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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별 여행자


섬마을에서 마주친 멜라네시안 원주민은 꽃무늬 옷을 입고 "봉주르"로 아침 인사를 건넨다. 뉴칼레도니아는 '프렌치 파라다이스'로 사랑받는 남태평양의 섬나라다. 블루라군과 이어지는 해변 골목은 프랑스 문화에 대한 연정, 산호바다와의 조우가 일상으로 다가온다.

[글 사진 서영진(여행칼럼니스트)]



봉주르! 이국의 푸른 아침

요트가 빼곡한 모젤항의 포구를 서성거리는 일, 원주민과 유러피언이 뒤엉키는 아침 시장을 기웃거리는 일 등이 누메아의 몸에 익은 하루 일과다. 뉴칼레도니아의 문화적 향취는 수도 누메아에서 강렬하다. 본섬인 라 그랑드 떼르의 남서부에 위치한 누메아는 한때 프랑스 군대가 주둔했던 계획도시다. "봉주르"와 "메르시"로 시작되는 누메아의 아침은 이국적이면서도 유쾌하다. 구릿빛 피부의 원주민들은 능숙하게 일상의 프랑스어를 쏟아낸다. 1,600km 산호바다와 생태를 간직한 뉴칼레도니아에 생경한 매력이 덧씌워진다.

일상이 녹아든 앙스 바타 해변

누메아에서의 서성거림은 여유롭다. 숙소를 나서면 해변 길은 이어지고 바다 옆으로는 그윽한 프랑스풍 카페와 벤치들이 줄을 짓는다. 누메아를 대표하는 앙스 바타 해변에는 망중한의 풍경이 담긴다. 아침 조깅 부대가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해변은 피크닉족들의 차지다. 청춘들은 뉴칼레도니아의 그랑블루를 앞에 두고 흰색 식탁보를 펼친 뒤 바게트와 과일, 음료수 한 병을 꺼내 놓는다. 늘씬한 비키니 차림보다 단아한 미녀들의 담소가 잔잔한 파도와 함께 해변에 녹아든다. 앙바스타 해변 인근에는 고급 리조트들이 들어서 있다. 샤또로얄 비치 리조트&스파, 르메르디앙 누메아 호텔 등은 허니무너들이 즐겨 찾는 아늑한 숙소다. 현지 주민들의 휴식처인 시트롱 해변, 요트 클럽과 어우러진 생 마리 해변도 누메아의 바다를 한가롭게 단장한다. 뉴칼레도니아는 스코틀랜드의 옛 지명인 칼레도니아가 그 유래다. 첫 발견자는 영국인이지만 니켈 생산을 둘러싼 유럽 간 전쟁에서 프랑스가 승리하면서 프랑스령이 됐다. 파리지앵들은 본토에서 휴가철이 되면 먼 길을 날아와 이곳 '남태평양의 파라다이스'에 몸을 맡긴다. 뉴칼레도니아는 기온이 올라가는 겨울시즌이 성수기고, 선선한 여름이 오히려 비수기다. 뉴칼레도니아와의 조우는 프랑스식 흔적, 혹은 천국 찾기로 이어진다. 일본의 여류 소설가 모리무라 가쓰라는 뉴칼레도니아를 배경으로 소설 ≪천국에 가장 가까운 섬≫을 썼다. 소설은 80년대 후반 영화로 재현됐고, 섬은 30여 년간 일본 허니무너들의 명소가 됐다. 한국에는 드라마 [꽃보다 남자]의 촬영지로 소개된 뒤 알려지기 시작했다.

프랑스향 간직한 누메아의 거리

뉴칼레도니아는 연중 쾌적하고 화창한 날을 자랑한다. 해변을 걷다 보면 프랑스 남부 꼬뜨 다쥐르에서나 마주쳤을 따사로운 햇살이 훈풍이 부는 산호 해변에 내려앉는다. 앙스 바타 해변은 해 질 무렵이면 노을을 배경으로 그윽한 레스토랑들이 불을 밝히고, 자정이면 클럽을 찾는 클러버들로 채워진다. 도시와 섬이 만들어내는 전경은 우엔토르 언덕에 오르면 광활하게 펼쳐진다. FOL 전망대에서는 생 조셉 성당의 종탑 너머 아침시장과 모젤항 풍경이 한눈에 담긴다. 프랑스에서 직접 가져온 조각상으로 채워진 꼬꼬띠에 광장, 100년 역사를 넘어선 생 조셉 성당 등은 누메아에서 두루 둘러볼 곳이다. 멜라네시안의 전통의상 '뽀삐네'와 특산물인 달팽이와 왕새우는 모젤항 아침 시장의 인기 품목이다. 바나나 잎에 고구마, 생선 등을 싸먹는 원주민 전통요리 '부냐'도 맛이 독특하다. 뉴칼레도니아산 커피인 '부르봉 뽀앵뛰'와 '카페 르호와'는 우아한 향을 자랑한다. 원주민 문화는 현대식 건축물에 조화롭게 녹아있다. 시 외곽의 치바우센터는 파리 뽕피두센터를 설계한 이탈리아 건축가 렌조 피아노의 조형물로 한때 세계 5대 건축물로 선정되기도 했다. 철근으로 엮은 잘린 캡슐 모양의 건물은 원주민 가옥인 '까즈'를 형상화한 것으로 내부에는 멜라네시안의 조각, 공예, 그림 등 다양한 소장품이 전시돼 있다. 뉴칼레도니아의 멜라네시안 사람들은 '카낙'으로 불린다. 누메아 주민들은 프랑스식 라이프스타일을 추구하지만 섬에 거주하는 원주민은 그들만의 가옥인 '까즈'에 거주하며 전통을 고수한다. 부족 숫자만큼 언어도 다양해 방언이 28개나 된다. 뉴칼레도니아의 유럽피안 인구는 50%를 넘어서지만, 이방인들은 민박집 '까즈'에 머물며 섬에서의 짙은 휴식을 만끽한다.

