랑우탄의 멸종을 부추기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비약이나 과장처럼 들릴 수 있으나 안타깝게도 엄연한사 실이다. 물론 라면에 국한된 이야기는 아니다. 라면을 포함해 일상생활에서 흔히 접하는 소비재의 대부분에 들어가는 팜유가 주범이다. 팜유의 대량 생산을 위해 숲이 훼손되면서 야생 오랑우탄이 서식지를 빼앗기고 끝내 죽음으로 내몰리는 비극이 반복되고 있다. 그것도 아주 오랫동안, 빠른 속도로.

[글 편집실]



식물성 기름 팜유의 잔인한 진실

빵과 과자, 라면, 초콜릿, 치약, 립스틱 등 우리가 하루에도 몇 번씩 접하는 소비재에는 대부분 팜유가 함유되어 있다. 슈퍼마켓에서 파는 상품의 절반 정도에 팜유가 사용되었다는 보고도 있다. 팜유(Palm oil)는 기름야자라고도 불리는 팜나무(Palm tree)의 열매에서 추출하는 식물성 기름으로, 다른 식물성 기름보다 싸고 생산효율이 높아 다양한 분야에서 폭넓은 쓰임새를 갖는다. 전 세계로 공급되는 팜유의 90%는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생산하는데, 팜유의 소비가 갈수록 증가하면서 두 나라의 팜유 농장 또한 꾸준히 확대돼왔다. 문제는 농경지에서 생산하지 않고 열대우림을 훼손해 팜유 생산을 위한 거대농장으로 만든다는 것. 열대우림을 불태워 농장으로 만들면 화학비료 등을 사용하지 않아도 돼 비용이 적게 들어간다는게 그 이유다. 그 결과 2016년 인도네시아의 팜유 농장은 남한보다 넓은 11만6,700㎢가 되었으며, 그린피스 인도네시아지부에 따르면 1990년 이래 31만㎢에 달하는 열대우림이 사라졌다. 숲이 사라지면서 말레이어로 '숲의 사람'이란 뜻의 오랑우탄의 개체 수도 급속하게 줄어들었다.

식물성 기름 팜유의 잔인한 진실

사살되거나 불타 죽거나 맞아 죽거나

독일 막스플랑크진화인류학연구소 등 국제공동연구진이 국제학술지 커런트바이올로지에 게재한 논문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5년까지 인도네시아 보르네오섬에 사는 오랑우탄 중 약 14만8,500마리가 사라졌다. 현재는 약 5만 마리 정도가 남아있는 상황. 이 같은 급격한 감소는 팜유 농장으로 인한 서식지 파괴에서 비롯됐다. 팜유 농장을 만드는 과정에서 총에 맞아 죽거나 불에 타죽는 경우가 빈번하기 때문이다. 숲이 불에 타면서 삶터를 잃고 방황하는 오랑우탄은 밀렵꾼들의 표적이 되기 십상인데, 사살하거나 기절시킨 어미는 약재, 식용, 전리품 등으로 거래되며, 생포한 새끼는 애완용이나 전시용, 호객행위용으로 암시장에 팔려나간다. 겨우 밀렵꾼의 눈을 피했다 하더라도 배고픔에 농장 주변을 배회하다가 농장주에게 맞아 죽는 경우도 허다하다. 인간과 97%의 유전자가 일치하는 오랑우탄은 도구를 사용하고 수화를 배울 수 있을 정도로 지능이 높다. 육상동물중 번식 사이의 공백이 가장 길어 열 살이 넘어 첫 출산을 하고, 출산과 출산 사이에 6~8년 정도 기간을 가진다.

사살되거나 불타 죽거나 맞아 죽거나

또, 한 번에 한 마리의 새끼만 낳기 때문에 암컷 오랑우탄이 평생 낳는 새끼는 많아야 세 마리 정도다. 이 지역에 서식하는 수마트라 오랑우탄과 보르네오 오랑우탄은 현재 야생 절멸의 바로 직전 단계인 '절멸위급종'으로, 전문가들은 이대로 갈 경우 25년 안에 야생 오랑우탄이 완전히 사라질 수 있다고 경고한다.

오랑우탄과 숲 그리고 인류를 구하는 길

보르네오와 수마트라는 오랑우탄 외에도 수마트라 코끼리, 수마트라 코뿔소, 수마트라 호랑이 등 30만 종에 이르는 야생동물의 서식지다. 팜유 농장의 확대는 이들 모두의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 단지 동물뿐만 아니라 그곳에 오래 뿌리내리고 살아온 원주민들의 삶도 못지않게 침해당하고 있다. 팜유 농장에서 일어나는 아동노동 착취, 강제노역, 인신매매 등 인권 유린 또한 극심한 지경에 처해 있다. 이뿐만이 아니다. 세계자연보호기금에 의하면 시간당 축구장 300개 면적에 맞먹는 열대우림이 팜유 플랜테이션에 의해 파괴되면서 기후변화에도 악영향을 미치고 있다. 이를 말해주듯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숲을 없애고 있는 인도네시아는 공장이 별로 없음에도 전 세계에서 세 번째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국가다. 다행히 이를 더는 두고 보지 않겠다는 변화의 움직임도 생겨났다. 국제사회가 주도하는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시도도 그중 하나.

오랑우탄과 숲 그리고 인류를 구하는 길

2004년 결성한 '지속가능한 팜유 생산을 위한 원탁회의(Roundtable on Sustainable Palm Oil, RSPO)'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생산된 팜유를 사용한 제품을 인증하는 인증마크(Certified Sustainable Palm Oil, CSPO)를 발행했고, 현재 전 세계에서 유통되는 팜유의 17%가량이 이 인증마크를 받았다. 당장 어디에나 들어있는 팜유 함유 소비재를 사용하지 않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줄이려는 노력은 가능하고, 여전히 보완점이 있다고 해도 가급적 CSPO 인증마크를 받은 상품을 소비하는 것이 오랑우탄과 숲 그리고 인류를 구하는 데 작지만 분명한 도움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