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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기지운영사업단은 지역 상생을 위한 다양한 사업을 펼치고 있다. 온누리 열효율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전등을 LED조명으로 교체해주고 있으며, 매월 한 번은 사회복지관을 찾아 형편이 어려운 노인들에게 식사를 배식하고 설거지를 도맡는다. 훈훈한 상생의 현장으로 달려가 본다.

[글 신영철 사진 정익환]


사람의 마음과 마음을 잇는 LED 조명

한여름의 제주가 시원하다고 말한다면 십중팔구 피서객이다. 제주의 바다를 즐기기 위해 온 사람들이다. 제주에 터를 잡고 생활하는 사람들의 여름은 서울보다 훨씬 더 후텁지근하다. 오전 9시 무렵, 제주에서 애월읍으로 출발할 때의 기온은 28도. 애월읍에 도착한 30분 사이에 온도계는 벌써 섭씨 30도를 가리킨다. 소금기를 가득 머금은 습기에 체감온도는 이미 40도를 훌쩍 넘어선다. 사방으로 뻥 뚫린 파라솔 그늘 밑에 앉아 있어도 땀이 절로 나는 날씨다. 몇몇 젊은이들 이 더위를 이고 낡은 제주 돌집에 모였다. 제대로 관리를 하지 않아 낡은 천정이 더 내려앉은 집이다. 에어컨 같은 게 있을 리 만무하다. 소나기를 맞은 듯 땀을 훔치면서 젊은이들이 전등 갈기에 여념이 없다. 제주기지운영사업단은 몇 해 전부터 온(溫)누리 열효율 개선사업의 일환으로 지역 저소득층 가정의 전등을 LED조명으로 바꾸는 사업을 하고 있다.

봉사? 이웃 사람으로서 서로 돌보는 건 당연한 일!

올해 목표는 150여 가구. 기존 형광등을 LED 조명으로 바꿔주기만 하면 되는 일이니 간단한 작업이다. 그럼에도 주민들과 만나면 만만찮은 일이 되고 만다. "아이구, 이거 갈라면 돈이 얼마나 드나? 나 전깃불 안 켜고 살아. 괜한 짓 하지 말고 그냥 가.", "할아버지, 이거 무료로 갈아드리는 거예요. 이거는 수명도 아주 오래가고요. 하루 종일 켜도 옛날에 사용하던 전등보다 전기료도 적게 나와요. 또 훨씬 밝고요!" LED 조명 갈기는 '어르신들의 이해 구하기'로부터 시작된다. 어렵게 이해를 구하고 기존전구만 갈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은 전등은 전원 스위치 자체가 고장인 집도 있다. 어느 집은 등과 연결된 전선이 끊긴 집도 있다. 어쩔 수 없이 전문가를 불러야 하니 시간과 비용이 훨씬많이 든다. 그럼에도 LED 조명으로 바로 교체해드리지 못해 난감하고 죄송한 기분이다. 처음에는 전등 없이도 살 수 있다던 할아방(할아버지의 제주말)이 생각보다 길어지는 작업에 말도 없이 문밖으로 나가신다. 이윽고 돌아오신 할아방이 음료수가 든 봉지를 넌지시 건네신다. 할아방이 음료수를 사 온 것은 지갑에 돈이 많아서가 아니다. 삼복더위에 땀을 뻘뻘 흘려가며 일하는 젊은이들이 고마워서이다. 두 번째 찾은 할아방 집은 삼복더위에도 사방 문을 꽁꽁 닫아두었다. 앞집 사시는 할망말씀으로는 젊을 때 일본에 다녀온 후로 그렇단다. 무슨 충격을 받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평생 문을 꽁꽁 닫고 사신단다. 할아방은 이미 오래전 빛을 잃은 전구를 가는 동안 조용하고 무표정한 얼굴로 지켜보셨다. 드디어 전구가 환한 빛을 발하는 그때, 짧은 순간얼굴에 희미한 미소가 스쳐갔다. 제주기지운영사업단 직원들의 얼굴에도 LED등 같은 밝은 미소가 피어오른다.