일데팡, 천국에 가까운 섬들

섬들로 나서면 뉴칼레도니아는 푸른 풍경을 다채롭게 풀어 놓는다. '천국에 가까운 섬'의 메인 배경이 된 우베아 섬은 본섬과 남쪽 물리 섬이 다리로 연결돼 있다. 다리 위에 몸을 기댄 채 바라보는 섬들의 풍광이 매혹적이다. 우베아 섬에서는 원주민 보트인 피로그를 타고 바다거북도 만날 수 있다. 로아요떼 군도의 가장 큰 섬인 리푸 섬은 기괴한 동굴과 절벽지형으로 채워진다. 리푸 섬의 원주민들은 험난한 자연만큼이나 모험심이 강하다. 50m 이상의 절벽이 거대한 성전처럼 펼쳐진 조킨 절벽은 놓칠 수 없는 섬의 볼거리다. '천국에 가까운 섬'의 메인 배경이 된 우베아 섬에서는 원주민 보트인 피로그를 타고 바다거북을 만날 수 있다. 리푸 섬은 기괴한 동굴과 절벽지형으로 채워진다. 본섬 라 그랑드 떼르의 동남쪽, '소나무섬'으로 알려진 일데팡은 바다빛깔로 가슴을 울렁이게 만든다. 일데팡은 열대의 섬인데도 침엽수가 울창하다. 쿠토해변은 4km의 일몰 해변이, 카누메라 비치는 소나무 숲과 다이빙 포인트가 탐스럽다. 섬 원주민들의 삶터인 바오 마을에서는 초기에 정착한 죄수들에 의해 지어진 성당과, 부족들의 토템들로 둘러싸인 가톨릭 선교사 기념비들이 낯설게 다가선다. 일데팡의 무인도 노깡위는 고요한 천국을 완성한다. 라군이 펼쳐진 바다 빛은 요술을 부리고, 이방인들은 침묵으로 화답한다. 섬투어에 나서면 보트는 사람들만 섬에 내려둔 채 홀연히 떠나 자리를 비워준다. 노깡위에 잠시 머물면 남태평양의 바다 위에 평화가 내린다. 뉴칼레도니아 어느 해변을 가도 연둣빛 파도는 리트머스 시험지처럼 번져나간다. 두근거리는 '천국'은 외딴 섬에서 조용히 숨을 고른다.

지구를 생각하는 에게해 섬 여행

자연유산의 보고

뉴칼레도니아는 섬 전체의 60% 정도가 세계자연유산으로 등재돼 있다. 섬에는 공룡이 살던 쥐라기 시대의 원시림과 희귀 동식물들이 서식한다. 푸른 바다는 대부분 산호바다인 라군으로 세계 최대 규모를 뽐내며, 원통소나무인 아라우카리아는 뉴칼레도니아에서만 만날 수 있다.

에코투어리즘 천국

뉴칼레도니아 남동부의 야떼 지역에 위치한 블루리버파크는 에코투어리즘의 천국으로 불린다. 산맥과 강, 울창한 산림과 드넓은 평원이 어우러져 있어 수상 레포츠는 물론 산악자전거, 나무타기 등 색다른 액티비티도 즐길 수 있다. 동쪽 섬인 리푸에서는 지하동굴 탐사 프로그램이 인기 높다.

자연 친화적 숙소

섬 곳곳의 숙소들은 친환경 숙소를 지향한다. 르메르디앙 일데팡은 일데팡 섬의 유일한 5성급 호텔로 소나무 원시림과 바다에 의지한 자연 친화적 숙소다. 야떼 지역에서는 자연 속에서 하룻밤을 즐기는 캠핑 사이트들도 잘 갖춰져 있다. 리푸에서는 호텔 대신 원주민의 민박집에 머물며 스노클링 등을 즐길 수 있다.