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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책

따뜻한 커피 한 잔 앞에 두고
이 책 어떠세요?

성큼, 가을이 다가왔다. 한층 높아진 하늘 아래, 계절색을 갖추는 풍경을 바라보며 한 장씩 곱씹기 좋은 책을 골랐다. 커피처럼 깊은 향을 품은 3권의 추천 도서. 따뜻한 커피 한 잔과 함께라면 활자 여행을 떠나기에 더할 나위 없겠다.

[정리 편집실]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해보지 않으면 알 수 없어서

이길보라 지음 | 문학동네

농인 부모 사이에서 태어난 청인 자녀인 저자가 네덜란드 유학 생활을 통해 새롭게 얻은 배움과 고민을 담아낸 수필집이다. 저자는 독립 다큐멘터리 영화감독이자 '로드스쿨러'다. 학교를 벗어나 다양한 학습공간을 넘나들며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고 교류하고 연대하는 청소년들이 자신을 일컫는 말이다. 고등학교 1학년 때 학교를 나와 배낭여행을 다녀온 저자는 학교 밖 공동체에서 배움을 이어간 경험과 농인 부모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을 주제로 다큐멘터리와 책을 만들었다. 하지만 한국의 영화제작환경에서 다큐멘터리 작업을 지속하는 데 어려움을 느끼고는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필름아카데미로의 유학을 결심한다. 유학비와 생활비 등의 고민이 결심을 방해하려 할 때 그의 아버지가 던진 "보라야. 괜찮아. 경험"이라는 말이 힘이 됐다. '농인의 자녀, 로드스쿨러, 여성 영화감독'이라는 맥락은 한국에서 저자가 작업할 수 있는 원천이자 정체성을 형성하던 것들이었으나 네덜란드에서는 전혀 대수로운 것이 아님을 깨닫고 당혹해한다. 그리고 자신이 겪은 한국과 네덜란드 문화의 차이를 통해 건강한 시선으로 서로를 배려하고 존중하는 사회를 상상한다.

희한한 위로

희한한 위로

강세형 지음 | 수오서재

"나도 그래. 누구나 다 그래." 힘들 때 이런 위로를 받는다면 더 힘이 빠질지도 모른다. '공감의 작가'라 일컬어지며 따뜻한 글귀로 현대인을 다독였던 강세형 작가가 3년 만에 내놓은 '위로'에 관한 책이다. 나이 들수록 삶을 겪을수록 '다 잘 될 거야'라는 말만으로는 아무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위로란, 엉뚱하고 희한한 곳에서 찾아오는 것'임을 문득문득 깨달을 때마다 저자는 차곡차곡 기록했다. 최근 몇 년간 힘겨운 시간을 보낸 저자는 '다들 어떻게 견디고 있는 걸까?' 궁금해지기 시작했고, 자신을 위로하로 조금이나마 힘을 찾기위해 글을 썼다. 저자는 책 서두에서 "위로라는 건 애당초 작정하고 덤빈다고 되는 것도 아니고, 이건 어차피 나를 위한 위로일 뿐. 그저, 이렇게 발견한 나의 위로들이, 당신의 위로를 '발견'하는 데 조금이나마 도움 이 됐으면 좋겠다."라고 말한다. 그렇게 쓴 글들은 최선을 다해 버티고 있는 많은 이들에게 '희한한' 위로가 되어준다. 아픈 것도 서러운데 더 노력해야 하고, 그냥 사는 것들도 벅찬데 조심해야 할 것들이 늘어나고, 어떻게든 일어나려 할 때 누군가 다시 짓눌러 주저앉히는 것 같은 때가 있다. 그때 저자는 "어떻게든 되겠지" 하는 친구의 농담이나 잘 알지도 못하는 사람의 무심한 작은 배려에서 살아갈 힘을 얻었다. 저자가 발견한 위로 중에서 자신에게 필요한 위로를 찾아보자.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나는 풍요로웠고, 지구는 달라졌다

호프 자런 지음 | 김은령 옮김 | 김영사

2020년의 시작과 함께 그동안 짐작하고 예상하기만 했던 생태계 파괴를 전 지구인이 온몸으로 느낀 사건들이 연이어 일어났다. 코로나바이러스는 계속될 것 같던 일상에 제동을 걸었고, 시베리아의 이상 고온과 잡히지 않는 산불, 50일 넘게 이어진 장마 등 특정 지역에 국한되지 않는 재난이 끊이지 않고 발생하고 있다. 남극 세종기지의 눈이 모두 녹아 없어진 모습 앞에 우리는 멀게만 생각했던 기후변화를 실감하게 됐다. 많은 이들이 심상치 않은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그저 종말을 살아간다는 기분으로 이 시기를 지나는 것 외에 달리 무엇을 느끼고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는 여전히 막막한 듯하다. 이 책은 지금 우리가 맞이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듯 직면해야 할 위협과 두려움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지만, 그 이전에 우리가 누려왔고 누릴 수 있는 풍요로운 삶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우리는 어떻게 포기할 수 없는 것들을 포기하지 않으면서도 지구 환경의 지속성을 망치지 않을 수 있을까? 저자는 이 질문에 답하고자 한다. 지구의 변화를 이야기하기 위한 주요 소재로 저자가 선택한 것은 바로 자신의 삶. 그는 과학적 사실과 역사, 자신의 삶을 유려하게 엮어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과 그로 인해 위태로워진 행성 사이의 연결고리를 밝힌다. 견고한 사실과 수치에 기초해 있지만 따듯한 유머가 빛을 발하는 글을 통해 모두가 충분히 풍요로울 수 있는 미래에 대한 새로운 사유로 초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