예정된 두 가구의 LED 조명 교체가 끝나고 도착한 곳은 제주시 한림읍에 자리한 서부종합사회복지관의 식당이다. 건물 안에 들어서자마자 이런저런 설명도 들을 필요도 없이 앞서 도착해 있던 직원들과 기존 LED조명 교체를 했던 직원들이 익숙한 몸짓으로 탁자에 놓인 식판에 음식을 배분했다. 식사 준비가 끝나자 한림읍에 사는 할망, 할아방들이 각자 자리를 잡고 앉아 맛나게 식사를 하신다. "지금 이곳에서 식사하시는 분들은 애월읍과 한림읍에 사는 저소득층 어르신들이에요. 2017년부터 매월 네 번째 목요일에 우리 직원들이 이렇게 나와 배식과 설거지를 담당합니다. 평균 150여 명의 어르신들이 오셔서 식사를 하시니 연간 1,800여 명의 어르신께 식사를 대접하는 셈이죠. 이곳에서는 식사 시작 전에 기도를 하거든요. 그런 걸 바라고 시작 한 일은 아닌데, 어르신들이 저희 사업단의 안전을 많이 기원해 주세요. 그 덕에 어려운환경 속에서도 저희 사업이 큰 탈 없이 진행되는 건 아닐까, 그런 생각이 듭니다." 제주기지 운영사업단은 공익사업에 금전적인 지원도 하지만 몸으로 실천하는 봉사활동도 많이 진행한다. 제주올레 15-B코스 정화작업이나 운영사업단이 자리 잡은 애월항 청소가 그 예다. "올레길이나 애월항이 지저분하다 싶을 때 수시로 진행하고 있어요. 동네 길이 더러워지면, 거기 사는 주민 아무나 가서 청소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이야기를 나누는 와중, 식사를 마친 직원들이 주방으로 향하더니 거침없이 장갑을 끼고 설거지를 시작한다. 김영세 차장과 박명균 책임관도 젊은 직원들 사이로 끼어들더니 그들보다 더 날렵한 손놀림으로 한몫 거든다.

Mini Interview

수익보다는 지역 상생!

제주기지운영사업단장 유영걸

제주도에서의 사업은 수익이 아닌 국민의 에너지 형평성이라든지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시작된 사업입니다. 그것이 공기업으로서의 당연한 임무이기도 하고요. 다양한 봉사활동 역시 국민복지와 관련 있습니다. 하지만 이걸 의무라고 생각하기보다는, 제주도의 일원으로서 같이 상생하자는 마음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처음 느껴본 가슴 뭉클함!

제주기지운영사업단 설치운영부 직원 이보행

고교시절부터 봉사활동은 계속 해왔어요. 그땐마음에서 우러난 봉사는 아니었던 것 같아요. 봉사점수나 혹은 시쳇말로 '스펙'을 쌓기 위한 목적이 더 컸죠. 입사 후 오늘 처음 봉사활동에 참여했습니다. 할아버지가 꼬깃꼬깃 모은 돈으로 음료수를 사주셨을 때 가슴이 뭉클해지더라고요. '이래서 나눔이 좋은 거구나!' 싶더라고요.

사람 냄새가 나서 좋구먼!

제주시 애월읍 좌고명 할아버지

생각지도 않았는데 전등을 새로 갈아준다는 거야. 새 것이 확실히 좋긴 좋더라고! 그런데 새 전등보다 더 좋은 것이 사람이야. 나이 들수록 사람냄새가 가장 그립거든. 텅 빈 집에서 적막강산으로 지냈는데……. 이렇게 젊은이들이 찾아오니 오랜만에 집에 말소리도 나고 사람 사는 집 같아서, 그게 제일 좋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